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침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침대 위의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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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침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침대 위의 세계사

침대 위의 세계사 │브라이언 페이건·나디아 더러니│안희정 옮김│올댓북스

  • 승인 2020-12-26 10:22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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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의 세계사

브라이언 페이건·나디아 더러니│안희정 옮김│올댓북스



고대부터 미래까지,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인류의 역사 가운데는 늘 '침대'가 있었다.

이 책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 혹은 보통의 존재 이하라고 바라봤던 침대가 얼마나 세계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새롭게 일깨워 주고 있어 흥미롭다. 침대의 재발견이다.



과거 침대는 사적인 공간도 숙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부의 상징이었고, 권력과 신분을 나타내는 징표이자, 죽음과 회복, 사교의 장이었다.

투탕카멘은 자신의 황금 침대에 뉘여 잠들었다. 조립식 장례용 침대 3개는 투탕카멘 무덤의 곁방에 놓여 있었는데 침대 높은 쪽 부분을 동물 머리를 한 인물상으로 장식했다. 사자 침대는 시신을 미라로 만드는 작업에 사용됐고, 하마 머리를 장식한 침대는 고대 이집트 신화에서 분만과 다산의 여신 타와레트에게 봉헌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소머리로 장식된 침대는 부활과 창조라는 개념이 연결된 여신 메헤트와레트를 떠오르게 한다. 이렇듯 화려한 임종은 지상과 천국에서 망자의 신분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식으로 활용됐다.

과거 침대는 사교를 위해 같이 쓰는 관습도 있었으나 필연적으로 침대는 왕의 상징이었다.

군주는 침대에 앉아서 판결을 내렸는데, 프랑스는 왕들이 침대에서 판결을 내리는 전통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군주의 침대는 7단 계단이 연결된 높은 단상에 있었고 왕은 거기 누워 있었다. 고관은 일어서 있고, 하급 관리는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언제나 군주 일가를 둘러싼 위계를 눈으로 확인했던 신분의 벽이었다.

침대를 논할 때 성과 출산도 빠질 수 없는 키워드다. 흥미로운 점은 메소포타미아와 고대 이집트에서 출산한 산모들이 침대에서 일정 기간 휴식을 취했다는 공통점이다. 출산은 침대가 아니라 낮은 스툴의 분만의자에서 이뤄졌고, 출산 후 휴식과 격리를 위해 침대로 들어갔다는 관습이 같다. 출산과 피로 인해 더럽혀지고 불결한 상태이기 때문에 침대에서 격리 또는 정화 의식을 통해서 다시 깨끗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중세 유럽에서 침대는 과시용이었는데, 천장부터 캐노피를 둘러치기도 했고, 15세기 이탈리아인들은 냉기와 악마를 차단하기 위해 침대 프레임 네 곳에 커튼을 거는 네 기둥 침대를 만들었다. 네 기둥 침대는 오랜 시간 유럽에서 유행한 트렌드였다.

엘리자베스 1세의 침대도 장엄한 권력의 상징을 보여준다. 여왕은 사실(私室)은 침실과 알현실이 이어지는 왕궁의 중심이자 사적인 공간이었다. 재위 기간 28명의 시녀가 사실에서 일했는데 이들의 여왕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정쟁에서 위태로운 여왕을 지키던 기사였던 셈이다.

미국의 유명한 희극배우 그루초 막스는 이렇게 말했다. "침대에서 하지 못할 일이라면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없다"고. 이 기사도 침대에서 쓰였으니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 아닐까.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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