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군수 박정현)이 국립부여고천문과학관 유치를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대 천문과학이라는 참신한 주제로 공모했다. 전국 10개 지방자치단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전문과학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제는 금속공예술과 항해술 등 고도로 발전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화려한 문화를 자랑했던 왕국이었으나, 백제의 천문기술 역시 세계적 수준이었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려진 바 없다.
삼국사기와 증보문헌비고 등에 따르면, 백제는 독자적 방식으로 천문기상을 관측하였고 일식, 혜성 등을 관측한 기록도 58건이나 된다. 천문학과 역산학에 정통한 백제의 학자들과 학승들이 달력과 천문 서적을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하늘의 과학을 가르쳤다는 기록도 일본서기에 전한다.
특히 사비백제 시기 수도였던 부여에서는 정확한 일남중(태양이 정남에 오는 때) 고도를 1년에 두 번 측정할 수 있었는데, 이는 평양이나 경주보다 더 정밀한 관측이 가능했던 것으로, 백제의 천문지식이 고구려나 신라에 비해 더 앞섰을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부여군은 고대 천문과학을 활용해 과거 세계를 선도했던 천문과학기술을 재조명하고, 미래가치와 연결할 수 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고천문과학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군은 과학관 설립을 위해 백제문화단지에 근접한 약 4만㎡에 이르는 부지를 따로 마련해 놓았고, VR, ICT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스마트 과학관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충남도 역시 도내 전문 과학관이 없기에 부여군의 과학관 설립 계획을 환영하고 있으며 양승조 충남도지사 역시 국립부여고천문과학관 유치를 위해 도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10일 충남도청에서 개최된 돌아온·돌아와야 할 문화유산 사진전 개막식에서 박정현 부여군수는 "잃어버린 선조들의 훌륭한 별자리 이야기를 되찾아 미래 세대에게 전해줘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유네스코 역사문화도시이자 고대 동아시아 천문과학 문명의 메카였던 부여에 고천문과학관을 건립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칼 세이건, 일론 머스크 등 세계 천문과학을 이끌어나갈 차세대 인재들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적격성 검토를 실시하고 발표평가, 현장조사, 종합평가 등을 거쳐 올해 7월 중 최종 부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과학관은 2021년 착공해 2023년까지 준공될 예정이다.
한편 사비백제시대는 성왕 16년(538)에 웅진시대를 마감하고 수도를 사비로 천도하고 국명도 ‘백제’에서 ‘남부여’로 개정한 시기를 말한다. 부여는 고구려와 백제, 동부여 등 많은 나라의 조상의 나라이며, 고조선 멸망 후 300년 이상 고대 한국에서 가장 국력이 강한 나라였다.
성왕이 남부여로 국호를 개정한 것은 백제도 다시금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되고자 했던 의미 때문이다. 성왕은 잃어버린 한강유역을 되찾기 위해서 활발한 정복사업을 펼치는 동시에 백제의 문화발전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백제의 승려 겸익이 해상실크로드를 따라 인도에서 불경을 가져와 번역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성왕 자신이 번역사업에 동참했을 정도로 문화군주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사비시대에 이르러 백제는 해상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진행하는데 이는 항해술과 우수한 선박제조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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