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건강한 숲과 맑은 물을 만드는 숲가꾸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건강한 숲과 맑은 물을 만드는 숲가꾸기

원명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육성·복원연구과장

  • 승인 2020-12-22 15:50
  • 신문게재 2020-12-22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국립산림과학원 원명수 과장
원명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육성·복원연구과장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물을 다스리는 치수(治水)를 나라의 가장 중요한 책무로 여겨왔다. 치수의 근본은 치산(治山) 즉, 숲을 만들고 가꾸는 데 있다. 숲은 수자원을 함양해 가뭄과 홍수를 예방하고 수질을 정화하는 등 물 환경과 깊이 관련돼 있다. 이러한 기능을 통칭해 수원함양기능이라고 하며 숲이 주는 공익기능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숲이 제공하는 수원함양량은 연간 195억t에 달한다. 소양강댐 유효저수 용량의 10배다.

수원함양기능은 숲의 종류와 관리 상태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키를 가진 활엽수들과 풀들이 어우러진 건강한 활엽수 천연림의 수원함양기능이 가장 우수하다. 유기물과 토양 공극이 많아 빗물 저장 능력이 좋은 숲 토양을 가지고 활엽수가 빗물을 차단하는 양도 적어 토양 속에 더 많은 빗물을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활엽수 천연림에서는 1년 동안 내리는 빗물의 약 63% 정도가 유량돼 하류로 공급되는데, 우리나라 평균이 57%인 것을 생각하면 활엽수 천연림이 단위면적당 더 많은 물을 공급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그동안 산림녹화와 목재 자원 육성을 위해 심었던 소나무·잣나무 등이 어우러진 침엽수 인공림은 건강한 활엽수 천연림보다 수원함양기능이 다소 낮다. 침엽수 인공림은 나무가 자랄수록 과밀해져 숲의 바닥에 햇빛이 닿지 않아 키 작은 나무나 풀들이 자라기 어렵다. 이러한 숲에서는 토양의 빗물 투수 기능이 나빠지고 나뭇가지와 잎이 빗물을 차단하는 양도 증가해 수원함양기능이 약화된다. 특히 침엽수의 촘촘한 바늘잎은 넓은 활엽수 잎보다 빗물 차단 효과가 더 크며, 이러한 효과는 약한 비가 자주 내리는 봄과 가을에 두드러져 땅에 충분한 수분공급이 어려워진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침엽수 인공림의 수원함양기능을 회복하고 증진하기 위해 과밀한 침엽수 인공림을 솎아베기한 후 숲에서 흘러나오는 유량의 변화를 20년간 관측한 결과 솎아베기 후 10년 동안 숲의 연평균 유량이 약 1.5배 증가했다. 이는 숲가꾸기를 통해 나뭇가지와 잎이 빗물을 차단하는 양을 줄이고 숲 바닥에 햇빛이 들게 해 키 작은 나무와 풀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토양의 수원함양을 높였기 때문이다. 숲을 가꿈으로써 약화됐던 수원함양기능이 건강한 활엽수 천연림의 수준으로 회복된 것이다.

이는 우리가 취수를 목적으로 하천에 설치하는 댐의 효과와 유사하다. 일반적으로 댐은 물이 많은 시기에 저장했다가 하천에 물이 마르는 시기에 방류해 유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한다. 유량을 자연적으로 조절하는 숲, 숲가꾸기를 잘 실행한 숲은 잘 만든 '녹색댐'이라고 할 수 있다. 예상보다 많은 비가 내리면 댐은 붕괴 위험으로 인해 방류할 수밖에 없다. 올여름처럼 장마와 폭우가 계속돼 숲이 가지고 있는 전체 저수량을 넘어서면 숲의 종류나 관리 상태와 관계없이 홍수 크기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계속된 비로 숲 토양이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모든 공극이 차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한 숲은 도심지에 비해 홍수가 집중되는 시간을 늦출 수 있으며 그 양도 저감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숲가꾸기를 통해 1년 내내 마르지 않는 계곡을 만들고 홍수를 완화하며 깨끗한 물을 공급해주는 숲의 기능을 증진시키는 것이 꼭 필요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NASA 아르테미스 2호 발사, 한국 큐브위성 'K-라드큐브' 사출 성공… 교신 시도 중
  2.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6년 4월3일 금요일
  3.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4. 민주진보 세종교육감 '임전수 후보' 선출… 6자 구도 새판
  5. [교단만필] 과학의 도시 대전에서, 과학교사로 함께 한다는 것
  1. 대전을지대병원, 환자와 보호자 위로하는 음악회 개최
  2. 교육부 라이즈 재구조화…"시도별 성과 미흡 과제도 폐지"
  3. 충남도,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추진
  4. "직업환경 보건 지켜질 때 사고와 참사도 예방할 수 있어"
  5. [사이언스칼럼] 문제해결형 탄소 활용 기술

헤드라인 뉴스


또다시 단전위기 둔산전자타운…관리비 납부 갈등 봉합 `난항`

또다시 단전위기 둔산전자타운…관리비 납부 갈등 봉합 '난항'

전제자품 전문상가인 대전 둔산전자타운이 점포 입점상인 간의 관리비 징수와 집행 주체에 대한 갈등으로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기요금조차 납부하기 어려워 또다시 단전 경고장이 게시됐고, 주변 상권 역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일 찾은 대전 서구 탄방동의 둔산전자타운은 입구부터 단전을 예고하는 안내문이 붙은 채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기요금을 오랫동안 연체한 탓에 1차 복도와 편의시설부터 단전을 시작해 2차 엘리베이터와 급수용 그리고 상가점포와 사무실까지 단전에도 납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건물 전체에 단전이 이뤄질 수 있..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영재고·과학고 학생들의 의·치대 진학률이 감소하고 있다.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함께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 중시 정책 기조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영재학교와 과학고를 졸업한 학생들의 의대 진학이 2024학년도 대비 2026학년도 42% 감소했다. N수생을 포함한 수치로, 2024학년도 167명에서 2026년 97명으로 줄었다.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난 2025학년도엔 157명이 의대에 진학했..

대전 원도심, 문화로 다시 숨 쉬다…도시재생과 예술의 결합
대전 원도심, 문화로 다시 숨 쉬다…도시재생과 예술의 결합

대전 원도심은 오랜 시간 지역 문화예술의 뿌리 역할을 해왔지만, 도시 확장과 함께 문화 인프라가 신도심으로 이동하며 점차 활력을 잃어왔다. 공연장과 전시시설, 문화공간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역시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대전시가 원도심의 역사성과 문화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도시재생과 예술을 결합한 '3대 특화 문화시설' 조성을 통해 원도심을 다시 문화 중심지로 복원하고, 일상 속 문화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사업이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벚꽃 활짝…대전에 봄 왔네 벚꽃 활짝…대전에 봄 왔네

  • 고유가에 운행 포기 속출 고유가에 운행 포기 속출

  • 대전 도심을 푸르게 대전 도심을 푸르게

  •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