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한국육상 새역사 우상혁, 인생도 기적의 드라마

  • 스포츠
  • 스포츠종합

[올림픽]한국육상 새역사 우상혁, 인생도 기적의 드라마

부친 우경원씨 "스스로 운동한 아들 응원 멈출 수 없어"
이건표 전 장학사 "육상하겠다며 찾아온 학부모는 처음"
윤종형 전 코치 "은사 함께하려 연봉삭감 자처한 제자"

  • 승인 2021-08-02 23:44
  • 신문게재 2021-08-03 5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우상혁55
현역 군인 신분으로 도쿄올림픽 남자높이뛰기에서 한국신기록 2m35를 세우며 4위를 차지한 우상혁이 2일 올림픽선수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충성'을 외치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높이뛰기를 가르친 은사에게서 계속 운동을 배우고 싶어 자기 연봉을 삭감한 선수,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받지 못하던 때도 주눅들지 않던 아이. 한국 육상 역사를 새로 쓴 높이뛰기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 선수가 대전에서 배우고 훈련하던 때 지켜본 이들이 우 선수를 기억하는 내용이다.

2006년 우상혁을 자양초 육상부에 소개한 이건표 운사모 회장(전 대전시교육청 소년체전 담당장학사)은 어제 도쿄올림픽스타디움에서 대활약은 "기적같은 일"이라고말했다.

이건표 회장은 "상혁이가 11살때 아버지와 함께 육상을 하고싶다며 찾아왔는데, 인기가 많지 않던 육상을 하겠다고 교육청을 찾아온 부모는 처음이었다"라며 "눈빛이 살아 있었고, 훌륭한 체육지도자인 윤종형 당시 중리초 코치님에게 상혁이를 만나보십사 말씀드린 기억이 있다"라고 회상했다.

이 회장은 2009년 '운동을 사랑하는 모임'을 만들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선수들에게 장학금 지원봉사를 시작했고, 우상혁은 중학교 2학년때부터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운사모의 체육후원을 받았다. 지금은 우상혁이 운사모 회원이 되어 후배들을 위해 매달 기부금을 납부하는 선행을 실천하고 있다.



이 회장은 "어제 결선에 진출한 선수들 중에서 상혁이 키가 제일 작았으나 2m35를 달성하는 것을 보면서 기적같은 일 이라고 생각했다"라며 "학생때부터 스스로 운동하는 것을 보면서 도움이 되고자 후원했던 게 큰 보람으로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어젯밤 경기를 가장 애타기 지켜본 이는 우상혁의 아버지 우경원(60)씨 이었을 것이다. 그는 삼형제 중 막내의 경기를 집에서 아내와 둘이서 지켜봤다. 상혁이가 높이뛰기 운동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코로나19로 관중입장이 제한되기 전까지 아들이 출전하는 국내 모든 경기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찾아가 응원한 그였다.

