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 "대등한 통합·운영의 원칙 지켜내"

[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 "대등한 통합·운영의 원칙 지켜내"

  • 승인 2021-06-23 17:22
  • 수정 2021-08-08 10:55
  • 신문게재 2021-06-24 1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컷-검색에




김기출 전 동문회 사무국장 겸 학보사 기자
1971년 통합때 두 캠퍼스 정관에 반영 요구
1980년 완전한 분리독립 때도 학생들 지지



"학생들과 지역사회는 줄곧 두 대학에 대등한 통합과 운영을 요구했고, 지켜지지 않을 때 과감히 일어났지"

1969년 대전대학 국문과에 입학한 김기출 씨는 교내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며 숭실대와의 통합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재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과 통합을 인지한 시점은 1970년 2학기였고, 학생들도 알고 있어야 한다며 어떤 교수께서 이사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알려준 덕분이다. 앞서 1968년 중도일보가 학장 인터뷰를 통해 일부 내용을 보도해 지역사회와 동문, 학생들의 적극적인 반대를 예상해 통합의 진행을 극비로 진행한 면도 있었다. 당시 학생들의 발표문을 보면 두 학교에 통합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 대등한 관계에서 통합을 요구했다. 그래서 통합 후 새로운 교명을 어떻게 짓느냐가 중요했다.



한남대 김기출 인터뷰
김 씨는 "동문회장이자 중도일보에 기자였던 윤성한 선배가 몇몇 교수와 함께 '숭실'이라는 교명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쫓아가 항의를 했어도 막지는 못했다"라며 "대전대학에 전통이 통합 대학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대등한 통합 원칙도 훼손된 것에 학생들이 강하게 항의해 '숭전'이라는 교명으로 재차 수정했다"라고 기억했다.

대전 오정골은 1971년에 한 차례 더 학생들의 함성으로 출렁였다. 재단 이사회가 대전대학의 과수원 일부를 매각한다는 소문이 났고 제3의 부지에 통합캠퍼스를 조성한다는 풍문은 지역 대학을 없애려는 숨은 의도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그동안 대등한 통합에 대체로 찬성했으나 이때부터 최초의 분리환원 운동이 시작됐고, 지역사회에 대단한 성원을 받았다"라며 "지역에 유일한 4년제 사립대학이 꼭 유지돼야 한다는 지역 여론과 학생들의 결의가 한 덩어리처럼 큰 힘을 냈다"라고 회상했다.

1971년05월05일 숭전대 성명서
1971년 5월 중도일보에 게재된 대전대환원추진위원회 발표 성명서.

서울과 대전 두 캠퍼스를 양립하는 내용의 재단 정관이 개정되고 대등한 통합에 필요한 몇 가지 약속이 이뤄지면서 1971년 숭전대 대전캠퍼스 시대가 시작됐다.

군 전역 후 강사로 교단에 서던 김 씨는 1980년 후배 재학생들에게서 터져 나오던 완전한 분리독립 목소리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겨울 어느 날 교내 담벼락에 통합 운영에 따른 모순을 고발한 대자보가 붙었고 너무나 적나라한 사실이 학생들에게서 지지를 얻어 해당 학생에 징계를 막을 수 있었다.

 

김 씨는 "1971년 통합 첫 단추부터 학생과 지역사회는 대등한 관계를 요구해 정관까지 바꿨으나 10여 년 실제 통합운영되면서 대전캠퍼스 서자의 설움을 받았다"라며 "총학생회가 이사회를 설득하고 때로는 서울캠퍼스에 1000여 명의 학생이 진격하듯 찾아가 밤샘 농성할 정도로 분리독립은 절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때 두 대학뿐만 아니라 재단법인까지도 완전히 분리됐는데, 교명을 대전대학으로 환원하려 했으나 이미 용운동에 같은 이름의 학교가 설립돼 '한남'이라는 새로운 교명을 지었다.

김 씨는 "염원하던 독립을 이룬 것은 모교를 아끼는 학생과 동문, 지역사회의 성원이 있어 가능했다"라며 "이 역시 하나님의 은총으로 여긴다"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편집국에서]금산 물놀이 사고현장에서
  2. 대전 보행자 교통사고 매년 1200건… 보행자 안전대책 시급
  3. '수업 전 기도' 평가 반영 충남 사립대에 인권위 "종교 자유 침해"
  4. 32사단, 불발화학탄 대응 통합훈련 실시
  5.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창립 20년, 대덕특구 딥테크 창업·사업화 중심지 자리매김
  1. '예비 수능' 9월 모평 사회탐구 응시 증가…'사탐런' 두드러져
  2. [홍석환의 3분 경영] 10년 후, 3년 후
  3.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4. 대전탄방초 용문분교장 개교 준비 이상 무… 교육감 현장 점검
  5. [춘하추동] 광복80년, 우리는 진정 국보를 환수하고자 하는가?

헤드라인 뉴스


“2027 충청 U대회 성공은 국가균형발전과 충청 성장동력 모델”

“2027 충청 U대회 성공은 국가균형발전과 충청 성장동력 모델”

2027년 충청권 4개 시·도가 개최하는 충청 유니버시아드 대회(하계U대회)를 국가균형발전과 충청권 미래 성장동력의 엔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를 위해 정책적·제도적 지원은 물론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고, 특히 4개 시·도의 고유한 역사와 정체성을 비롯해 산업과 관광 등 특성을 활용한 도시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을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국회의원 주최로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27 충청 U대회 성공..

공깃밥 1000원 공식 깨지나… 쌀값 15% 오르자 소상공인·소비자 울상
공깃밥 1000원 공식 깨지나… 쌀값 15% 오르자 소상공인·소비자 울상

쌀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식당 공깃밥 1000원 공식이 깨지게 생겼다. 소비자들은 밥상 필수품인 쌀값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식당 등도 이제껏 올리지 않았던 공깃밥 가격을 올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날 기준 대전 쌀 20kg 한 포대 소매가는 5만 9800원으로, 1년 전(5만 1604원)보다 15.8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치인 평년 가격인 5만 3315원보다 12.16% 인상했다. 가격이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지정… K바이오 핵심 거점으로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지정… K바이오 핵심 거점으로

국토교통부가 충북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의 산업단지계획을 28일자로 승인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는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일원으로 면적 411만9584㎡다. 사업비는 2조3481억 원, 유치업종은 바이오 산업, 사업시행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기간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다.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는 2018년 8월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후 농업진흥지역 등 입지 규제로 인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3년 8월 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