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in, 문화人] 박혜지 작가 "산수화에 나뭇잎의 생성과 소멸을 담아요"

  • 문화
  • 공연/전시

[문화in, 문화人] 박혜지 작가 "산수화에 나뭇잎의 생성과 소멸을 담아요"

  • 승인 2021-08-06 06:00
  • 신문게재 2021-08-06 7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컷-문화인


 



"생성과 소멸의 반복, 나뭇잎이 자라고 지는 시간의 흐름을 산수로 표현하고 있어요"

흔히 산수화라 하면 자욱한 안개 사이로 돋보이는 장엄한 산을 떠올리지만, 사실 산수를 표현하는 데 어떤 특정한 방식이 있는 건 아니다. 산수화 작가 박혜지(30) 씨는 자신만의 독특한 산수를 그린다. 산속의 가장 작은 단위인 나뭇잎이 캔버스에 그득하다. 그가 떠올리는 산은 작은 잎들이 얽히고 설킨 숲이다. 산속을 거닐며 볼 수 있는 자연의 모습을 작품 안에 담는다. 목원대학교 미술대학원에 있는 작업실에서 그의 산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 씨의 고향은 산이 많은 옥천 청산이다. 자연스럽게 산과 풀에 친숙해질 밖에 없었다. 한지에 먹이 번지는 모습에 매력을 느껴 동양화를 전공하고 산수화를 그렸다.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는 모습도 산수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캔버스에 나뭇잎을 채우기 시작했다.  

 

숲 안에서 130.3×162.2cm, 장지에 혼합재료, 2020.
숲 안에서 130.3×162.2cm, 장지에 혼합재료, 2020.

그는 "산에 들어갔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서 산수를 그린다"며 "나뭇잎이 산속을 감싸는 듯한 느낌의 산수를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다채로운 색으로 산수를 표현한다. 수묵 채색 산수화다. 한지에 먹을 칠하고 그 위에 물감으로 나뭇잎을 그려 색을 입힌다. 초록색뿐 아니라 분홍색, 보라색도 사용하는데 산에 갈 때마다 달라지는 기분과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나뭇잎이 사시사철 피고 지는 연속성도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는 싱그러운 나뭇잎 사이로 시간이 지나 썩어 없어지는 나뭇잎도 보인다. 소멸해가는 나뭇잎 표현을 위해 박 씨는 금박을 붙인다. 얼핏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색이 바랜 나뭇잎처럼 보여 세월의 무상함마저 느껴진다.

 

 


박 씨의 산수에는 고민의 흔적과 실험정신이 엿보인다. 산수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스컬피'라는 점토 재료로 나뭇잎 모양을 만들어 붙인다. 그림에 깊이감을 주고자 한지에 색을 입혀 찢은 다음 캔버스 위에 덧붙이기도 한다. 돌가루, 나뭇잎 등 자연에서 채취한 것들을 작품 재료로 사용해보기도 했다.

 

KakaoTalk_20210801_212608206
박혜지 작가/ 정바름 기자

그는 "처음에는 채색만 하는 게 한국화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산수를 그리다 보니 다양한 재료를 많이 다뤄보고 있다"며 "여러 재료를 통해 작품을 다르게 설명할 수도 있고 감정도 달리 표현할 수 있어 다양하게 연구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한국화 특히 산수화를 그리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박 씨는 자신만의 산수화를 꾸준히 그려 4년 전에 첫 개인전을 열고 작년에 두 번째 개인전을 치뤘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고,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수입에 상관없이 선물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관람객이 자신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이 중요하지 비싼 가격에 그림을 판다고 해서 큰 가치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화는 한지라는 종이가 주는 따뜻한 느낌이 있다"며 "사람들이 한국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바름 기자 niya15@ 

 

스며드는Ⅱ 72.7×90.9cm, 장지에 혼합재료, 2020.
스며드는Ⅱ 72.7×90.9cm, 장지에 혼합재료, 2020.
깊어지는... 130.3×162.2cm, 장지에 혼합재료, 2020.
깊어지는... 130.3×162.2cm, 장지에 혼합재료, 202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편집국에서]금산 물놀이 사고현장에서
  2. 대전 보행자 교통사고 매년 1200건… 보행자 안전대책 시급
  3. '수업 전 기도' 평가 반영 충남 사립대에 인권위 "종교 자유 침해"
  4. 32사단, 불발화학탄 대응 통합훈련 실시
  5.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창립 20년, 대덕특구 딥테크 창업·사업화 중심지 자리매김
  1. '예비 수능' 9월 모평 사회탐구 응시 증가…'사탐런' 두드러져
  2. 대전탄방초 용문분교장 개교 준비 이상 무… 교육감 현장 점검
  3. [홍석환의 3분 경영] 10년 후, 3년 후
  4.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5. [춘하추동] 광복80년, 우리는 진정 국보를 환수하고자 하는가?

헤드라인 뉴스


“2027 충청 U대회 성공은 국가균형발전과 충청 성장동력 모델”

“2027 충청 U대회 성공은 국가균형발전과 충청 성장동력 모델”

2027년 충청권 4개 시·도가 개최하는 충청 유니버시아드 대회(하계U대회)를 국가균형발전과 충청권 미래 성장동력의 엔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를 위해 정책적·제도적 지원은 물론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고, 특히 4개 시·도의 고유한 역사와 정체성을 비롯해 산업과 관광 등 특성을 활용한 도시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을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국회의원 주최로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27 충청 U대회 성공..

공깃밥 1000원 공식 깨지나… 쌀값 15% 오르자 소상공인·소비자 울상
공깃밥 1000원 공식 깨지나… 쌀값 15% 오르자 소상공인·소비자 울상

쌀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식당 공깃밥 1000원 공식이 깨지게 생겼다. 소비자들은 밥상 필수품인 쌀값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식당 등도 이제껏 올리지 않았던 공깃밥 가격을 올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날 기준 대전 쌀 20kg 한 포대 소매가는 5만 9800원으로, 1년 전(5만 1604원)보다 15.8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치인 평년 가격인 5만 3315원보다 12.16% 인상했다. 가격이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지정… K바이오 핵심 거점으로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지정… K바이오 핵심 거점으로

국토교통부가 충북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의 산업단지계획을 28일자로 승인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는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일원으로 면적 411만9584㎡다. 사업비는 2조3481억 원, 유치업종은 바이오 산업, 사업시행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기간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다.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는 2018년 8월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후 농업진흥지역 등 입지 규제로 인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3년 8월 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