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은 6·13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진보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이 때 충청권 시·도지사 4곳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갔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이춘희 세종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등 여당 소속 후보가 모두 승리했다.
그동안 자민련, 자유선진당 등 우파 지역 정당이 흥망성쇠 하며 전통적으로 보수의 텃밭으로 불려왔던 충청권의 정치성향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된 것이다. 2002년 3회 지선과 2006년 4회 지선에선 보수 정당이던 당시 한나라당과 자유민주연합이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충북지사를 가져갔다. 이후 2010년 5회 지선 때부터 바람이 살랑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시종 충북지사가 민주당으로 출마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충청권 3개 시·도 중 염홍철 전 대전시장만 자유선진당으로 당선됐다. 이후 2014년 진보진영이 충청권 4개 시·도지사 선거를 싹쓸이했다.
진보진영은 중원의 입법권력 마저 가져갔다. 올해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충청권 28석 중 20석을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가져갔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8석에 그쳤다. 이후 국민의힘 박덕흠(충북 옥천·영동·보은·괴산) 의원이 탈당하면서 7석으로 더욱 의석이 줄었다.
문재인 정부-시도지사-국회의원으로 짜여진 중원의 '민주당 원팀'은 혁신도시 지정 등 성과에도 불구하고 보수 야권과의 협치 부재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협치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례로, 2018년 지방선거 이후 대전 지역 정가에선 차원에서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해야 한다는 말이 오갔으나, 현재까지 수면위로 올라온 건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에서 상설 협의체를 꾸리려고 하는 움직임과 같이 지역 차원에서도 이같은 협의체가 꾸려진다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데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출범한 '충청권 민·관·정 협의회'도 마찬가지다. 행정수도 완성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출범한 이 협의회는 충청권 4개 시·도지사와 민주당 시·도위원장, 시·도의회 의장, 민간대표 등 20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인사 가운데 야당은 전무하다. 앞으로 행정수도 완성 등 굵직한 지역 현안 관철을 위해선 여야가 머리를 맞대는 것이 중요한 만큼 협치부재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는 "현재 지역 여론과 지지도를 보면 여야가 절반의 모양새인데,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선 여야정협의체 구성이나 민·관·정협의체 등에도 야당을 포함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절대권력은 절대부패로, 다양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협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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