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전경. |
바야흐로 우주경쟁 시대다. 우주를 향한 세계 각국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전망한 우주 산업 시장 규모는 2040년 약 1조 1000억 달러다. 세계는 정부 주도의 우주 개발에서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인 '뉴스페이스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우주개발은 우주 선진국에 비해 뒤늦게 시작됐다. 하지만 짧은 기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해외와의 공동 개발로 위성개발을 시작했지만, 이젠 고해상도 광학위성과 세계 최초로 정지궤도에서 대기오염물질을 관측하는 천리안위성을 운영해 국민 삶에 밀접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엔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도를 가진 아리랑위성 7호와 함께 고해상도 영상레이다를 탑재한 아리랑위성 6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우주강국 도약을 이끄는 이 같은 노력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하 항우연)이 중심에 있다.
이상률 원장은 "항공우주 기술은 AI,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경쟁력과 새로운 먹거리 창출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며 "차세대 성장동력 마련과 국민의 안전한 생활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과학의날을 맞아 중도일보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미래를 들여다봤다.
전자파 환경 시험중인 차세대중형위성 1호.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시험평가시설의 산·학·연 공동 활용, 중소·중견기업 등 관련 산업계 협력·지원 및 기술사업화, 정부, 민간, 법인, 단체 등과 연구개발협력 및 기술용역 수탁·위탁하거나 주요 임무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제작된 위성들은 해외 발사체를 이용해 우주로 향하고 있다. 아직 대한민국의 우주발사체가 없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엔 대한민국 발사체로 우리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게 가능해진다. 우리 힘으로 개발 중인 독자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올 10월과 내년 5월 발사를 앞두고 있어서다.
내년 8월엔 '한국형 달궤도선'을 발사해 대한민국 최초 우주탐사에 도전한다. 달 탐사를 통해 그동안 확보한 우주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항우연의 도전은 지금부터다.
이송 준비 작업중인 차세대 중형위성 1호.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아리랑위성 시리즈가 국가 임무 수요대응과 우주기술 자립을 위해 위성의 설계·제작·시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면 차세대중형위성 개발사업은 국가 위성개발을 통해 항우연이 쌓아온 첨단위성의 설계·제작 기술을 민간으로 본격 이전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국내 우주산업을 육성으로 이어진다.
차세대중형위성 개발사업은 항우연과 국내 산업체 간 공동설계팀을 운영했다. 항우연의 위성개발 경험과 차세대중형위성 시스템 및 본체, 탑재체기술 등이 참여기업에 성공적으로 전수돼 우주기술 저변확대 및 산업화에 실질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성과를 달성했다.
차세대중형위성 개발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탑재체를 장착할 수 있는 표준형 위성 플랫폼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위성본체를 표준화해 그 위에 다양한 수요자들을 만족할 수 있는 광학카메라·영상레이더·기상센서·초분광기 등 다양한 탑재체를 효과적으로 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위성 제작 기간을 단축하고 제작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게 가능하다. 2호기부턴 국내 산업체가 차세대중형위성을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수출을 위한 경쟁도 가능하다. 차세대중형위성 1호기 탑재체에서 광검출기(CCD)를 제외한 나머지 부품을 모두 국산화 개발한 점도 의미가 높다.
한국형 달 궤도선 CG 스틸컷.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
지구에서부터 태양방향으로 150만㎞ 떨어진 반환점을 돌아 38만㎞ 떨어진 달까지 우주선을 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강력한 추진기술, 정밀 항법과 제어기술, 심우주 통신, 그리고 극한 우주환경에 견디는 강도가 필요하다.
한국형 달궤도선 사업은 항우연을 비롯한 국내 6개 기관과 미국의 NASA가 참여하는 국제협력 사업이다. 궤도선 탑재체로는 고해상도카메라·광시야편광카메라·자기장측정기·감마선분광기·우주인터넷탑재체·쉐도우캠 등 총 6개가 실리게 된다.
항우연에서 개발한 고해상도카메라는 2030년으로 계획된 달 착륙선의 착륙 후보지 탐색을 위해 달 표면 주요지역을 촬영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광시야편광카메라는 달 표면 입자와 우주선(space ray) 등의 영향 분석을 위한 달 표면 편광영상을 촬영할 예정이다.
경희대의 자기장측정기는 달 생성 원인 연구를 위해 달 주변의 자기장 세기를 측정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감마선분광기는 달 표면의 자원탐사에 사용되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심우주 탐사용 우주인터넷 시험을 위한 우주인터넷 탑재체를 개발했다.
쉐도우캠은 NASA에서 개발한 탑재체로 달의 물 등 휘발성 물질 연구를 위해 달 극지방 영구음영지역 영상을 촬영해 미국의 유인 달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시험발사체가 발사되는 순간.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
이번 시험으로 누리호 1단부 성능과 내구성을 비롯해 엔진 클러스터링 기술 확보 등 누리호 발사 전 가장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다. 이로써 누리호 2단과 3단에 이어 1단 개발도 마무리됐다.
한국형발사체는 독자기술로 개발하고 있는 우주발사체로,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3단형 발사체이다. 누리호는 75t급 액체엔진 4개로 구성된 1단, 75t급 액체엔진 1개로 구성된 2단, 7t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 3단으로 구성된 300t급 추력의 3단형 우주발사체다.
현재 나로우주센터에선 누리호 비행모델에 대한 조립이 한창이다. 항우연은 오는 9월 발사 전 사전 리허설을 진행한 후 10월 첫 발사에 도전할 계획이다.
한국형발사체 1단 산화제탱크의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이상률 원장은 "세계 각국에서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틈새 시장을 찾아야 한다"며 "그동안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산업체로 이전하는 등 민간 우주 생태계가 우리나라에서도 조성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