[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 철도는 기회이자 굴레…기찻길도시 대전

[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 철도는 기회이자 굴레…기찻길도시 대전

12. 대전 철도의 시대 개막

  • 승인 2021-08-18 15:10
  • 수정 2021-08-18 16:35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컷-검색에






기차·대전역 소식 시민들 관심 높아… 문 앞 기찻길 보행 충돌사고 잦아

年 철도보행 260명 사망 희생 잇달아… 68년 판암역 유조차 전복사고 등

 

기차길_1998--_1
대전시를 관통해 도심을 양분하는 경부선 기찻길.대전은 철로의 불편을 극복하며 도시로 성장해왔다.  (사진=대전시청)
철도가 낳은 도시 대전은 철도를 극복해서야 온전한 도시가 되었다. 도시를 잉태한 탯줄은 사람과 생활을 옥죄는 쇠사슬과도 같았으니 말이다. 보행자가 열차에 치인 사고 소식이 매일같이 신문 지면에 등장했고 재난 수준의 열차사고도 이 지역을 빗겨가지 않았다. 중요 인사를 맞이하고 보낼 때는 플랫폼이 무대가 되었고, 젓가락같은 철길은 놀이터가 아니될 수 없었다.

▲시민 애환담은 철도
대전시민에게 철도는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1960년 9월 중도일보는 탑승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서민들이 이용한 여객 3등 열차를 조명한 기사를 게재했다. "언제나 그러하듯 3등 열차 내는 사람과 이에따른 짐짝으로 마치 콩나물 그릇과도 같어 쥐새끼마저 음작할 공간도 없다"라며 "승강구 앞에는 얼씬도 못할 정도로 승객으로 들어차 창문으로 기어오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묘사했다. 이에앞서 1959년 8월 보도에서는 대전역에서 으레 목격되던 검차수의 모습을 그렸다. "철로를 달리는 철마의 발에 병이 났다고 가상해보자, 너무도 끔찍하고 몸서리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라며 "저만치 기차가 들어오면 기차바퀴나 혹은 기차 둘레 달린 모든 기계류를 찾아다니며 두딱 두딱 망치를 들고 두드리는 것을 볼 수 있거니와 이것이 곧 검차라는 이름의 건강진단이다"라고 기사를 통해 소개했다. 통근열차 소식도 빠지지 않아 1968년 12월 지면에서는 전북 김천발 대전행 통근열차가 영동에서 기관고장을 일으켜 1시간 50분 연착됐는데 당황한 기관사가 충북 영동의 가풍역을 그냥 지나쳤다가 도로 후진해 50여 명의 승객을 싣고 운행했다며 열차운행 난맥을 지적했다. 1959년 8월 대전역 신축을 축하하기 위해 대전을 방문한 이승만 대통령은 대전역 플랫폼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했고, 1959년 재일교포학생 야구단의 충남방문 때 환영식을 대전역 플랫폼에서 이뤄졌다.

▲문 열면 철길 사고도 잦아
1960년 9월 대전의 기찻길에서 노는 어린 아이들 모습을 담은 사진기사는 대전시민들이 철도사고에 얼마나 취약한 생활을 해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진기사에 붙은 제목은 '선로 위에 철없는 생명'으로 "기적소리도 아랑곳 없이 철도상에서 뛰노는 어린이, 앗차하는 순간에 산테미같은 기관차에 짓밟혀 죽을 수도 있는 지극히 위험한 곳이다"며 위험을 강조했다.

