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팔랑귀와 감각통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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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팔랑귀와 감각통합장애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0-08-07 10:42
  • 수정 2020-08-07 10:4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조직 생활하다 보면 누구나 겪는 일 중 하나가 치열한 자리다툼이다. 사람만이 가지고 있다는 이성적 측면에서 보면, 짐승의 영역싸움보다 더 잔혹하다. 자리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다. 짐승은 따라 할 수 없는 위계(僞計)와 권모술수(權謀術數)가 난무한다.

자리 차지로 끝나는 게 아니다. 차지하고 나면 전임자 흔적 지우기에 혈안이 된다. 십중팔구 전임자 매도에 나선다. 영역싸움에서 이긴 짐승이 무력시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월성을 보여주기에 매진한다. 과장이나 허위 사실 유포도 서슴지 않는다. 왜곡 호도하다 보면 자신이 판 함정에 스스로 빠지기도 한다.

픽션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특정 자리에 무척 가고 싶었나 보다. 해당 자리, 온갖 정보망을 동원하여 뒷조사했지만 아무런 잘못이나 흠결이 드러나지 않았다. 안팎으로 칭송만 자자하게 들릴 뿐이다. 리더십, 친화력같이 계량이 어려운 추상적 이야기나 직무와 무관한 일로 생트집을 잡았다.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악마의 발작일까? 말도 되지 않는 사안이었으나 사람은 거짓의 유혹에 쉬이 기울어진다. 저도 모르게 팔랑귀가 된다. 게다가 정신력이 약한 전임자는 스스로 사의를 표했다. 별 힘들이지 않고 전임자 밀어낸 자리에 앉았다. 취임하자마자 전임자 공적으로 여러 가지 상도 받았다. 그러함에도 변함없이 전임자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입만 부산했지 조직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고 임기가 다 되었다. 미치지 못하는 능력 탓에 대내외 비난만 무성했다. 임기가 끝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리가 아예 사라졌다.

지식인이 경계해야 할 중대 범죄가 있다. 아는 만큼 남을 속이는 일이다. 참으로 파렴치하고 야비한 일이다. 교묘히 법의 허점을 이용, 다수에게 피해를 안긴다. 알량한 지식으로 세상을 호도하여 대중의 의식을 마비시키는 일이다. 이른바 곡학아세다. 궤변이나 여론몰이로 진실을 가리는 일도 다르지 않다.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검찰개혁을 운운해오고 있다. 아무리 봐도 개혁은 보이지 않는다. 검찰총장 한 사람 제거하는 일이 개혁인가? 누가 봐도 수사 방해에 지나지 않는다. 검찰총장은 처음부터 정치검찰이 아니었다. 고소고발에 응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검찰 고유직무요 권한이다. 특정 세력을 이유 없이 수사할 이유도 권한도 없다. 다만, 그동안 해오던 구태와 다르게 눈치코치 없이 원칙대로 수사에 임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그러함에도 정상적인 사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비정상적인 일 하나만 적시해보자. 소위 검언유착이란 것이다. 개그도 이런 개그가 없다.

지난 3월 31일 MBC는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했다. 이동재 채널A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특정 사안을 공모했다는 내용이다. 취재 상황이나 일부 종방의 재승인 보류, 선거를 앞둔 시점 등 당시에도 순수성 의심 여지가 많았다. 4월 7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되었다. 6월 14일 수사팀 신뢰가 어렵다며 이동재 기자측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요청 진정을 냈다. 같은 달 19일 대검에서 전문자문단 소집을 결정하였다. 29일 추미애 장관은 전문자문단 소집에 나쁜 선례가 된다며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을 내렸다. 30일에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특임검사 준하는 독립적 지위 요청했으나 대검은 요청을 거부했다. 7월 2일 추미애 장관은 전문자문단 소집 절차 중단과 수사팀에 대한 윤 총장 지휘 중단을 지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제대로 걸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7월 2일 추미애 장관은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하라"고 윤 총장에게 수사 지휘 수용을 촉구했다. 이에 윤 총장은 '김영대 서울고검장 필두로 한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을 건의했으나 추 장관이 즉각 거부했다. 7월 9일 대검은 서울중앙지검이 자체적으로 수사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7월 13일 한 검사장은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17일에는 이동재 전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영장 발부 판사는 검찰 고위직과 연결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는 의심할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전 기자 측은 21일 부산고검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아무런 혐의를 발견할 수 없었다. 24일 수사심의위가 열렸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 불기소를 권고했다.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이던 전례를 깨고 수사를 지속, 29일 서울중앙지검이 한동훈 검사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발생했다. 오히려 물리력을 행사한 사람이 입원하여 병상에 누워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수사받는 조폭이 자해하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행태이다. 어떻게든 연결 고리를 만들려고 이동재 전 기자 노트북을 3번이나 포렌식 했다. 8월 5일 서울중앙지검은 이동재 전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백모 기자를 불구속기소하는 것으로 그쳤다.

줄이고 줄여서 썼지만 상당히 길어졌다. 벌떼같이 달려들어 만든 해프닝이 고작 이것인가? 웃고 넘기기엔 왠지 서글픈 생각이 된다. 추미애 장관은 팔랑귀일까? 감각통합장해일까? 헛다리 집는 게 특기일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그동안 공석에서 발언한 영상을 훑어보라. 전임자가 하지 못한 일을 자신은 해낼 수 있다고 과신한 것일까? 조롱하는 낯빛으로 책상을 탕탕치며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운운하던 모습은 어떤가? 상호소통으로 해결하려 하지 교사도 학생에게 지시사항 운운하지 않는 세상이다. 권위주의 등 구태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무슨 개혁 운운인가? 주위에서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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