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기 대전 모습 전시회에 발길…텅빈 대전역·폐허 대전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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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기 대전 모습 전시회에 발길…텅빈 대전역·폐허 대전천 등

테미오래서 한국전쟁·대전전투 70년 기록전
미군 통신병 자료 발굴해 대전전투 기억
소개령 내려진 7월 13일 대전시청 모습 등

  • 승인 2020-10-09 11:13
  • 수정 2021-05-09 22:33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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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전 문화동 테미오래 상상의집(6호 관사)에서 '한국전쟁 대전전투 70년 기록전'을 관람하고 있다.
한국전쟁 때 대전을 이해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테미오래에 모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연기되어 온 '한국전쟁·대전전투 70년 기록 展-전쟁기억, 그리고 사라진 사람들'이 지난달 29일부터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테미오래 상상의 집(6호 관사)에서 방문관람을 시작했다.

전시회 일환으로 지난 8일 오후 6시 30분, 테미오래 ‘시민의집’(옛 충남도지사 공관)에서는 임재근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팀장이 대전전투 연구 과정을 설명하는 오프닝 강연이 열렸다. 옛 충남도지사 공관 앞마당에서 진행된 강연에 시민과 사회단체 회원 20명이 참석했다.

이날 임재근 팀장은 한국전쟁기 미군 통신병들이 남긴 사진과 영상을 미국립문서보관소에서 발굴하고 전쟁특파원 기자들의 기사를 분석해 역사를 재구성했다.



한국전쟁기 대전에 처음 진출한 미군은 7월 2일 일본에서 넘어온 스미스부대에 앞서 6월 30일 수원에서 긴급 후퇴한 전방연락지휘소(ADCOM) 부대원 일행이 7월 1일 대전에 먼저 도착했다.

미군 통신병 핸콕(Hancock)이 촬영한 사진에는 대전 모처에서 휴식을 취하는 미군들의 모습이 담겼고, 동행한 UP통신의 피터 칼리셔(Peter Kalischer) 기자는 "장교와 사병, 그리고 국무부 민간인들은 트럭, 지프, 무기운반차를 타고 수원을 탈출했고, 93마일의 상태가 불량한 한국의 도로를 지나가야 했는데 비가 내려 도로는 위험한 수렁으로 변했다"고 타전했다.

그러나 이날 후퇴는 인민군이 한강을 돌파했다는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것으로 이때까지 북한군은 한강 이북에 머물러 있었다.

대전전투를 앞두고 소개령이 내려진 7월 13일 대전시청 앞 군중들의 모습도 미군 사진병이 사진으로 남겼다.

미군 통신병 댄젤(Dangel) 상병이 1950년 7월 13일 당시 대전시청(현 중앙로네거리 삼성화재 건물)을 촬영한 사진에 많은 시민이 누군가의 발표를 귀담아 듣는 듯한 장면이 담겨 있다.

임재근 팀장은 "7월 13일은 대전에 있던 한국 정부의 내각 각료들이 대구로 떠나는 시점으로 대전시민들에게도 전투가 임박해 소개령이 내려진 때"라며 "통신수단이 없던 당시 많은 시민이 대전시청에 모여 소식을 듣기 위해 모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1950년 7월 6일 시민들로 번잡한 대전역의 모습에서 7월 19일 한 명의 사람도 없는 대전역의 사진은 전쟁의 공포를 가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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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근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팀장이 8일 옛 충남도지사공관 앞마당에서 오프닝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미군 포터(Poter) 중위가 7월 6일 촬영한 대전역 광장에는 시민들과 군인들이 뒤섞여 번잡한 모습이면서 걷는 군인들을 통해 한국전쟁 초창기 사진임을 보여준다.

반대로 7월 19일 대전역 광장은 시민들은 사라진 채 역전광장에 을유해방비만 덩그러니 놓인 황량한 모습이다.

임 팀장은 "텅 빈 대전역광장의 모습에서 대전전투를 앞두고 남쪽으로 피난을 갔을 대전시민들의 피난행렬을 그려볼 수 있고, 전쟁의 혼란한 틈에 많은 시민이 이유 없이 대전형무소에 끌려갔다가 골령골에서 처형되었을 모습도 유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대전전투에서 미군 3.5인치 바주카포에 의해 격파된 소련제 인민군 탱크의 사진이나, 인민군 점령기 대전 폭격으로 파괴된 대전시내 영상도 발굴됐다.

대전 향토 문학작가 김수남 씨는 그의 책 '달바라기'에서 "원동에서 인동으로 가는 네거리에 부서진 탱크가 한 대 놓여 있었다. 질주를 상실한 그 동체는 고독해 보였다"라며 유년기 대전시내에 상당 기간 방치된 인민군 탱크를 회상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 미군 폭격에 완전히 파괴된 대전시내 모습과 70년 지난 오늘의 모습을 비교한 사진 전시가 눈길을 끈다.

미군은 인민군이 점령한 대전 시내를 향해 1950년 9월 15일 폭격기(B-29) 9대를 출격해 90톤의 폭탄을 투하했는데, 이후 사진에서 무너져 내린 건물들의 모습이 담겼다.

임 팀장은 당시 파괴된 대전시내 모습을 담은 사진에 촬영장소를 특정한 후 같은 장소에 최근의 대전 모습을 사진에 담아 70년 전 모습과 오늘의 사진을 비교할 수 있도록 전시했다.

임 팀장은 "대전역이 완전히 파괴되는 당시 폭격에서 대전시청과 충남도청 건물은 온전히 남겨졌는데, 인민군들이 포로들을 옥상에 올려보내 폭격을 못하게 했던 게 아니었을지 추정한다"라고 설명했다.

테미오래 상상의 집(6호 관사)에서 재개된 '한국전쟁·대전전투 70년 기록 展-전쟁기억, 그리고 사라진 사람들' 전시회는 오는 31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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