1960년 9월 사진
1960년 9월 선로 보행사고 주의를 촉구하는 기사(사진 왼쪽)와 1967년 3월 대전 삼성동 건널목에서 버스 충돌사고.
경부선과 호남선이 모두 도심을 관통하면서 대전시민들은 회사나 학교를 오갈 때 기찻길 건널목을 건넜고, 때로는 무단보행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집에 남겨진 아이들은 놀이터삼아 기찻길에 오르기 일쑤였다. 1971년 중도일보 보도를 통해 대전철도국 관내 총 114개의 건널목이 있고 이중 관리자가 지키는 1종 건널목은 47개, 2종 건널목은 67개에 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철도국이 기찻길을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쉼없이 단속했는데 1961년 사설에서 전년도 선로 보행자 단속 총건수는 47만4796명이라고 소개했다. 1958년 2월 대전시 인구가 19만 명이었던 점을 비춰 도로를 무단횡단하듯 당시에는 철도를 무단보행이 빈번했음을 알 수 있다. 1968년 9월 대전철도국장의 담화문을 전한 보도를 보면 그해 9월까지 기찻길 사고로 부상 또는 목숨을 잃은 이가 260명이고, 건널목 트럭 충돌사고도 12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급기야 철도보행자를 단속하고 계몽을 위한 모터카가 등장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승용차만한 크기의 모터카 지붕에 스피커를 설치해 선로를 오가며 계몽방송을 하고 무단 보행자를 현장에서 직접 단속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1965년 7월 말까지 2만4827명의 선로통행인을 적발해 이중 159명을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등 이때부터 처벌이 강화됐다.



▲판암동 포도밭 기름범벅
열차 탈선과 충돌사고가 빈번히 발생했고, 안타까움을 샀다. 1968년 12월 10일 대전 동구 판암동에서는 화물과 기름을 실은 화물열차가 탈선해 벙커C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물차와 유조차 33량을 연결해 서울로 가던 1014호 열차가 판암건널목에서 오후 6시 40분께 선로 밖으로 탈선했다. 이 사고로 유조차에 실려 있던 벙커C유가 쏟아져 인근 포도밭 500평이 완전히 기름바다를 이뤘고, 마침 인근을 지나던 주민이 기름에 뒤덮혀 중상을 입었다고 중도일보 지면에 소개됐다.

1968년 12월 12일 판암역 기차전복
1968년 12월 대전 판암역 화물열차 탈선사고.
또 1969년 1월 경부선 천안역 남쪽 500m 지점에서는 여객열차가 서로 충돌해 41명이 숨지고 102명이 중상을 입는 재난사고가 발생했다. 전북 남원을 출발해 서울까지 가는 완행열차가 선행열차 통과를 기다리며 천안역 입구에서 대기 중 뒤따르던 부산발 서울행 청룡열차와 추돌했다. 특히, 2등 객차가 콩나물시루처럼 승객으로 들어찬 3등 객차를 덮쳐 3등 객차에 탑승한 승객들의 피해가 컸다. 1970년 10월 충남 아산 장항선 모산역에서 수학여행의 중학생들을 태운 버스가 건널목에서 통일호와 충돌한 사고도 발생해 46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중상을 입었다.

▲기찻길과 대전역을 옮길 구상도
경부선이 대전을 남북으로 가르고 호남선은 동서로 도시를 양분하면서 이들 철도와 대전역을 도심 외곽으로 옮기는 도시계획 구상도 진행됐다. 도심을 관통하는바람에 도시균형발전에 걸림돌이고 도로와 하천 등 도시계획차원에서도 큰 불편으로 등장해 철도이전이 불가피하다는 검토였다.

1989년08월28일 경부호남선 이설 구체화1

1989년 8월 중도일보는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대전에서 철로가 차지하는 토지 면적은 경부선 222만㎡, 호남선 113만㎡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더 나아가 대전역을 지금의 회덕부근에 새로운 역사를 신설해 이전하고 호남선의 회덕분기점을 세천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경부선은 경부고속도로 부근 그린벨트 지역으로 이설을 대전시가 신중히 검토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이같은 구상은 결과적으로 실현되지 않았으나, 서대전육교와 홍도육교 외에 지하차도나 육교가 충분히 개발되지 않아 철길을 장애물로 보는 시각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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