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열풍 타고 대전서 속속 문 여는 비건 식당… 환경·동물윤리 공간
동물성 재료 사용 않고, 다른 주방서 요리도… 무포장 식당도 등장
깔끔한 외관과 모던한 인테리어만 보면 여느 디저트 식당과 다를바 없지만, 이곳의 빵과 쿠기들은 모두 밀가루 대신 유기농 현미를 만든다.
재료 역시 동물성 버터, 달걀, 우유 대신 채소로 만든 대체제로 만들고 하얀 쌀, 정제 설탕, 글루텐, GMO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 베이커리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포장용기도 손님들이 직접 가져와 담아간다.
비건바닐라 사장은 "비건이 아닌 손님도 가게 빵을 맛본 후 '비건빵도 맛있구나'라는 말을 들을 때 행복하다"며 "처음 가게 문을 열 때만 해도 대전엔 비건 손님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기농 현미로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를 비롯해 정기적으로 비건 안주와 비건 술을 파는 맥주집, 비건 메뉴는 아예 다른 주방에서 요리하는 중국집까지 채식열풍을 타고 대전 곳곳에서 비건 식당이 문을 열고 있다.
소셜미디어 채팅방으로 참여할 수 있는 충청도 비건 커뮤니티에 공유된 채식 식당은 106개다.
비건 옵션을 제공하거나 완벽한 비건은 아니더라도 고기와 수산물, 동물의 알은 먹지 않고, 우유와 유제품, 꿀은 먹는 '락토'와 같은 비건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비건을 실천한 지 3년이 됐다는 비건바닐라 사장은 음식뿐만 아니라 옷, 화장품 등 일상에서 동물성 소비를 하지 않고 있다.
그는 "버터나 마요네즈 같은 것들도 꼭 동물성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비건 버터, 비건 마요네즈도 직접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비건바닐라 앞에 높여 있는 안내판.밀가루, 달걀, 버터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써 있다. /이유나 기자 |
하지만, 대흥동 문화 복합문화공간인 M식당은 일시적으로 비건 안주와 비건 술을 제공하는 팝업 바를 운영한다.
지난 9일에 시작해 10일 22일, 23일, 24일 팝업바가 열린다.
자두 살사 소스를 올린 타파스(스페인에서 식사 전에 술과 곁들여 간단히 먹는 소량의 음식), 감자샐러드, 비건 소시지, 구운 버섯, 비건 라구(채소와 함께 고기를 뭉글한 불로 끓여 만든 양념을 많이 한 스튜)와 프렌치 롤(껍질이 바삭바삭한 둥근 빵)이 안주로 나온다.
"매출보다 중요한 건 비건이라는 가치에요" 맞배집을 운영하는 김우리씨(왼쪽)와 김다영씨(오른쪽)/이유나 기자 |
식료품 성분, 생소한 화학제품 하나하나를 확인한다.
77월부터 비건 팝업바를 여는 대흥동의 맞배집. 소시지와 라구소스, 프렌치 롤. 놀랍게도 모두 비건이다./이유나 기자 |
실제로 비건을 내건 식당들은 모두 샐러드만 파는 곳이 아니다.
비건 메뉴는 아예 다른 주방에서 할 만큼 철저한 중국 음식점을 비롯해 비건 브런치, 비건 디저트, 비건 샤브샤브까지 다양한 메뉴를 팔고 있다.
"비건으로 부탁해요" 한 마디면 알아서 제공해준다.
하지만 여전히 비건 인구가 많지 않은 대전에서 비건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모험'과 다를 바 없다.
비건 메뉴가 있는 중식당 태원을 운영하는 고록안 씨는 "비건이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손님층이 얇다"며 "한국엔 비건이 보편화하지 못해 재료를 구하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에도 채식 식당이 속속히 생기고 채식 메뉴를 개발하는 이유는 동물과 환경, 건강을 소중히 하는 '비건'이란 가치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이유나 기자
비건 메뉴가 있는 탄방동 중국 음식점 태원. 비건 짬뽕과 버섯 탕수, 비건 짜장면./이유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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