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 노숙인이 대전역 지하에서 더위를 피해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모습. 임효인 기자 |
대전역 일대 노숙인과 쪽방 주민을 지원하고 있는 벧엘의집 원용철 담당목사는 코로나19로 인해 무료급식이 어려워진 데 이어 외부 지원으로 이어오던 도시락 지원마저 끊겨 22년 전과 같은 컵라면 배식을 해야 하는 상황을 지역사회에 알렸다.
원 목사는 "계획대로라면 8월부터는 완전하지 않지만,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4차 팬데믹이 시작되고 대전은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단계인 4단계로 격상되면서 혼란에 빠졌다"고 전했다.
원 목사는 그러면서 "계획된 도시락도 끝났고 그렇다고 한 끼에 100만 원 정도 드는 도시락으로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여력도 안 된다"며 "그렇다고 (무료금식) 중단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8월 한 달은 경비가 덜 드는 컵라면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주일에 두 번 거리급식을 하고 있는 벧엘의집은 코로나 펜데믹 속에서도 무료급식을 중지하지 않고 이어나갔다. 노숙인과 쪽방 주민에게 끼니를 해결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벧엘의집은 SK 후원으로 기존 식판에 음식을 배식하는 현장급식보단 감염 가능성이 낮은 도시락 급식을 진행했지만, 지원이 종료되면서 컵라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팬데믹으로 인해 대전역 일대 노숙인과 쪽방 주민을 위한 무료급식은 이전보다 상당수 줄어들었다. 방역당국의 중지 요청에 이어 각종 후원과 지원이 줄어든 탓이다. 기존 무료급식을 진행하던 단체·기관 7~8곳가량 중 현재는 노인급식소를 포함해 3곳가량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설상가상 최근 연이은 폭염으로 노숙인 등에게 전달되던 음식에도 제약이 생기면서 노숙인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장에서 노숙인에게 전달되던 음식물에 제약이 커지면서다.
김의곤 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 소장은 "노숙인에겐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 당국이 방역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하는데 먹는 고민은 빠져 있는 것 같다"며 "현재 상황에선 단체 급식보단 도시락이 효율적인데 이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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