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충남경찰청 상무관 모습. |
철거가 아닌 보수 차원의 리모델링이라고는 하지만, 기록화 사업이나 전문가 실측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공사를 착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건축물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고려하지 않은 과실이라는 점에서 대전형무소 관사 철거와 마찬가지로 성과를 위한 목적성에 휩쓸려 미래유산을 평가절하한 대표적 사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옛 충남경찰청 상무관은 이달 초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갔으며 현재 기와가 내려졌고, 골조와 뼈대만 남았다.
대전시에 따르면 활용 논의 단계에서 '사람은 들어갈 수 없는 건물' 수준인 D등급에 해당하는 안전진단 등급을 받았다. 건물을 허물거나, 완벽한 보강 공사가 필요하다는 진단 아래 시민 공유 공간으로 활용하는 목적에 맞춰 보강공사를 결정했다.
문제는 활용계획과 안전진단 단계에서 문화재전문가 자문이 미진했고, 리모델링 규모나 원형 보존(기와 재사용, 벽면 수리 등) 여부에 대한 계획성 또한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소제동 철도관사촌 일부 관사 소유주가 국가등록문화재를 신청했지만, 리모델링 과정에서 원형 훼손 또는 변형한 사례를 다수 발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등록 여부에 대한 진정성 논란과 함께 과거의 모습과 대조할 기록이 부족하다는 점이 걸림돌이 됐다. 이로 인해 소제동 관사 등록문화재 상정 여부는 지금까지도 계류 중이다.
이를 볼 때 비록 권고 수준에 해당하는 근대건축물이고, 보강 공사 차원이라 해도 상무관의 역사적 가치를 우선순위에 뒀다면, 전문가들이 투입된 기록화 사업을 우선 추진했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보강공사에 들어간 상무관 모습. |
상무관과 대전형무소 관사는 소유권자가 개인이냐 관이냐의 차이일 뿐, 안일한 역사의식과 행정 조직 전반의 긴밀한 협조 체계가 무너졌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는 대전시가 올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시등록문화재' 제도에도 역효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관에서 형무소 관사와 상무관을 보존보다는 철거, 그리고 활용을 위한 변형을 추진했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제도가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상무관을 시민의 별채로 추진하는 대전시와 대전사회적자본지원센터는 "원형은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시민의 별채 전 담당자는 "추진 당시 문화재청과 대전경찰청, 캠코를 통해 자문받았다. 제1 조건은 공사 후 모습이 이전과 똑같아야 한다는 것으로 기억한다"며 "기와도 벽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질 것이고, 실측은 안전진단 단계에서 전반적인 설계도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향후 문화재급에 해당하는 상무관 건물에 대해 전문가, 시민, 상인들과 논의를 거쳐 활용 여부를 결정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대전시 문화재 담당자는 "필요하다면 지금이라도 공사과정을 정확히 기록하고, 이번 공사를 통해 상무관이 가진 문화재적 가치가 훼손되어 문화재등록에 지장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는 원형을 지키며 공사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1차 현상 변경이 이뤄졌다는 점은 향후 국가등록문화 권고 철회라는 잠재적 변수로 남을 수 있다고 조언해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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