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전청사 모습. 중도일보DB |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혁신도시가 부처 이기주의로 출발 전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수도권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을 골자로 한 이른바 '혁신도시 시즌2'를 대비해 중소기업과 벤처, 소상공인 정책을 관장하는 '중기부'를 강점으로 공공기관 유치전략을 마련했다. 중소기업 관련 공공기관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중기부가 세종으로 이전한다면 해당 기관들을 대전으로 끌어드릴 수 있는 명분이 상쇄될 수 있다.
지난달 26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세종시 이전 관련 질의를 하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대전은 혁신도시로 더 큰 발전을 이루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기부 세종 이전은 이전만으로도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향후 혁신도시 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세종시 출범 이후 대전은 인구와 법인, 기업 유출로 이미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기부와 산하 단체가 세종으로 이전하면 도시 침체는 더욱 가속화 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대전시는 혁신도시 개발예정지구로 동구 대전역세권지구와 대덕구 연축지구를 선정하면서 중소기업·교통·지식산업으로 하는 공공기관은 역세권지구에 유치할 전략을 세웠다. 특히 중점유치기관에 기업은행을 설정한 바 있다.
기업은행은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이지만 국회에서 중기부 이관 논의가 진행되는 만큼 중기부가 대전에 있는 사실만으로도 기업은행 유치전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대전역세권지구에 유치하려는 중소기업 관련 중소기업유통센터, 한국벤처투자 등도 중점 유치 대상이며, 지식산업 관련 공공기관으로는 한국발명진흥회, 한국지식재산보호원, 한국특허전략개발원 등이 있다. 이들 공공기관들도 중기부가 대전에 있을 경우 유치 경쟁에서 더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중기부가 오히려 이들 공공기관이 유치된 혁신도시와 시너지를 일으켜 '대전은 물론 국가 성장동력'의 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전시 한 관계자는 "대전 혁신도시 성공 여부는 대전 이전에 따른 실효성과 기관 간 상호 보완이 가능한 공공기관 유치가 핵심"이라면서 "대전이 다수의 중기부 관련 공공기관 유치를 구상하는 등 혁신도시 발전 전략을 세운 만큼 중기부 잔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중기부는 1996년 산업자원부 소속 외청인 중소기업청으로 출발했다. 1998년 정부대전청사에 입주한 데 이어 2017년 7월 독립부처로 승격했다. 정부 대전청사 근무 직원은 약 450명이다. 중기부 세종 이전 문제는 부 승격 이후 잠시 공론화 됐지만, 초대 홍종학 장관 재임 잠잠하다가 지난해 4월 박영선 장관이 취임하면서 물밑 작업을 거쳐 지난달 19일 행정안전부에 세종 이전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공식화됐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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