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운영위원 |
1년여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를 맞은 우리 사회에서 기본소득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는 가장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도일보와 기본소득국민운동대전본부는 앞으로 6회에 걸쳐 기본소득의 정의, 그 주요 내용과 특징 및 외국의 사례 등을 소개해 기본소득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편집자주>
기본소득은 공동체가 구성원에게 정기적으로 현금을 모두에게 조건 없이 개별로 지급하는 제도다. 코로나 19로 가속화된 기본소득 논의는 이제 사람들이 한 번쯤 들어본 주제다. '00소득'이라고 이름 붙인 정책이 등장하고 '00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현금성 선별복지제도가 등장하기도 한다. 기본소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민들은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의문이 생겨도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이런 시민들에게 추천하는 바는 기본소득의 다섯 가지 원칙과 한가지 방향성을 점검해보는 것이다. 물론 일부 실험적인 정책에서는 기본소득의 원칙을 만족하지 못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 정책이 실험을 넘어 제도가 되고자 할 때 원칙과 방향성을 검토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다섯 가지 원칙은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심사 없이 무조건적으로,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로, 일시불이 아닌 정기적으로, 쌀이나 빵이 아니라 사용 가능한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방향성은 기존의 복지제도 및 의료, 교육, 공공서비스의 축소 없이 함께 기본소득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정책이 얼마나 기본소득에 가까운지 궁금할 때, 혹은 기본소득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알려 나갈 때 원칙과 방향성을 점검해봐야 한다.
쉽고 명확한 것이 기본소득 개념의 장점이지만 동시에 최근 대한민국의 기본소득 쟁점에서 시작해야 할 논의가 있다. 그것은 다섯 가지 원칙 중 하나인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보편적으로'라는 원칙이다. 우리 사회는 어디까지를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있는지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단계다. 21세기에 국경은 희미해져 가고 국가 간 이동은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급속도로 발전된 비대면 기술은 우리 삶에 깊숙이 적응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전 지구적인 단위에서 논의되고 있기에 지금도 기본소득의 전 지구적 운동 네트워크인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에서'에서는 온라인 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세계 각지의 활동가들이 기본소득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의 기본소득은 얼마나 세계적인 고민을 함께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개념으로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결국에는 시민들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어디까지 우리 공동체 구성원인지, 그렇게 결정된 구성원의 울타리에서 배제되는 사람은 없는지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중국적으로 미국에 있는 사람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일까? 일본 국적이지만 한국에서 10년간 살면서 경제생활을 한 사람은 어떨까? 부족한 일손을 채우고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약 20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일까? 미얀마의 열악한 정치 상황으로 생존을 위해 한국으로 망명 온 미얀마 난민은 한국의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을까?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 의견을 떠나서 사회구성원의 범위를 논의하는 작업은 다양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별나라 세상처럼 느껴지던 기본소득도 논의하는데 우리 이웃은 누구인지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큰 문제일까 싶기도 하다.
한반도에 살고 있지만, 분단으로 인해 사실상 섬나라이자 철조망이라는 물리적 국경이 있는 대한민국에서 국경과 국적을 기준으로 하는 '국민'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유럽연합처럼 국가 간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지역과는 다르게 대한민국에서는 지금까지 기본소득을 고민할 때 '보편성'의 범위는 중요하게 다뤄진 적이 없다. 국적의 울타리는 행정적으로는 명확해 보이지만 국민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 내 이웃을 사랑하라는 격언을 다시 돌이켜 보면서 우리는 누구의 이웃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김재섭 기본소득 대전네트워크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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