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기고] 강하고 길어지는 폭염, 특단의 대책 미룰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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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기고] 강하고 길어지는 폭염, 특단의 대책 미룰 수 없어

권원태 APEC기후센터 원장

  • 승인 2020-07-14 11:02
  • 이채열 기자이채열 기자
APEC기후센터 권원태 원장 사진
권원태 APEC기후센터 원장.
기상청은 2020년 여름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폭염일수도 20~25일 정도로 예상했다. 지난 6월 22일 서울 최고기온이 35.4도를 넘어 6월 하순 기준으로 62년 만에 가장 높았다.

APEC기후센터도 올해 7~9월 동아시아 기온과 인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엘니뇨·라니냐 전망은 최근 적도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점차 라니냐 상태로 전환하고,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해져 한반도로 확장해 여름철 고온 현상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엘니뇨의 반대 현상인 라니냐는 적도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지고 적도 서태평양의 수온은 올라간다. 필리핀 부근 적도 서태평양의 수온이 올라가면 따뜻한 공기의 상승 현상이 활발해진다. 대기 상층으로 올라간 공기는 한반도 남쪽 중위도 지역에서 하강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해지고 확장해 한반도 여름철 기후가 고온 다습해진다.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더 올라감에 따라 공기의 상승흐름이 강해져 1994년과 2018년 여름에 경험했던 이례적 폭염이 잦아질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폭염에 의한 2018년 온열질환자가 총 4526명이 발생해 이 중 48명이 사망해 인명 피해가 컸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더운 여름에 의료진은 통풍이 안 되는 방호복을 입고 지내야 하며 국민도 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해 체감온도가 실제 기온보다 훨씬 높아진다.



체감온도는 온도와 습도에 좌우된다. 여름철 사람의 체감온도는 50%의 상대습도(이하 습도)에서 기온과 같은 값을 가지고, 습도가 10% 높거나 낮아지면 체감온도가 약 1℃ 상승 또는 하강한다. 예로 기온이 33℃일 때 습도가 50%이면 체감온도도 33℃이지만, 습도가 70%이면 체감온도는 35℃로 높아진다.

기상청은 일 최고 기온만을 반영하는 폭염특보 기준을 2012년부터 운영해왔다. 기존 폭염특보 기준이 건강에 미치는 폭염의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기존 폭염특보 기준은 '열적 체감도'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기상청은 2020년 5월부터 폭염특보를 실제로 사람이 느끼는 '일 최고체감온도'를 반영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폭염주의보는 기존의 '일 최고기온' 대신에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이 예상될 때로 발령 기준이 변경됐다. 폭염 경보도 기존의 '일 최고기온' 대신에 '일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이 예상될 때로 발령 기준이 바뀌었다. 사람의 체감온도가 갑자기 상승하거나 폭염이 오랫동안 지속해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도 폭염특보 발령이 가능하게 기준을 추가했다.

특이한 것은 밤의 최저기온이 25℃ 이상을 유지하는 열대야이다. 열대야의 원인은 동아시아 기후대 특유의 습도이다. 북태평양 기단과 태풍의 영향으로 한여름에는 습도가 높다. 외부의 기온이 변해도 온도가 잘 변하지 않는 물의 특성 때문에 낮과 밤에도 높은 기온이 그대로 유지된다. 해안 근처 지역에서 높은 습도로 열대야가 심하다.

일 최고기온 기준에 따른 폭염특보는 서울과 대구 등 주로 내륙지역에 내려져 왔다. 최고기온과 습도를 동시에 고려하는 새 폭염특보 기준에 따르면 열대야가 잦은 부산 등 해안가 지역에 폭염특보의 발령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산은 특히 여름철에 80%를 넘는 평균 습도로 인해 폭염특보 일수가 기존 대비 약 8.8일 늘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새 폭염특보 기준에 따른 온열 질환 사망자 감지율도 이전 기준 대비 약 17% 높아져 사망자 감소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국민에게 체감도 높은 폭염정보 제공으로 저소득층·노년층 등 폭염취약 계층을 돌볼 정부·공공기관과 기업 등의 실질적 폭염피해 대책의 수립·이행이 가능하다.

최근에 포항공대·옥스퍼드대·영국기상청의 공동 연구팀은 인간의 활동이 한반도의 폭염 지속기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공동 연구팀은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증가로 2018년처럼 강하고, 장기간 지속하는 폭염의 발생 가능성이 4배 이상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또, 국립기상과학원에 의하면 온실가스 배출이 현 추세대로 지속될 경우 21세기 말에는 국내 폭염일수가 연간 40일로 늘어 사람들은 여름에 한 달 이상 폭염을 견뎌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지구온난화의 진행을 늦춰야 폭염발생이 더 느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온실가스인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수립·이행해야 한다. 또한, 개인·단체·기업 등 사회 구성원들도 지구온난화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사회 전체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협력하고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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