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의 마음을 담다'
앤서니협동조합(이사장 박정선)이 추구하는 목표다,
박정선 이사장이 그녀의 인터넷 네이버 카페 닉네임인 '라라언니'를 따서 지난 15일 세종시에 앤서니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라라언니 과자점'을 오픈했다. 맥도날드처럼 라라언니 과자점이 전 세계적인 글로벌기업이 되기를 꿈꾸는 박정선 이사장을 세종시 남세종로 450 보람빌딩 301호에 위치한 라라언니 과자점에서 만나 따뜻한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며 보람을 찾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박 이사장님, 앤서니협동조합은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요? 협동조합 이름도 특이합니다. 이에 대해 설명해주실까요?
▲보통 협동조합은 하나의 계층이나 목적을 가진 이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 이름도 직설적인데요. 저희 앤서니협동조합의 경우는 이름만으로는 그 목적을 특정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앤서니협동조합은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미국의 동화작가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동화작가의 이름을 차용한 만큼, 앤서니협동조합은 교육사업에도 열정을 가지고 있답니다.
제가 예전에 미국 뉴욕에 갔을 때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 작가 전시장을 갔는데요. 영국에서 태어난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 1946~)은 현대 사회의 단면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스타일로 표현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2000년에는 그림책 작가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았습니다.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깊은 주제 의식을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구성력과 세밀하면서도 이색적인 그림들은 매 작품들마다 그만의 색깔을 더해 주고 있는데요.
이 작가가 추구하는 교육적 이념이 좋아서 협동조합 이름도 그렇게 지었답니다. 일도 하고, 살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사업도 하는 엄마. 친근하면서 공룡처럼 힘도 세고, 당당한 슈퍼우먼을 꿈꾸는 엄마들을 추구하면서 조합원 25명과 함께 일하는 엄마들의 조합을 만들게 됐습니다.
협동조합은 기업의 이윤과 수익만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일반기업과 달리 지역과 조합원, 사회의 공생을 꿈꿉니다. 앤서니협동조합 역시 마찬가지죠. 조합원들의 재능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매달 주기적으로 봉사활동과 기부도 진행하면서 사회적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죠. 현재 총 25명의 조합원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는 교육학을 전공한 후 어린이집에서 교사 생활을 해오면서 지역의 공동체 활동에 꾸준히 앞장서 왔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마을, 우리 공동체를 위한 열정이 뜨겁다 보니 세종시에서 시의원에 출마한 적도 있습니다.
제가 유성구 노은동에 살다가 세종시로 이사와 보니 재능이 너무나 많은 엄마들과 함께 봉사와 취미 생활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로 아이들을 위한 영양 간식도 만들어주고, 판매를 통해 여성 소상공인 기업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경력단절 여성들은 사회에 공헌할 많은 재능이 있음에도 현실상의 이유로 그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유학을 다녀오고, 대학원까지 나온 여성들이 육아를 위해 자신들의 뛰어난 재능을 묵혀두는 경우가 많죠. 이런 여성들을 위해 지난해 4월 탄생한 신생 기업이 바로 앤서니협동조합입니다. 오지랖 넓은 제가 열정적으로 추진했죠(하하하).
앤서니협동조합은 엄마들의 숨겨진 재능을 활용하고 여유 시간을 투자해서 만들어졌는데요. 조합의 시작은 엄마들의 취미활동에서 비롯됐습니다. 세종시에 있는 엄마들은 남편의 직장을 따라 내려온 분들이 많아요. 아이들이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이라 엄마들은 육아에 집중을 하는데요.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남는 2~3시간에 엄마들끼리 만나서 취미활동도 하고, 봉사도 하게 됐죠.
엄마들 중에는 비누 공예, 다과, 쿠키 만들기. 텔레그라피, 꽃꽂이 등 좋은 재능들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정말 많아서 이 분들이 재능을 활용해 사회에 이로운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조합을 만들게 됐답니다.
-앤서니협동조합의 활동에 대해 소개해주실까요?
▲앤서니협동조합은 애초에 '사회적 기업', '착한 기업'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창업했기 때문에 수익구조를 내는 것 외에 상생과 협력, 봉사 활동을 추구합니다.
