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실버들에게는 그리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기에 자신이 죽은 뒤 치를 장례 절차를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좋다.
장례는 망자와 유족, 조문객의 3요소 중 망자 영결이 으뜸이어야 한다. 고인을 진심으로 추모해야 하는, 고인을 위한 의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장 입구에 빈틈없이 들어선 조화는50m가 넘는 경우도 흔하다. 유족들의 세를 과시하는 수단이다. '그 많은 조화가 꼭 있어야 하는가?'보는 이들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망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사회적 관계 때문에 조화를 보낸 경우도 많다. 일찍이 '가정의례준칙'에서 제시한 것처럼, 식장 입구 양쪽에 하나씩만 진열하면 안 될까?
현직에 있던 청년시절, 애사는 꼭 조문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퇴근 후에 대전에서 예산이나 보령까지도 문상을 했었다. 대부분 상주만 알고 고인은 모르는, 유족을 위한 문상이었다.
부조 위주의 장례 문화도 조문객에게 부담이 된다. 조의금을 얼마나 내야 체면이 설까 고민하게 되고, 이러한 조문객들의 숫자로 고인이나 유족들의 품격을 평가하기도 한다. 상주는 수많은 조문객 상대하느라 제대로 망자를 애도할 시간도 갖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조문객의 어려움은 부메랑이 되어 상주에게로 돌아온다. 받은 대로 갚아야 하는 우리의 풍속 때문에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렇게 되면, 고인을 추모하는 의식이어야 할 장례식은 상주(유족)와 조문객이 으뜸이 되고 고인은 등외로 밀려난 처지가 된다.
다행이도 우리 지역에 장례식을 간소하게 치르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사례:1) 보름 전쯤 아침 운동 회원 남편이 사망했다. 우리 회원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흔한 삼일장이 아니고 1일만 빈소를 마련했다가 화장 후 나무 밑에 뿌렸다고 했다. 이른바 빈소를 하루만 차리는 '하루장'으로 치른 후 '수목장'을 한 것이다.
(사례 : 2) 두어 달 전에는 한 부인이 치매 증세에 시달리다 세상을 떴는데, 빈소를 차리지 않고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무빈소 장례식’으로 치렀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두 사례의 하루장이나 무빈소 장례식은 코로나19 사태로'사회적 거리두기'나 '집콕생활'이 강조된 시기에 있었던 사례이지만 그 의의를 곰곰이 생각해 볼 만한 작은 장례식이다.
(사례:3) 몇 년 전에 한 친구는 자기가 죽은 뒤 장례 절차를 미리 정해 놓는 '사전 장례의향서'에 '내가 죽으면 6촌 이내의 가족만 부르고, 부의금도 받지 말 것'을 자식들에게 당부했다고 친구들에게 공개하였다. 이른바 '가족장'이다.
우리 사회도 기존의 '3일장 중심의 획일적인 장례'관습에서 벗어나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편안하면서 남은 자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절실하다.
조문객 수도 대폭 줄여서 조용하고 진지하게 장례를 치르고,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비용도 줄이는 작은 장례식, 간소한 추모식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황영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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