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 기록-9] '신재효일까, 송흥록일까’… 우리나라 첫 판소리 명창은?

[10년간의 취재 기록-9] '신재효일까, 송흥록일까’… 우리나라 첫 판소리 명창은?

첫 판소리 명창은 ‘우춘대, 하은담, 최선달’, 2명은 충청도 출신
판소리 ‘제’(制), ‘ 무숙이타령 필사본’서 첫 언급…최석황, 하은담과 동시대 인물

  • 승인 2021-04-13 14:02
  • 수정 2021-08-24 00:48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국악음반박물관소장_무숙이타령_필사본
전승이 끊어진 조선시대 판소리 무숙이타령 사설이 기록된 '게우사(戒友詞)' 희귀 문헌. 1890년 필사.
판소리에서 '제'(制)라는 말이 붙은 단어 가운데 문헌에 남아있는 기록으로는 이 필사본에 적혀있는 '내포제'가 가장 오래 전에 쓰인 말이다. 충청도 지역의 음악 문화를 바탕으로 한 판소리가 오래 전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판소리를 불렀던 사람은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판소리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신재효(1812~1884) 선생이었을까, 아니면 가왕(歌王)으로 불렸던 송흥록(1801 ~ 1863년) 명창이나 조선 8명창 중의 한사람이었을까. 신재효 선생같은 경우는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매우 익숙한 인물이다. 송흥록 명창 등 조선 8명창은 현재까지 언론 매체 등에서 많이 다뤘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판소리가 어느 시점부터 시작됐고, 또 어떤 사람이 처음으로 불렀는지 정확한 근거자료는 없다. 다만, 오래된 판소리 기록 문헌에서 '판소리 시작점'을 추측할 수 있다.

판소리 기록 문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만화집(晩華集)'이다. 조선시대인 1754년, 충청남도 목천 선비 유진한이 춘향가에 대해 쓴 장편시가 이 만화집에 실렸다. 기록 문헌도 있지만 대부분 사설 등 판소리와 관련된 것들은 구전으로 전해져 온다. 지금도 판소리를 배우는 학생 등도 스승에게 구전으로 소리를 배우고 있다.

ㅇ
노재명 판소리학자가 2017년에 초기 판소리 명창 우춘대의 심청가 중 '화초타령' 장면을 형상화 한 설치미술 작품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구전에 따르면 판소리 첫 명창으로 거론된 인물은 '우춘대, 하은담, 최선달'이다. 이들은 판소리 명창 중에서 가장 오래전 명창, 즉 판소리를 처음으로 불렀던 사람으로 꼽힌다. 하은담은 하한담, 하언담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 명창 중에서 2명인 하은담과 최선달은 충청도 출신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는 게 국악학계의 의견이다. 충청도 중고제를 오랫동안 탐구해온 청주의 조동언 명창은 "초기 판소리가 충청도에서 시작된 만큼 첫 판소리 명창도 충청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춘대, 하은담, 최선달 명창은 18세기에 활동했던 명창들로 알려졌다. 노재명 국악학자 편저 '잊혀진 판소리 무숙이타령을 찾아서'(2020년)에서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노 학자는 이 책에서 판소리 '제'(制)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판소리에서 '제'(制)라는 말이 붙은 단어 가운데 문헌에 남아있는 기록으로는 무숙이타령 필사본(국악음반박물과 소장)이다. 필사본에 적혀있는 최석황 명창의 '내포제'가 가장 오래 전에 쓰여진 것이라는 게 노 학자의 설명이다.



조선시대 숙종 무렵인 최석황, 하은담 시대에 이미 충청도 지역의 음악 문화를 바탕으로 한 판소리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석황은 '무숙이타령 필사본'의 기록으로 봤을 때 하은담과 동시대에 활동한 명창으로 추정된다. 정노식 저서 '조선창극사(1940년)'에도 하은담(하한담)과 함께 판소리의 효시(嚆矢)로 충남 결성의 최선달이라고 기록돼 있다. 최선달이 최석황과 동일 인물이거나 같은 집안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하은담과 최선달이 충청도 명창이라면 충청도 사투리를 바탕으로 한 판소리를 구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초기 판소리 사설 등은 '충청도 스타일'로 구성된 것으로 보여진다. 다음 편은 판소리 사설은 왜 '전라도 사투리'로 돼 있을까에 대해 다룬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세종시, 전국 최고 안전도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