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의학연구원(KIOM) 전경. |
한의학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한다.
우리나라처럼 전통의학이 현대 가치에 맞춰 발전하고, 국가 의료체계 한 축으로 자리 잡은 경우는 흔치 않다. 물론 한의학을 과거 의학으로 치부하는 편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한의학은 미래의학과 가깝다. 미래의학의 큰 특성인 질병이 생기기 전 건강을 관리하는 예방의학과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는 맞춤 의학이 한의학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KIOM·이하 한의학연)은 이런 한의학의 강점에 현대과학을 활용, 한의학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의학연은 고유 전통과학인 한의학을 기반으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모바일 등 ICT 기술과의 융합을 시도 중이다. 한의학이 주도하는 새로운 융합의학은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급증하는 난치성, 노인성, 환경성 질환 극복에 초점이 맞춰 있다. 이 때문에 한방과 양방 통합의료 연구를 활성화해 새로운 치료기술과 치료법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과학의날을 맞아 중도일보가 살펴본 한의학연의 주요 성과와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첨단센서 융합형 복진기 개발=한의학에서 복진(腹診)은 복부의 모양·통증양상·색상 등 복부의 징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진단법을 말한다. 미래의학부 연구팀은 한의사의 주관적 판단을 통해 이뤄진 복진을 보다 객관적으로 수행하고 정량적인 생체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복진기를 개발했다.
개발된 복진기는 한의사가 복진 시 관찰하는 환자의 특징을 정량적 데이터로 제공하고, 나아가 담음, 식적 등 5종 한의 변증과 같이 한의사가 질병 판단 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한의학에서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를 변증에 따라 달리 치료하는데 이번 복진기는 두 가지 변증을 기준으로 환자를 구분할 수 있어 임상현장에서의 활용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충분한 임상데이터 확보 후 불임증·갱년기증후군·생리불순 등 부인과 질환·우울증·치매·불면증 등의 뇌신경 정신질환은 물론 비만·고혈압·중풍 등 성인병과 아토피 피부염·건성피부 등 피부 질환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CI). |
연구팀은 건망증 개선에 쓰이는 태계혈 전기침 치료를 실험쥐에게 2주간 3회씩 총 6회 진행했다. 그 후 새로운 물체를 좋아하는 습성을 활용해 이전 물건을 얼마나 기억해 새로운 물체로 향하는지 확인하는 신물질탐색실험을 수행했다. 실험 결과, 태계혈에 전기침 치료를 받은 쥐의 인지기능이 치료를 받지 않은 쥐보다 29%가량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나아가 침 치료를 받은 쥐에게서 전두엽의 활성 정도를 나타내는 글루코오스 발생량이 11%가량 증가한 것을 확인해, 전두엽 활성이 개선된 사실도 밝혀냈다.
전침 치료사진.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
실험 결과, 허리부위 촉각예민도를 측정하는 2점 식별검사에서 진짜 침 치료를 진행한 군이 18.5%의 예민도 개선을 보였다. 반면 가짜 침 치료군은 4.9% 더 둔감해져 큰 개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아가 fMRI를 활용해 환자의 뇌 구조 변화를 살펴본 결과 허리 감각이 둔해질수록 허리영역과 관련된 뇌 회백질 부피가 증가한 데 반해, 치료 후 회백질 부피가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파킨슨병 치료 가능성, 동의보감에서 찾다=한약자원연구센터에선 한약자원의 발굴부터 유효성 검증, 산업화 소재 개발까지 한약자원의 전주기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미래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하는 곤충 중 동의보감 충부(蟲部)의 약재들을 주제로 효능 및 기전 규명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백강잠 추출물이 파킨슨병의 운동장애를 개선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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