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골령골-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의 한 장면. |
5일 대전 동구와 제작을 맡은 팟캐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한국영상위원회(이하 영상위)·동구·아는 것이 힘이다 간 장편 제작지원 부분 사업 약정을 체결했다. 위원회와 매칭기관인 동구가 각각 3000만 원을 지원해 총 사업비 6000만 원으로 내년 1월 말까지 산내 골령골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을 배경으로 한 장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지역 내 5편의 경쟁작을 뚫고 선정된 장편다큐 '무저갱'은 지역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데다 주제의식이 뚜렷한 만큼 지역사회 안팎의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당초 예정했던 제작비에서 60%가량이 줄어들어 기획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영상위 최대 지원금액인 7000만 원과 이에 따른 동구의 매칭금액 7000만 원을 더해 1억 4000만 원 규모 다큐멘터리 제작을 구상하던 제작진은 예산 문제로 시나리오와 제작 상당 부분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제작은 맡은 팟캐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 정진호 PD는 "골령골의 비극을 알려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평화의 메시지가 잘 반영되길 바란다며 공모를 제안했던 동구가 영상위로부터 최종 선정된 이후엔 공모 접수 직전 수정한 협약을 근거로 1대 1 매칭만 고집하고 있어 상당히 아쉽다"며 "어려운 기회를 얻은 만큼 좀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해 동구가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다큐멘터리 제작은 골령골 소재 영화를 만들겠다는 황인호 동구청장의 뜻에 따라 동구가 먼저 제작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위 지원금이 예상보다 적게 책정된 만큼 장편다큐 제작에 동구가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당초 동구는 영상위 제작지원금 최대 금액 지원과 함께 '예산 범위 내 그 외의 예산 지원'에 대한 사항을 협약서에 담았지만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협약서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매칭 사업인 만큼 1대 1을 원칙으로 한다는 게 동구의 입장이지만 의지에 따라 추가 지원 가능성이 열려 있어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철용 동구의회 의원은 "애초 준비했던 것보다 금액이 많이 줄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집행부가 방법을 찾는다면 의회도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나 싶다. 추가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장편다큐 '무저갱'은 고인이 된 사건 당사자들과 사진으로 남아 있는 골령골 학살 사건을 드라마타이즈와 일러스트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형식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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