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랩허브 사업선정 탈락 이후 한 포털사이트의 카페에서 관련 게시글에 달린 댓글 모음. |
여기에 중기부 이전 과정에서도 나타났던 보여주기식의 대응으로 민주당 대표와 정부의 정치 손익계산서 사이에서 놀아났다는 의견도 팽배하면서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악재를 만나게 됐다.
지난 9일 대전시는 인천 송도에 밀려 K-바이오 랩허브 사업지 선정 결과에서 고배를 마셨다. K-바이오 랩허브 공모사업 추진과 심사 주관이 중기부로, 대전시와 정치적 악연은 더 깊어졌다.
지역 정가에선 대전 정치인들이 중기부가 이전하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이미 정해진 결과에 그마저도 간헐적으로 보여주기식 투쟁이 전부였다는 비판이 많았다. 지난 중기부 세종 이전 때도 대전의 국회의원 등 여러 정치인이 세종에서 플래카드만 펼쳤지, 서로 마이크 잡기를 꺼렸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또 사진 촬영 직후 자리를 떠난 모습과 지방의원들이 단식과 삭발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취소한 배경에는 "이미 정해졌다"며 대전시와 국회의원들이 만류했기 때문이라는 풍문도 파다하다.
일각에선 허태정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 대전시장 재선 공천을 위해서 송영길 대표의 K-바이오 랩허브 '양보 종용'에 응했고, 대표 눈 밖에 나길 스스로 거부했다는 말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지난주 송영길 대표와 박완주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가 대전에 방문해 예산정책협의회 전후로 이뤄진 자리에서 허 시장에게 이미 결과를 전달했을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의 모 정치인은 "당정협의회를 전후 비공식 대화 과정에서 K-바이오 랩허브에 대한 얘기는 있었을 것이고, 당일 국무총리까지 대전을 방문한 이유가 달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며 "대전에서 열린 모임에서조차 더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는 부분은 결국 송영길 대표의 양보 종용에 간접적 수긍을 한 것"이라고 했다.
지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지고 있는데, 그중 시당위원장인 박영순 국회의원(대덕구)과 관련 상임위인 황운하 국회의원(중구), 지역에서 가장 다선인 이상민 국회의원(유성구을)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박영순 위원장은 초선 국회의원으로 시당위원장 역할을 하면서 중기부 이전과 K-바이오 랩허브 탈락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인 황운하 의원도 이번 중기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 이상민 의원의 경우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실제 정치력을 더 발휘했어야 한다는 반응이다.
이상민 의원은 중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변명도 할 수 없고 지역 국회의원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대전만의 바이오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운하 의원은 "대전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대전 유치를 바랐던 차원은 아니고 국가균형발전과 입지조건 최적화 조건에 대전이 걸맞아서 유치를 희망했다"면서도 "사업이 정치적으로 결정된다고 보진 않는다. 대전이 준비를 많이 했고 발표를 잘했을 것이라 믿지만 얼마나 설득력 있게 했는진 알 수 없다. 어필을 얼마나 잘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영순 시당위원장도 "공모에 최선을 다했지만, 선정되지 못해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 앞으로 대전 위해 좋은 발전 방안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현제 기자 gusw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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