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설 곳 잃은 지역 전문체육인④]한밭운동장 대신 일제 방적공장이 들어섰다면 '아찔'

[뉴스포커스-설 곳 잃은 지역 전문체육인④]한밭운동장 대신 일제 방적공장이 들어섰다면 '아찔'

  • 승인 2021-08-15 11:47
  • 수정 2021-08-17 11:02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컷-뉴스포커스




1935년 종연방적 대공장 목적 부지매입

7만평 공장부지 매입했으나 계획 백지화

같은 시기 종연방적 광주공장 '노동력 수탈'

대전시민들 1956년 체육시설 부지로 전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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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한밭종합운동장 공사장면. 사진=대전시
대전공설운동장 부지에 한밭종합운동장 대신 일본제국주의를 뒷받침하는 방적공장이 세워졌다면 대전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충남도민의 성금을 모아 건립한 대전공설운동장이 사실은 1935년 종연방적(가보네방적)이 공장을 짓기 위해 매입한 부지에 세워졌다는 게 속속 확인되고 있다. 제국주의 생산기지로 활용하려던 곳을 광복 후 지역사회가 앞장서 공공 체육시설으로 전환한 것으로 이에 대한 평가가 주목된다.

15일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가 확보한 1935~1939년 발행 국내 신문기사를 통해 대전 중구 부사동 일대가 종연방적의 공장 예정지였음이 확인됐다. 1935년 5월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종연방적 회사가 대전에 저마(苧麻·모시) 직조의 대공장을 설치하게 된 것은~"이라며 소식을 전했다.

여기서 말하는 종연방적(鐘淵紡績)은 누에고치로 실을 뽑는 제사공장과 목화를 바탕으로 면제품을 생산하는 일본인 기업으로 1925년 서울에 1929년 광주에 각각 공장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종연방적은 대전에 23만1404㎡(7만평)의 부지를 확보하고 600만원을 들여 공장을 짓기로 계획을 발표했고, 실제로 부지매입까지 완료했다. 해당 부지는 중구 부사동 일원으로 지금의 한밭종합운동장과 충무체육관이 있는 옛 공설운동장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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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8월 대전공설종합운동장 조성현장을 보도한 중도일보 기사(사진 왼쪽)와 같은 해 7월 추진위원회 회의 보도.

그러나 종연방직의 대전공장은 결국 무산됐고, 같은 시기 광주 광주시 북구 임동에 대규모 방직공장을 짓는 것으로 대체된 것으로 보인다. 1937년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앞으로 지어질 종연방직 대전공장에서 일하게 될 직공은 2000여 명에 달하고 총공사비 600만원이며, 해당 부지의 소작농을 돕기 위해 매립 평탄화 작업을 그들에에 맡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1937년 6월 조선일보 보도에서는 "대전공장은 그야말로 용두사미격으로 수질이 좋지 못하다느니 원료가 부족하다느니 등의 이유로 공장을 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시 1939년 12월 동아일보 보도에서는 "7만 여 평의 부지를 매수해 정지공사까지 완료해노코 도내 각지에 원료품인 저마(모시) 재배할 전답까지 광범위 토지를 종방회사 측에서 매수했다"라며 "좀체로 착공하지 못해 지금은 대전상공회의소에 관리를 일임해 지금은 작료를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같은 시기 광주시 북구 임동에 종연방적의 공장이 지어졌고, 노동자 3000여 명이 일하는 국내 최대 규모였다. 가네보 공장으로 불리었으며, 1944년 8월 일제가 발동한 '여자정신근로령'에서 강제 동원된 10대 여성 노동자들이 가혹한 근로여건에서 혹독한 노동에 시달린 일제 수탈의 현장이기도 하다. 광복 후 일신방직과 전남방직으로 운영된 이곳은 지금 부동산 개발을 앞두고 있다.

대전 종연방직 공장부지는 한동안 공터로 남아 소작을 부치는 용도로만 쓰이다가 1956년 극적으로 시립공설운동장 부지로 전환됐다. 당시 대전시가 시립공설운동장 설치를 당면 과제로 세우고 종연방적 부지를 확보하려 나선 끝에 그해 2월 부지매입을 완료했다. 그리고 1958년 7월 30일 대전공설운동장 주경기장에 기공식을 갖고 대전시민이 마음껏 뛰어 운동할 수 있는 경기장 마련에 나섰다. 중도일보 1958년 7월 31일 보도를 통해 '주경기장 공사 불원 착수, 주공사 성황리 착수'라고 보도했다.

이를 통해 오는 3월 해체를 계획 중인 한밭종합운동장이 일제시대 노동력 착취의 생산공장 계획에서 광복 후 도민들을 위한 체육시설로 전환된 의미가 새롭게 발굴됐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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