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라이프]조촐한 장례식

  • 사람들
  • 뉴스

[실버라이프]조촐한 장례식

  • 승인 2020-08-05 16:47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황영일
사람이면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일상생활에서는 까맣게 잊고, 자신은 영원히 살 것처럼 착각하거나, 혹은 일부러 피해 가면서 사는 건 아닌지?

우리 실버들에게는 그리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기에 자신이 죽은 뒤 치를 장례 절차를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좋다.

장례는 망자와 유족, 조문객의 3요소 중 망자 영결이 으뜸이어야 한다. 고인을 진심으로 추모해야 하는, 고인을 위한 의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장 입구에 빈틈없이 들어선 조화는50m가 넘는 경우도 흔하다. 유족들의 세를 과시하는 수단이다. '그 많은 조화가 꼭 있어야 하는가?'보는 이들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망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사회적 관계 때문에 조화를 보낸 경우도 많다. 일찍이 '가정의례준칙'에서 제시한 것처럼, 식장 입구 양쪽에 하나씩만 진열하면 안 될까?



현직에 있던 청년시절, 애사는 꼭 조문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퇴근 후에 대전에서 예산이나 보령까지도 문상을 했었다. 대부분 상주만 알고 고인은 모르는, 유족을 위한 문상이었다.

부조 위주의 장례 문화도 조문객에게 부담이 된다. 조의금을 얼마나 내야 체면이 설까 고민하게 되고, 이러한 조문객들의 숫자로 고인이나 유족들의 품격을 평가하기도 한다. 상주는 수많은 조문객 상대하느라 제대로 망자를 애도할 시간도 갖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조문객의 어려움은 부메랑이 되어 상주에게로 돌아온다. 받은 대로 갚아야 하는 우리의 풍속 때문에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렇게 되면, 고인을 추모하는 의식이어야 할 장례식은 상주(유족)와 조문객이 으뜸이 되고 고인은 등외로 밀려난 처지가 된다.

다행이도 우리 지역에 장례식을 간소하게 치르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사례:1) 보름 전쯤 아침 운동 회원 남편이 사망했다. 우리 회원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흔한 삼일장이 아니고 1일만 빈소를 마련했다가 화장 후 나무 밑에 뿌렸다고 했다. 이른바 빈소를 하루만 차리는 '하루장'으로 치른 후 '수목장'을 한 것이다.

(사례 : 2) 두어 달 전에는 한 부인이 치매 증세에 시달리다 세상을 떴는데, 빈소를 차리지 않고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무빈소 장례식’으로 치렀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두 사례의 하루장이나 무빈소 장례식은 코로나19 사태로'사회적 거리두기'나 '집콕생활'이 강조된 시기에 있었던 사례이지만 그 의의를 곰곰이 생각해 볼 만한 작은 장례식이다.

(사례:3) 몇 년 전에 한 친구는 자기가 죽은 뒤 장례 절차를 미리 정해 놓는 '사전 장례의향서'에 '내가 죽으면 6촌 이내의 가족만 부르고, 부의금도 받지 말 것'을 자식들에게 당부했다고 친구들에게 공개하였다. 이른바 '가족장'이다.

우리 사회도 기존의 '3일장 중심의 획일적인 장례'관습에서 벗어나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편안하면서 남은 자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절실하다.

조문객 수도 대폭 줄여서 조용하고 진지하게 장례를 치르고,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비용도 줄이는 작은 장례식, 간소한 추모식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황영일 명예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대선 정국 요동… 충청의 정국 주도로 '중도의 꿈' 실현
  2. 대전교육청, 초등생 살해교사 명재완씨 징계 확정… 최고 수준 '파면' 예상
  3. "갈등·분열의 시대, 신문의 역할과 책임 더욱 무거워"
  4. [사설] 6·3 대선, '좋은 대통령' 뽑는 축제이길 바란다
  5. 尹정권 교육정책 안갯속… "현장의견 반영해 재검토 해야"
  1. "재미로 그랬다"…무면허 난폭운전하다 사람 친 10대 일당 검거
  2. [사설] 고삐 풀린 물가, 민생 경제 챙겨야
  3. '조기 대선' 겨냥, 각 지자체 공약 선점 나서… 대전시도 대선 대비 총력
  4. [인터뷰]이환수 사단법인 한국국악협회 대전시지회 지회장
  5.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불법주정차 집중 단속

헤드라인 뉴스


불붙는 조기대선, 충청 초반 정국 중심 급부상

불붙는 조기대선, 충청 초반 정국 중심 급부상

6·3 조기대선 정국 초반, 충청발(發) 매머드 이슈가 잇따라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대선링을 흔들고 있다. 지역 대권 주자 배출과 결집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고, 행정수도 개헌 등 지역 주요 현안이 대선판의 주된 이슈로 떠오르면서다. 역대 대선 때마다 정국의 중심에서 벗어났던 소극적인 스탠스에서 벗어나, 강한 정치력과 응집력을 바탕으로 충청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정부는 8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 3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정식 후보자 등록일은 5월 11일,..

`대통령실 이전과 행정수도론`...이번 대선에도 선거용 의제?
'대통령실 이전과 행정수도론'...이번 대선에도 선거용 의제?

2025년 6월 3일 대선 확정 흐름 아래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시 완전 이전 이슈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청와대로 유턴 또는 현 용산 집무실 사용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다. 광화문 청사는 보안 문제, 과천청사는 임시적 성격이란 한계로 인해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 결국 제2집무실 설계가 진행 중인 세종시가 제1집무실의 최적 이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관건은 십수년 간 공고히 구축된 수도권 초집중·과밀 구도를 깰 수 있겠는가로 모아진다. 수도권은 2012년부터 세종시와 12개 혁신도시 출범 이후로도 공고한 지배력을 구축하며, 202..

이장우 "충청기반 대통령 나와야…10일 시도지사 회동"
이장우 "충청기반 대통령 나와야…10일 시도지사 회동"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은 8일 "충청을 기반으로 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이날 시청에서 확대간부회의를 가진 뒤 중도일보와 만나 "충청권은 홀대론에서 벗어나 정국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충청권에 대선) 후보자가 없고, 내가 나가는 게 시민들과 충청권을 위한 일이라면 해야 할 일"이라며 "다만, 김태흠 (충남)지사가 출마한다면 당연히 김 지사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보탰다. 조기대선이 현실화되고 당내 경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충청 보수진영 대표 잠룡으로 분류되는 이 시장..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청렴딱지로 부패를 뒤집어라’ ‘청렴딱지로 부패를 뒤집어라’

  • 세월호 참사 11주기 대전 기억다짐주간 선포 기자회견 세월호 참사 11주기 대전 기억다짐주간 선포 기자회견

  • 조기 대선 6월 3일 잠정 확정…투표함 점검 조기 대선 6월 3일 잠정 확정…투표함 점검

  • 바야흐로 봄 바야흐로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