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임재근 집행위원장(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평화통일교육연구소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최근 겪은 황당한 일을 알렸다. 지난해에 이어 이달 재개된 2차 유해발굴을 위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가운데 갑자기 15건가량의 자원봉사 신청이 몰려들었고 이를 확인하던 중 어처구니없는 내막을 확인했다. 신청서에 기재된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지만 신청자 이름과 맞지 않은 데다 신청한 적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임 집행위원장은 중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청자는 남성인데 여성이 전화를 받았다"며 "자원봉사 신청서에 소속을 적게 돼 있는데 한 대학이었고, 그 대학 소속이 맞느냐고 했더니 졸업한 학교라고 했다. 어딘가에서 개인정보를 획득해서 악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SNS를 통해 이번 일이 더 악의적으로 판단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허위로 자원봉사를 신청하면서 친일인명 등 골령골 학살과 대척점에 있거나 민감한 이름을 기재했기 때문이다. 15건의 자원봉사 신청자 이름에는 김구 선생 학살 배후자로 지목되고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한 김창룡을 비롯해 백선엽의 사촌누나인 백희엽, 일제강점기 고등계 경찰 하판락, 산내 학살 현장책임자 심용현 등 이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승만 전 대통령과 이 정권 2인자로 알려진 이기붕,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의 이름으로도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임 위원장은 "71년 전 이 땅에서 벌어진 가슴 아픈 일을 치유하는 길에 함께 동참하려는 분들을 모집하는 데 장난을 넘어 악의적인 행동으로 보인다"며 "산내 학살의 가해자들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을 보면 악의적이라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지역사회는 거센 비난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시민들은 "업무방해죄로 고소라도 해서 안 그래도 어려운 유해발굴 사업에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방해를 막아야 할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다", "추적과 처벌이 필요하다" 등 강력한 조치를 주문했다.
대책회의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식 수사 의뢰를 검토 중인 상황이다. 임재근 집행위원장은 "업무방해로 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법률자문을 받은 상태"라며 "다만 유해발굴과 이달 말 위령제 준비 등 일손이 부족한 상태여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익준·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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