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이후 16년 만에 부활한 이번 이슈를 둘러싸고 여야가 정치적 셈법을 깔고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16년 전과 지금의 충청의 위상은 다르기 때문에 충청을 자칫 행정수도 이슈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거센 역풍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의 주장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20일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청와대와 국회를 통째로 세종시에 내려보내야 한다며 행정수도 완성을 제안했다. 이후 당내에선 '행정수도완성추진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 마련을 위한 본격적 활동에 들어갔다.
반면, 보수야당인 미래통합당은 행정수도 이전 드라이브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적잖이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여권발 메가톤급 이슈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끌어들일 경우 자신들이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 실정을 부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진석(공주부여청양), 장제원(부산사상) 의원 등 중진 의원들로부터 행정수도 이전 찬성 의견이 나오고 있음에도 지도부가 애써 원심력을 키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수도이전 공약을 걸어야 한다"고 여당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행정수도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한 정국전환용"이라며 폄훼 했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이번 이슈를 내년 보궐선거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격 프레임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전격 제시한 민주당도 과연 진정성이 있느냐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이는 개헌 또는 특별법 제정과 헌재 위헌 재판단 등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사실상 합의한 세종의사당 설치 로드맵 제시에는 여전히 인색하다는 비판이 없진 않다. 이낙연 의원이나 박병석 의장 등이 세종의사당 설치를 줄곧 강조하고 있음에도 원내 지도부 차원에선 언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여당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진정성은 현재 여건에서 실현 가능한 세종의사당 설치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여야가 행정수도 완성과 관련 여야 합의에 따른 세종시 기능 강화를 위한 실제 결과물 없이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데만 그친다면 거센 역풍에 직면할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구와 국회의석 증가 등 16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상이 커진 충청권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 대전·충남·충북 인구수는 488만 5822명에서 2020년 6월 현재 553만 3756명으로 65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국회의석 수 역시 2004년 17대 총선 24석에서 올해 21대 총선 28석으로 4석 늘어났다. 정치권 관계자는 "16년 만에 행정수도 이슈가 부활한 가운데 그동안 지역 인구와 정치적 위상 등이 커져 예전의 충청이 아니다"며 "여야 지도부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지 않고 과거처럼 이를 정략적으로만 활용하려 한다면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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