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에도 특공자격? 애매한 행정도시법 '빨대효과' 우려

특별공급 대상 기관 기준 '행복도시로 이전하거나 설치되는 기관'
수도권 외 이전기관 등에 대한 명시 없어…균형발전 취지도 어긋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시 이전 공식화로 대전지역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전기관에 주택 특별공급 자격을 부여하는 애매한 행정도시법이 빨대 효과를 불러 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도시법에 근거하면 이전 기관엔 특공을 부여하게 돼 있어 수도권 이외 지방 이전 기관도 특공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8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에 따르면 행복청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의 이전기관 종사자 주택 특별공급 근거에 따라 이전기관 종사자를 위한 특별공급제도를 추진 중이다. 해당 제도는 이전기관 종사자들의 안정적인 주거환경 조성을 통해 행복도시 조기정착을 유도하고자 도입된 제도다. 행복도시 내에 이전·입주한 국가기관·공공기관·기업 등의 종사자를 대상으로 지난 2011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애매한 특별공급 대상기관 기준이라는 점이다.

특별공급 대상기관 기준은 '행복도시로 이전하거나 설치되는 기관'이라고만 명시돼 있다. 기준대로라면 중기부도 세종시로 이전을 하게 되면 특공 자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에 있는 기관을 세종으로 이전해 특공 자격을 부여한다는 건 당초 행복도시의 취지인 국가 균형발전에도 부합하지 않다. 게다가 대전과 세종은 물리적인 거리 시간이 약 30분 정도이기에 더욱 당위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모(31) 씨는 "만약 중기부가 세종으로 이전하면 인구 유출, 경기 침체 등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며 "세종시 출범 취지 자체가 균형발전이었던 만큼, 수도권 이외 지방 이전 기관에는 특공 자격을 부여하면 안 될 뿐더러, 지방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정부 기관은 최대한 없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수도권 이외 지방에서 이전을 한 기관이더라도 특공 자격이 부여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은 없다"며 "중기부 특공 관련해서는 아직 대답하기 섣부른 감이 있다. 행정안전부가 이전 계획을 고시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후 만약 고시가 된다면 그때 중기부 특공 자격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중기부를 세종시 이전 대상 기관에서 제외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대전 유성구갑) 의원은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개정안은 비수도권에 위치한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시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