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으로 금전 납부를 대신하는 물납(物納)은 현재도 부분적으로 시행된다. 상속·증여재산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인 경우 등에 허용되고 있다. 1950년대부터 상속세법에 명문화해 역사는 꽤 길다. 법인세, 양도소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 물납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확장성은 부족했다. 재산 처분과 관리의 용이성을 기준으로 물납을 한정해서다. 현금화하려면 고미술·현대미술품을 매각해 상속세를 내는 정도였다. 여러 면에서 문화재나 미술품 물납을 추가할 때가 왔다.
그 이점은 조세 납부의 편이성에 머무르지 않는다. 경영난과 상속세를 못 이겨 보물을 경매에 내놓은 것과 같은 사례도 방지할 수 있다. 문화유산의 해외유출 차단은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효과다.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생각할 때 기증과 유사한 공익적 기여가 가능하다. 프랑스 명소인 피카소 미술관을 탄생시킨 원동력도 미술품 물납제였다. 조세징수권 확보 이상의 순기능을 더 미룰 수 없다.
물납제도가 정착되면 문화재 보호나 문화향유권이 높아질 수 있다. 예산 문제에 따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소장 한계를 극복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다만 재정 수입의 효율적 관리 측면의 난제는 여전하다. 적정한 가치평가나 관리상 어려움을 보완할 장치를 만들면서 물납제와 함께 기증제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배 띄우는 격으로, 제도 도입을 본격화하기 좋은 기회가 왔다. 조세 징수 차원을 고려하면서 우수한 문화유산 확보에 초점을 맞춰 꼭 추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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