앤서니협동조합에서 생산하는 주요제품은 전통 다과인 강정과 건강음료지만 그 외에도 조합원들이 개발하고 만드는 비누, 쿠키, 공예품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이러한 제품들의 주재료는 모두 세종시 지역에서 나는 로컬푸드입니다. 우리 지역에서 나오는 친환경 제품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줄 먹거리를 우리 엄마들이 직접 만들고 있죠.
앤서니협동조합의 미션은 누구나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인이 되고, 모든 가치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상생하는 일자리연구소를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며 나의 재능이 사회에 가치롭게 쓰여지길 원하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드는 미션이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시간은 의미롭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공동체로서 함께 꿈꾸는 여행을 떠나죠.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느리더라도 함께 발맞춰 나가는 것이 미션입니다.
저희 조합은 제품 생산 외에 다양한 활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모든 수익의 일부는 기부를 하고, 주기적으로 모여 봉사활동도 합니다. 조합원들이 나서서 운영하는 퐁당퐁당 앤서니마을학교는 아이들을 위한 진로 체험학습도 하고,한달에 한번은 프리마켓도 진행하고 있답니다.
앤서니협동조합의 운영 방식은 좀 독특합니다. 저희 조합은 따로 마케팅부나 총무부 등을 두지 않습니다. 그저 서로의 재능을 통해 도움을 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죠. 25명의 조합원들은 각자 개인 사업자가 있고, 각자 조합원들이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능력을 제공합니다. 디자인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디자인 관련 재능을 가진 조합원이 도움을 주고, 다과를 만드는 재능을 가진 조합원은 제품을 만들어 주죠.
기본적으로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주문 제작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선물용으로 금액에 맞춰서 다과를 서비스하고, 매달 강정과 건강음료, 로컬푸드를 브로셔와 함께 건네주는 '꾸러미 서비스'도 하고 있어요. 꾸러미의 경우는 정성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큰 호평을 받고 있죠.
로컬푸드와 상생하면서 기부와 봉사활동까지 하는 앤서니협동조합은 착한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답니다. 그 덕분에 저렴한 가격으로 건물을 내어주겠다는 귀인을 만나 지난 5월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덕분에 더욱 다양한 사업모델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합원들이 만드는 제품을 같이 만들어 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공예품이나 쿠키, 다과 등을 만드는 이들에게 공간을 제공할 생각입니다. 이용료만 내면 특별한 날에 남편이나 시어머니에게 줄 특별한 케이크도 만들어 볼 수 있는 공동공간으로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번에 오픈하신 '라라언니 과자점'에 대해 안내해주실까요?
▲라라언니 과자점은 우리 농산물을 사용해서 수제 디저트를 만듭니다. 고품격회의 맞춤 케이터링도 합니다. 흑임자 강정, 추억의 오란다, 호두강정, 도라지 라떼, 대추차, 해독주스 등 우리 몸에 좋은 다양한 디저트와 음료를 판매하지요. 앤서니협동조합에서 만드는 모든 강정은 건강한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곱게 다듬고 꼬숩게 볶은 후 우리 쌀로 만든 조청과 생강, 계피 등을 넣고 옛날 조상들이 해먹던 방식 그대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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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마켓 참가자들과 함께 |
앤서니 조합원들이 생산한 재료를 구입해 도농상생은 물론 조합원들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경력단절 여성들의 창업을 도와 생산에서 판매까지 판로 개척을 함께 돕고 있습니다. 추억의 과자점인 라라언니 과자점에 와서 누구나 다 친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라라라' 하고 노래 부르면서 웃으면서 즐겁게 신나게 소통하는 공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앤서니협동조합은 빠른 시간에 안정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비결이 뭘까요?
▲그 비결은 바로 '주인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의식으로 똘똘 뭉친 25명 조합원들은 열정을 바탕으로열심히 전진하고 있지요. 로컬푸드를 가지고 전통다과를 만드는 체험은 어디서나 쉽게 할 수는 없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약과나 강정, 쿠키를 사 먹어만 봤지, 직접 만들어보지는 못하잖아요. 그래서 방과 후 수업으로 직접 다과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쌀가루를 통해 오감훈련을 할 수 있고, 다문화 아이들은 한국의 전통 음식과 문화를 가르쳐 줄 수 있으니, 교육 효과도 탁월하죠.