우상혁66
우상혁 선수가 2016년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훈련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친 우경원 씨는 "아들이 올림픽이라는 부담 큰 경기에서 자신의 기량을 모두 발휘해 아쉬움은 없고 고생한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라며 "국민들께서 미소천사 애칭도 붙여주시고 크게 응원해주셔서 경기를 마치고 응원메시지를 확인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학생 때부터 집에 돌아와서는 거실에서 혼자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주말에서는 등산 산악훈련, 해외 경기가 예정됐을 때는 현지 시각에 맞춰 모기에 뜯기며 한 달간 야간훈련을 했던 아들이다. 발 뒷꿈치를 들고 걷는 게 훈련을 넘어 생활이 되었고 탄산음료는 입에도 대지 않는 그래서 이번 올림픽을 위해 체중을 7~8㎏ 감량한 모습을 보면서 어마어마한 자기한계를 몇 번을 넘어섰을 아들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우 씨는 "지난 15년간 상혁이의 시합이 있는 경기장에 빠짐 없이 찾아가 제가 하는 일은 손 흔들어주고 경기 후 음료수 건네는 일이었지만, 아들이 어떤 고생을 감내하는 지 알기에 멈출 수 없었다"라며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11살 아이에게서 높이뛰기 자질을 발견해 최근까지 지도한 윤종형 대전시육상연맹 실무국장(전 국가대표 코치)은 자기 연봉을 삭감하면서 은사를 챙긴 상혁이가 고맙고 장한 존재다. 중리초등학교에서 높이뛰기를 지도받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윤종형 은사와 교류하며 지도를 받았으며, 고교 졸업 후 서천군청 실업팀에 입단할 때는 은사를 코치로 모실 수 있도록 자신의 연봉을 삭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윤종형 대전시육상연맹 실무국장은 "상혁이를 데려가고 싶은 여러 실업팀이 있었으나 은사인 저와 함께 운동하는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는 서천군청을 택했고, 실업팀과 국가대표팀에서 코치로서 함께했다"라며 "상혁이가 대전에서 훈련하는 것을 좋아하고 언제든 오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라고 전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민 안전문화 확산 함께해요"
  2. "마약 중독, 함께 예방해요."
  3. 기부챌린지 통한 적립금 600만원 기탁
  4. 대전시, 내년 생활임금 1만 1636원 결정
  5. 대전하나시티즌, 6일 제주와 정규 라운드 마지막 승부
  1. [건강]취한 것처럼 말 어눌해지고 비틀, 일상속 어지럼증 '주의를'
  2. 대전을지대병원 간호부, 병원 내원객 간호 봉사활동 펼쳐
  3. 최민호 시장, 10월 6일부터 '단식' 선언, 진정성 통할까?
  4. 예산 남아도는데 청년 월세 신청자는 대거 탈락 왜?
  5. 문진석 의원, "국토부, 코레일에 유지보수비 1402억원 미지급...추가 예산 편성 필요"

헤드라인 뉴스


예산 남아도는데 청년월세 신청자는 대거 탈락… 왜?

예산 남아도는데 청년월세 신청자는 대거 탈락… 왜?

정부와 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청년 월세 지원사업이 까다로운 조건과 규정 때문에 ‘그림의 떡’으로 전락하고 있다. 신청자 상당수는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고 있지만, 매년 쓰지 못하는 이른바 불용 예산은 급증할 정도다. 지원이 필요한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소득 기준과 대상 규정 등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비례)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청년월세 지원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8월(1차)과 2024년 2월(2차)에 청년월세 지원사업을 신청자..

역대 최대규모 국제방산전시회 계룡서 열려… 최첨단 무기 한자리
역대 최대규모 국제방산전시회 계룡서 열려… 최첨단 무기 한자리

충남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닷새간 열리는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3일 도에 따르면 '2024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가 지난 2일 계룡대에서 김태흠 지사를 비롯해 이응우 계룡시장, 김용현 국방부 장관,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해외 국방부 장관, 참가 기업 임직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대한민국 육군협회 주최로 오는 6일까지 진행되며, 계룡군문화축제와 지상군페스티벌과 연계 개최해 방문객들에게 더욱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전시회는 2일부터 4일까지 비즈니스데..

고교 무상교육 `위기`… 내년 `특례`기한 만료에 정부지원 0원
고교 무상교육 '위기'… 내년 '특례'기한 만료에 정부지원 0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특례 기한 만료에 따라 내년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이 전면 중지될 위기에 놓였다. 대전교육청은 기존 재원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던 정부 예산이 없어지면 기존 사업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3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고교 무상교육 관련 지원을 포함하지 않아 고정적으로 교부됐던 약 350억 원의 세입분은 자연 감축될 예정이다. 대전교육청은 인건비와 운영비 등 필수경비가 인상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재정지원이 끊기면 고교 무상교육 유지를 위해 전체 사업 축소는 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의정 갈등 장기화…커지는 피로감 의정 갈등 장기화…커지는 피로감

  • ‘가을을 걷다’…2024 구봉산둘레길 걷기행사 성료 ‘가을을 걷다’…2024 구봉산둘레길 걷기행사 성료

  • 기온 뚝, 쌀쌀한 대전 기온 뚝, 쌀쌀한 대전

  • 대한민국 대표 군문화축제 개막 하루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 군문화축제 개막 하루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