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우여곡절 비건 도전... 채식인 줄 알았던 김치·된장국에 뒤통수
회식, 함께 먹는 음식문화인 우리나라에서 비건 쉽지 않아
1.스타벅스에서 파는 대체육. 고기와 제법 비슷하다. 2.비건빵집에서 파는 초코체리타르트.3.비건빵집에서 파는 망고치즈케이크 |
동물권과 건강, 육류소비 감소를 통한 환경 보호와 MZ세대의 등장으로 떠오른 가치의 소비 등 채식주의를 선언하는 이유는 많다. 지역에도 채식 주의를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이들을 겨냥한 유통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사람(식구)이고, 가장 좋은 음식으로 '고기'와 '생선'을 즐기는 한국의 음식 문화에서 채식주의자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채식연합회가 집계한 국내 채식주의자가 150만~200만명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완전'한 채식주의자인 '비건'보다는 상황에 맞춰 선택적으로 채식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채식을 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채식주의자가 되려면 어떤 불편함이 따를까? 그래서 채식주의에 도전해 봤다.
세상에서 지구와 동물을 위해 실천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한 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10명의 비건지향인들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선화동 어플레져 비건 브런치. |
통상적으로 채식주의자는 그 정도에 따라 크게 5단계로 나뉜다. 육류·생선·계란·우유를 섭취하지 않는 사람이 '비건'이다. 그 다음 단계가 육류·생선·계란은 섭취하지 않고 우유는 소비하는 '락토 베지테리언'이다. 육류·생선을 섭취하지 않고 계란·우유는 소비하는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육류는 섭취하지 않고 생선·계란·우유는 소비하는 '페스코', 소·돼지 등 붉은 고기는 섭취하지 않고 가금류 등 흰 고기는 소비하는 '폴로' 등이 있다.
그 중 완전 채식주의자로 모든 육식을 거부하는 '비건'에 도전했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막막했다. 첫날부터 포기할 순 없어 버스를 타고 선화동 어플레져로 비건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이 식당의 비건 메뉴는 비건 브런치와 비건 옵션으로 바꿀 수 있는 오픈 샌드위치, 단 두 개다. 메뉴판에 있는 라자냐가 먹음직스러웠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비건 브런치를 주문했다. 견과류 주먹밥, 비건 치즈를 올린 두부 그라탕, 방울토마토 샐러드, 알리고 치즈 감자, 브로컬리 버섯 무침, 참나물 무침, 초당 옥수수. 사장님이 후식으로 캐슈넛 아이스크림을 주며 "콘도 두유로 만든 비건이니 안심하고 드세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저녁은 무방비로 당했다. 집에서 된장찌개를 먹었는데 국물을 낼 때 멸치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눈에 바로 보이는 재료가 아니더라도 동물성 식품은 우리 일상에 너무 흔하게 사용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건빵집에서 파는 초코체리타르트. |
비건빵집에서 파는 망고치즈케이크 |
2일차 점심에는 비건 빵집에서 망고치즈케이크와 더블초코체리타르트를 먹었다. 일반 빵보다 덜 달고 담백했다. 기존의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퍽퍽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죄책감이 들지 않아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다. 저녁은 김치볶음밥을 먹었는데 김치에 젓갈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달았다. 3일차가 됐다. 아침은 두유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취재차 방문했던 태평시장 황금당떡볶이 앞에서 무너졌다. 영롱한 빛깔을 내뿜는 어묵을 입에 넣고 나서야 '아참, 비건 도전중이지!'가 생각났다.
스타벅스에서 파는 대체육. 고기와 제법 비슷하다. |
집에 오는 길에 스타벅스에 들러 대체육 고기를 샀다. 스타벅스는 지난 30일 두유로 만든 브라우니와 식빵, 대체육을 사용한 샌드위치와 함박스테이크를 출시했다. 소량으로 입고된다는 말을 들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찾아갔는데 다행히 구할 수 있었다. 겉모습은 함박스테이크와 똑같아 보였다. 직접 먹어보니 고기와 식감은 다르지만 향과 맛이 얼추 비슷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비건 도전은 3일만에, 아니 3일 내내 실패 했다. 비건 음식의 종류도 많지 않았고, 비건 식당을 찾는 것도 일이었다. 간단하게 식당에서 육류가 아닌 채식을 하려해도 양념에 동물성 식품이 사용됐는지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선한 마음으로 고기 한점을 권하는 선배에게 '저 채식주의자에요!'라고 거절하는 건 막돼먹지 못한 일 같았다.
하지만 고기가 맛있어서,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실천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일상에서 지구와 동물을 위해 실천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한 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10명의 비건지향인들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지역에서 8년째 채식을 실천 중인 조은우씨는 "중간에 포기할 때가 많아 스트레스였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비건을 지향하니 익숙해졌다"고 털어놨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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