대표인 저도 경영학을 배워보지 않았고, 대다수의 조합원들도 평범한 주부들이다보니 경영에는 문외한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도 경영이고, 가정을 돌보는 것도 경영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합원들 모두가 경영자인 만큼 앤서니협동조합이 자신의 회사이고, 자신의 보금자리라는 생각만 가지면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는 항상 서로 주인의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합니다. 관련 교육도 계속 받고 있지요.
아이들을 잘 키우는 교육 이외에 엄마들이 성장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박 이사장님은 어떻게 세종에 둥지를 틀고 앤서니협동조합을 설립했는지 궁금하네요.
▲모든 경험은 저를 성장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전주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가 대전으로 시집오게 됐고, 남편 직장을 따라 세종으로 이사 오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됐습니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학부모들끼리 자주 모여 담소를 나누는 평범한 주부였죠. 저는 순창에서 태어났는데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아직도 쌀 파동 때 집 앞에 붙어있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문구가 기억나네요. 평범한 주부였던 저는 앤서니협동조합을 설립하면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몇
년 전에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협동조합 전문가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KTX를 타고 서울을 오가면서 6개월 정도 배웠죠. 학부모들끼리 만나면 뭔가 사업을 해보자고 말버릇처럼 아이디어를 쏟아내곤 했는데, 실제로 동네에서 취미활동을 하다가 엄마들과 의기투합해서 앤서니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네요.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것을 현실에서 구현하려다 보니까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한 경험이었어요. 조합을 만들면서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 수 있죠.
맨땅에 헤딩하듯, 엄마들과 하나하나 부딪치며 사업을 꾸려왔는데요. 25명의 사업을 책임지는 무거운 직책을 맡고 있는 만큼 책임감도 막중하답니다.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참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먼저 스스로 나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박 이사장님은 힘들 때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제 좌우명은 '모든 경험은 하나도 버릴 게 없다'입니다. 실패를 하거나, 노력을 했는데 인정을 못 받았다거나 모두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인 이상 실패하고, 좌절하면 힘들게 마련이죠. 이럴 때는 내 옆에서 어깨를 두드리면서 토닥여줄 사람이 필요해요.
가까운 사람도 좋고, 책이나 유명인, TV 프로그램 등 뭐든지 좋아요. 뭔가에 도전할 때 '괜찮아. 잘 하고 있어' 이렇게 조언해 줄 멘토 하나만 있어도 큰 위로가 됩니다. 그런 멘토가 있어서 저도 슬기롭게 잘 견뎌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실까요?
▲앤서니 협동조합을 100년을 바라보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온 가족이 서로 서로 도와주고 조합원끼리 윈윈하면서 수익금의 일부는 후원하고 싶습니다. 성공한 사업모델이 되면 벤치마킹하러 전국에서 찾아오겠지요. 혼자는 힘들지만 여럿이 힘을 합하면 쉽습니다. 세종에서 든든하게 뿌리를 내리고 난 후 전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협동조합의 키워드 2개는 '융합'과 '하모니'라고 생각합니다.제가 데일카네기 CEO과정 33기를 마쳤는데요. 카네기 리더십이 뒷받침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봅니다. 앤서니협동조합은 공감과 상생, 교육을 철학으로 삼아 나날이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정이 사라진 시대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주는 협동조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라과자점 많이 애용해주셔요. 감사합니다.
대담, 정리 한성일 국장 겸 편집위원 hansung007@
-박정선 이사장은 누구?
▲79년 전북 순창 출생. 전북대학교 교육학 석사 졸업.전북의대 임상언어병리학 석사,이화여자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 서울대 경영대학 협동조합전문가 과정 이수. 세종시 커뮤니티플래너, 앤서니교육연구소 대표, 퐁당퐁당 앤서니마을학교 교장(2019년~ ), 여민포럼 공동대표,앤서니협동조합 이사장, 협동조합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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