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 칼럼] 대구·경북 행정통합 지금 논의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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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 칼럼] 대구·경북 행정통합 지금 논의할 때인가

공청회를 통해 시·도민의 공감대 형성부터 먼저
현안문제 해결과 코로나19극복에 역량 집중해야

  • 승인 2020-07-02 11:03
  • 박노봉 기자박노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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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봉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와 경북은 원래 한뿌리였다. 1981년에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경북도와 대구시는 어쩔 수 없이 행정이 분리되어 40년 가까이 이웃사촌으로 지내왔다. 그러나 시·도민들은 한뿌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나,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과 같이 자연히 정체성도 변하기 마련이다.

1981년 분리 이전의 대구와 경북은 교육과 소비, 생산 기반 등을 모두 갖춘 한국 경제 성장의 중심지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지금의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돌이켜 보면 시·도민은 그 당시의 향수를 느낄 만도 하다.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지금 대구·경북은 점차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992년 이후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경북은 인구 고령화로 몇몇 지자체는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한뿌리인 대구와 경북을 하나로 통합하자는 것은 생존의 문제일 수 있고, 멀어져 가는 두 지역 간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순서가 있다. 통합하고 싶다고 하루아침에 통합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학회나 민간단체에서 통합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앞장서 논의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일이고, 지금은 시기도 아니다.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또 다른 문제를 들고나오는 것은 현재의 문제를 덮기 위한 공명심의 발로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명언도 있다.

현재 대구·경북이 풀어야 할 숙원사업이 많이 있다.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부터 가장 큰 현안 사업인 대구공항 이전 등 크고 작은 일들이 바로 눈앞에 놓여 있다. 특히 코로나 19로 대구·경북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시·도민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른 문제에는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이런 때에 시장과 도지사가 시·도민의 먹고 사는 문제는 제쳐놓고 행정통합에 신경을 쓸 때냐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먼저 시·도민은 현재 대구·경북에 놓여 있는 현안문제부터 해결하라는 것이다.

대구 취수원 이전은 대구 시민이 깨끗한 물을 먹고 싶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다. 구미시의 반대로 15년째 표류하고 있다. 대구시와 구미시가 이 문제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또 대구·경북의 가장 큰 현안인 대구공항 이전은 어떤가. 주민투표까지 했지만, 의성군과 군위군의 극한 대립으로 오리무중 상태다. 이런 지역 간의 문제도 시장과 도지사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행정통합 문제를 지금 들고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출범한 이후 지역 이기주의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님비(Not in my backyard)와 핌피(Please in my frontyard) 현상으로 지역 간의 갈등과 반목이 심하다. 님비는 내 지역에 화장장 쓰레기장 등 혐오스러운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고, 핌피는 행정기관이나 첨단기업 등은 서로 유치하려는 현상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대구 북구에 있는 경북도청을 옮길 때 얼마나 심각했는가를 똑똑히 봐 왔다. 서로 자기 지역으로 도청을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 간의 반목과 갈등으로 추진하다가 중단되면서, 어렵게 지금의 안동·예천으로 옮겼다. 얼마나 오랫동안 많은 후유증을 남겼는가.

대구·경북 행정통합도 마찬가지다. 당장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고, 특별자치도청을 어디에 둘지를 두고 대구와 경북이 얼마나 많은 갈등을 빚을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차근차근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앞장서서 추진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눈앞에 해결해야 할 일들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시민들의 공청회를 통해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동안 대구와 경북은 상생 발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대구·경북 경제통합위원회(2006년 7월)와 대구·경북 한뿌리상생위원회(2014년 11월) 출범 등은 통합을 하기 위한 밑거름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경제통합위원회는 출범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돼 아쉬움이 크다.

현재 대구·경북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만큼 위기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시장과 도지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행정통합은 학회와 시민단체에게 우선 맡기고,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대구·경북의 현안사업 해결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도민의 먹고 사는 문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바란다.


대구=박노봉 기자 bund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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