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시장을 걷다] 대전서 가장 일찍 문여는 장터 '역전시장'

  • 경제/과학
  • 유통/쇼핑

[골목시장을 걷다] 대전서 가장 일찍 문여는 장터 '역전시장'

  • 승인 2021-07-09 09:19
  • 수정 2021-08-16 11:51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컷-골목시장



 

 

역전시장, 철도와 함께 대전시와 발걸음

시장 보존=지역 경제공동체 보존 '한 궤'

 

 

"우리 아들도 시장에서 일하도록 해야지."

대전역 서광장에서 왼쪽 길을 따라가면 커다란 시장 간판이 눈에 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자연적으로 조성돼 70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역전시장이다. 지방에서 가치를 타고 온 농민들이 역 앞 광장에서 물건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형성된 대전역전시장은 '좋은 농산물을 사려면 역전시장으로 가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때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곳이다.
대전역과 함께 대전 최초로 시가지가 형성된 곳에 자리 잡은 역전시장은 원도심의 쇠퇴와 대형마트의 등장 등으로 화려했던 타이틀은 간 데없지만, 여전히 대전역을 들리는 사람들이라면 여전히 한 번쯤은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역전시장

역전시장에 과일과 채소들이 옹기종기 진열돼 있다.

70년 동안 터를 잡아 온 곳이기에 역전시장에는 대를 이어 장사 업을 이어오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인지 20년 동안 건어물을 파는 최양임 씨는 자기 아들도 시장 일을 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순두부를 파는 변영철 씨도 30년 두부를 팔아 6남매를 키우신 부모님께 노하우를 물려받았다. 고추, 들깨 등을 파는 동화상회, 채소를 파는 홍일상회, 한밭떡집도 2대째다.


 

현재 역전시장의 상점은 점포와 노점상을 포함해 109곳이다. 시장에 들어서면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인들과는 달리 왠지 시간이 달리 흐르는 곳 같다는 생경한 느낌이 든다. 1차 식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도매시장이기에 물가가 싸다. 5000원짜리 운동화에서부터 2000원짜리 옷도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식당주들이 새벽부터 식자재 구매를 위해 역전시장을 방문하면서 새벽 세시에 문을 연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중앙시장의의 상인들도 역전시장의 단골이다.

 

역전시장 간판
역전시장 입구에 크고 위엄있는 간판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듯 역전시장 주변에는 오래된 건축물이 곳곳에 있다. 철도 건설과 함께 성장한 대전답게 대전역 주변에는 화려했던 옛 명성을 말해주는 근대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한때는 대전에서 제일 잘 나가는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하루에 물건 한 개도 팔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백화점과 마트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도매시장의 기능도 잃어버렸고 대전으로 모이던 사람들이 모두 서울로 가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힘들게 살다 보니 어느덧 이 나이가 됐다"는 상인들 말처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전시장은 그래서 '변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역전시장4
역전시장에 건어물이 진열돼있다.
채양임
역전시장에서 건어물을 팔고 있는 채양임씨(대전 성남동)
역전시장 6

역전시장 중고 옷가게에 앞에 옷이 전시돼있다.


대전역 주변 재개발 이야기가 나오면서 터를 옮기는 사람들도 많아진 데다, 인근 시장들처럼 번듯한 아케이드마저 없다. 자식들에게 자신의 상점을 물려 주겠다는 상인들의 말은 마지막 아우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자식들 다그쳐서라도 가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상인의 말이 언제까지 일인지는 모르지만, 역전시장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이유나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거점국립대 첫 여성총장… 미래인재 육성·교육 균형발전 기대
  2. [사건사고]물놀이 50대 다이빙 후 하반신 마비호소…교통사고 70대 운전자 사망
  3.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4.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5. 갑천 국가습지 보전대책 본격화…교란식물 제거·울타리 설치
  1.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2.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3. [한성일이 만난 사람 기획특집]제97차 지역정책포럼
  4.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5.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사랑카드 7월1일부터 본격 운영 대전사랑카드 7월1일부터 본격 운영

  • 더위 피하고 밥값 아끼고…구내식당 ‘북적’ 더위 피하고 밥값 아끼고…구내식당 ‘북적’

  • 무더위 날리는 물줄기 무더위 날리는 물줄기

  • ‘장마철 타이어 점검은 필수입니다’ ‘장마철 타이어 점검은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