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 기록-12] 옛 판소리 명창이 소리할 때 ‘방 문고리’ 흔들렸다

[10년간의 취재 기록-12] 옛 판소리 명창이 소리할 때 ‘방 문고리’ 흔들렸다

마이크와 스피커 없던 시절, 충청도 명창은 큰 성음으로 ‘야외 소리판’ 장악
‘초기 판소리=충청도 소리’…방만춘의 풍부한 성량, 초기 판소리의 ‘전형적인 특징’

  • 승인 2021-05-20 10:05
  • 수정 2021-09-28 14:13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12편 송만갑 사진
판소리를 하면 우렁찬 통성으로 인해 집 천장에서 먼지가 다 떨어졌다는 동편제 거장 송만갑 명창 모습.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방만춘의 가장 큰 특징은 풍부한 성량을 지녔다는 점이다. 이는 초기 판소리, 그러니까 충청도 판소리 중고제의 전형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앞서 보도한 "방만춘 소리가 절이 무너지는 듯한 굉장한 소리로 들렸다"는 충남 해미 일락사 절(사찰) 목공의 증언만 봐도 방만춘은 고음을 잘 구사했던 명창으로 짐작된다. 조선창극사는 방만춘을 두고 독보적인 살세성(통성과 시성의 중간 성음으로 가늘고 분명한 높은 성음·목을 단련해야만 이런 성음이 나옴)을 보유했다고 기록했다. 방만춘은 이런 이유 등으로 천성적으로 타고나 고음 발성과 피나는 독공을 통해서 진한고 풍부한 성음을 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초기 명창들의 일화는 더 실감난다.

근대 전설적인 김명환(일산(一山)·1913-1989) 판소리 고수는 이렇게 증언했다. '이날치 명창의 소리는 어디까지 들렸고, 송만갑 명창이 소리하면 집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졌다. 장판개 명창이 소리를 지르면 방문 문고리가 흔들렸다'는 등이다.

12편 장판개 사진
판소리를 하면 엄청난 성량으로 방문 문고리가 흔들릴 정도였다는 동편제 대가 장판개 명창 모습.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김명환 고수는 증언을 통해 "통성(아래 뱃속에서 바로 목으로 뽑아내는 성음)으로 하는데, 어떻게 체조를 헐 것이요"라고 말했는데,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도 바쁜데, 어떻게 잔 기교를 부릴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처럼 큰 소리를 질러야하는 판소리 창법과 단순한 기교, 담백한 곡조는 초기 판소리, 즉 중고제의 특징 중 하나다. 청주에서 중고제 연구에 매진 중인 조동언 판소리 명창은 "초기 판소리 명창들은 지금처럼 마이크나 스피커 등의 음향시설이 없었던 시대에서 소리했다"며 "고음을 갖춘 소리꾼들이 야외 소리판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명창의 말을 종합하면 야외무대에서 주로 활동했던 초기 판소리 명창들은 소리를 멀리까지 보내야했기 때문에 고음의 소리를 했고, 고음은 야외무대 소리판을 장악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호걸제와 덜렁제가 유행했다.

통성은 근대 명창들까지 영향을 줬고, 현재 소리 입문자들도 통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반면 통성으로 불러야했던 시대를 감안하면 판소리 성음에 대한 잔 기교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노재명 판소리학자는 이에 대해 '김창룡과 중고제 판소리' 글(판소리 명창 김창룡·그 손녀 김차돈 1995년 CD 해설서)에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노 학자는 "기계 의존 없이 실내외에서 판소리를 해야 했던 옛 명창들은 붙임새나 장단 공부보다 소리를 우렁차게 내지를 수 있는 실력을 배양하는 데 가장 주력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권오성의 원담소리, 방덕희의 우레목통, 조관국의 한거성'이라는 기록과 '모흥갑의 덜미소리는 십리 밖까지 들렸다'는 기록 등이 그런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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