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군인 신분으로 도쿄올림픽 남자높이뛰기에서 한국신기록 2m35를 세우며 4위를 차지한 우상혁이 2일 올림픽선수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충성'을 외치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06년 우상혁을 자양초 육상부에 소개한 이건표 운사모 회장(전 대전시교육청 소년체전 담당장학사)은 어제 도쿄올림픽스타디움에서 대활약은 "기적같은 일"이라고말했다.
이건표 회장은 "상혁이가 11살때 아버지와 함께 육상을 하고싶다며 찾아왔는데, 인기가 많지 않던 육상을 하겠다고 교육청을 찾아온 부모는 처음이었다"라며 "눈빛이 살아 있었고, 훌륭한 체육지도자인 윤종형 당시 중리초 코치님에게 상혁이를 만나보십사 말씀드린 기억이 있다"라고 회상했다.
이 회장은 2009년 '운동을 사랑하는 모임'을 만들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선수들에게 장학금 지원봉사를 시작했고, 우상혁은 중학교 2학년때부터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운사모의 체육후원을 받았다. 지금은 우상혁이 운사모 회원이 되어 후배들을 위해 매달 기부금을 납부하는 선행을 실천하고 있다.
이 회장은 "어제 결선에 진출한 선수들 중에서 상혁이 키가 제일 작았으나 2m35를 달성하는 것을 보면서 기적같은 일 이라고 생각했다"라며 "학생때부터 스스로 운동하는 것을 보면서 도움이 되고자 후원했던 게 큰 보람으로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어젯밤 경기를 가장 애타기 지켜본 이는 우상혁의 아버지 우경원(60)씨 이었을 것이다. 그는 삼형제 중 막내의 경기를 집에서 아내와 둘이서 지켜봤다. 상혁이가 높이뛰기 운동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코로나19로 관중입장이 제한되기 전까지 아들이 출전하는 국내 모든 경기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찾아가 응원한 그였다.
우상혁 선수가 2016년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훈련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학생 때부터 집에 돌아와서는 거실에서 혼자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주말에서는 등산 산악훈련, 해외 경기가 예정됐을 때는 현지 시각에 맞춰 모기에 뜯기며 한 달간 야간훈련을 했던 아들이다. 발 뒷꿈치를 들고 걷는 게 훈련을 넘어 생활이 되었고 탄산음료는 입에도 대지 않는 그래서 이번 올림픽을 위해 체중을 7~8㎏ 감량한 모습을 보면서 어마어마한 자기한계를 몇 번을 넘어섰을 아들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우 씨는 "지난 15년간 상혁이의 시합이 있는 경기장에 빠짐 없이 찾아가 제가 하는 일은 손 흔들어주고 경기 후 음료수 건네는 일이었지만, 아들이 어떤 고생을 감내하는 지 알기에 멈출 수 없었다"라며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11살 아이에게서 높이뛰기 자질을 발견해 최근까지 지도한 윤종형 대전시육상연맹 실무국장(전 국가대표 코치)은 자기 연봉을 삭감하면서 은사를 챙긴 상혁이가 고맙고 장한 존재다. 중리초등학교에서 높이뛰기를 지도받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윤종형 은사와 교류하며 지도를 받았으며, 고교 졸업 후 서천군청 실업팀에 입단할 때는 은사를 코치로 모실 수 있도록 자신의 연봉을 삭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윤종형 대전시육상연맹 실무국장은 "상혁이를 데려가고 싶은 여러 실업팀이 있었으나 은사인 저와 함께 운동하는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는 서천군청을 택했고, 실업팀과 국가대표팀에서 코치로서 함께했다"라며 "상혁이가 대전에서 훈련하는 것을 좋아하고 언제든 오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라고 전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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