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에 5㎞ 길이의 산성을 발견한 게 1980년대 초, 문화재로 지정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걸까요"
지난 40년간 계룡산관리사무소에 재직하며 공원을 가꾸고 보살핀 조성열 씨는 계룡산성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당사자다. 계룡산성은 충남 공주방향의 해발 800m 산봉우리에 사람 손으로 쌓아 올린 총연장 4㎞ 석축 산성을 말한다. 세상에 실체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미발굴 석축 성곽이며, 신원사에서 1시간가량 산을 올라 성벽을 마주할 수 있다. 신원사 뒤편 해발 425m에서 시작해 북쪽의 연천봉과 문필봉, 관음봉, 쌀개봉을 거쳐 계룡산 최정상인 천황봉(845m)까지 이어져 규모가 상당하다.
조성열 씨는 1977년 당시 계룡산국립공단 충남관리사무소에서 일을 시작해 3년을 빼고 계룡산을 지켰다. 퇴직 후 10년간 녹색순찰대와 자연환경해설사로 남아 시민들에게 계룡산을 알리는 데 열정을 받쳤다.
지난 50년 계룡산을 가꿔온 조성열씨. |
조 씨는 1980년대 초 계룡산에 거대한 산성이 있다는 것을 눈으로 목격한 이래 계룡산성의 유래를 조사하고 세상에 보존 가치를 알리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다.
계룡산국립공원에 계룡산성 위치도. |
조성열 씨가 발견한 계룡산성 내 기와파편. |
조 씨는 "퇴직하기 전까지 이 산성에 이름만큼은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는데 퇴직하는 해 4월 초파일에 결정적 기와를 발견했으니, 계룡산의 도움이 아니었겠나 싶다"라며 "문화재로 지정해 정식 발굴조사를 실시해 깊은 산에 산성을 쌓아야만 했던 이유를 알고 싶다. 우리는 아직 계룡산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1978년 계룡산 불법 건축물 집단 철거사업과 1986년 620사업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산속에 무속인 시설이 정비되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순수한 자연환경은 보존되지 못했을 것이다. 반대로, 100여 개의 종교단체가 각각의 색깔을 지닌 채 운영된 신도안만큼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조 씨는 "신도안이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면 다양한 종교문화가 어우러져 보고배우는 광광의 명소가 되었을 것"이라며 "이곳에 역사적 계룡산성이 있다는 입간판이라도 세우고 발굴한다면 계룡산에 새로운 유물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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