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성황동 쪽방촌을 찾은 전만권 부시장이 좁은 골목길로 생필품과 선풍기 등을 옮기고 있다. |
쪽방촌 곳곳은 무더위로 인해 방문을 열어두고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러닝셔츠만 입은 장애인과 70대가 훌쩍 넘은 노인들이었다.
장마가 지나가고 불볕더위와 코로나 19까지 겹치면서 쪽방촌 주민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여름을 나고 있다.
쪽방촌 주민들이 사는 방을 들어가니 더운 날씨 탓에 언제 세탁했는지 모르는 이불 등으로 역한 냄새가 가득 했다. 환기가 제대로 될 턱이 없었다.
에어컨을 지원받아 들여놨다 해도 전깃세 걱정으로 그저 바라볼 뿐 켤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단순 무용지물이었다.
이들이 폭염을 피할 곳은 그늘이나 선풍기가 최선이다.
코로나 19 이전에는 에어컨이 설치된 동네 노인정이나 복지시설에 찾아가 더위를 식혔지만, 지난해부터는 코로나 19로 인해 이런 시설도 갈 수 없어 사실상 쉴 곳이 사라졌다고 한다.
70대 후반의 할머니는 가끔 동사무소에서 나눠주는 도시락이나 삼계탕을 받으러 땡볕에 교통비를 아끼려고 걸어가지만, 인근 복지관 등이 코로나 19로 문을 닫아 지금은 잠시 쉬어갈 시설도 없다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주민들은 10여 가구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화장실의 지독한 냄새와 벌레들을 견디지 못해 이곳을 떠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주변에 만날 사람이 없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우울증과 외로움이 심각해 고독사한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전만권 천안부시장이 쪽방촌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
쪽방촌이 재개발된다고 해도 주민들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희망도 없고 재개발이 돼도 이들은 이곳에서조차 내쫓길 판이다.
80대 할아버지는 "10평 정도 집에 거주하면서 지자체 보조금이라고는 동절기 4개월에 매월 25만원 받는 게 전부다"며 "자식들이 있어 기초생활수급비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이어 "첫째 아들은 어디 사는지 모르고 둘째 아들은 몸이 아파 우리와 같이 산다"며 고개를 떨궜다.
천안=김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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