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현장에 악의적으로 허위 자원봉사를 신청한 사건에 대해 유족회 명의의 고소장이 접수된 가운데 경찰이 수사 종결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용 혐의를 검토 중인 상황으로 유족들은 하루빨리 피의자를 검거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4일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이하 유족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대전동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한 후 26일 고소인과 참고인 조사가 진행됐다. 이날 3시간 30분가량 조사 후 담당 수사관은 이들에게 "법률검토 후 결과에 따라 피의자를 찾아 나설지 수사를 종료할지 판단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률검토는 고소 접수 이후 경찰이 어떤 범죄 혐의를 적용할지 판단하는 과정으로 법률상 정해진 절차는 아니다.
앞서 유족회는 지난 6월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온라인 자원봉사 창구를 통해 민간인학살 가해자 등 이름으로 20건가량 허위 신청이 접수된 데 대해 수사를 요청했다. 유족회는 유해발굴 과정에 혼란을 야기한 업무방해와 유족회를 모욕한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고소장 접수 후 3주째에 접어들었지만 유족회 측은 관련 수사 소식에 대해 들은 게 없다는 입장이다. 설상가상 피의자를 잡기 위해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결정이 없는 상황에서 자칫 이대로 수사가 종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전미경 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은 "(지난달 고소인 조사 당시) 법률검토를 바로 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왔다"며 "유족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유해발굴 현장의 비참한 유골을 보면 상처가 말도 못 하는데 거기 대고 그런 장난질을 쳤다는 건 그냥 놔둬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 빨리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법조계에선 유족회가 주장한 모욕죄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경찰이 수사 의지를 갖고 사건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고봉민 변호사는 "자원봉사는 유족회 당사자뿐 아니라 봉사자와 시민단체 등이 섞여 있다. 허위 신청서엔 조롱하는 문구 등이 적혀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까지 공유되고 전파 가능성이 있어 모욕죄 성립 요건인 공연성이 인정된다"며 "비방 목적과 모욕적인 표현이 객관적으로 드러나 있어 인격을 조롱하는 정황이 충분히 있다고 봐야 한다. 또 유족회는 법인격으로 유족 전체가 다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수사할 만한 사안으로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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