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규제적용 기준이 모호하고 묶음 할인 마케팅이 위축된다는 이유로 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환경부는 "가격 할인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끼워팔기를 위한 불필요한 포장을 규제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쉬이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환경부는 10~12월 3개월간 계도기간을 두고, 현장 의견을 재차 수렴한 후 재포장 금지 규정의 세부지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사실 환경부의 재포장 금지법 지침에는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많고 면적이 작기 때문에 쓰레기 매립지를 좀처럼 찾기가 힘들다.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김포시에 걸쳐 있는 수도권 매립지 중 1·2매립지는 이미 폐기물이 꽉 차 현재 3매립지를 이용하고 있다.
여기서 놀랄만한 사실은 수도권 3매립장이 세계 최대 규모라는 점이다. 축구장 하나 크기가 1만㎡정도 되는데 3매립장은 축구장의 400배에 달한다. 매립장엔 생활·건설·사업장 쓰레기 등을 실은 5t 차가 새벽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에 600~700대 정도가 들어온다. 3매립장은 애초에 2025년까지 폐기물 1450만t을 처리할 계획으로 설립됐지만 쓰레기양이 예상보다 많아 2022년 말경엔 꽉 찰 것으로 예상된다. 말 그대로 내후년엔 '쓰레기 대란'이 우려된다는 이야긴데, 정부는 그 이후 매립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는 전 세계 쓰레기 분리수거율 1위 국가다. 한국의 분리수거 정책에 대해 영국 BBC가 특집 취재에 나섰을 정도다. 세계 1위의 '분리수거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현실이 모순적이기도 하다. 늘어가는 1인 가구에, 발전하는 배달문화까지 쏟아져 나올 쓰레기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더군다나 쓰레기를 매립하려면 땅만 필요한 게 아니라 흙과 소독제, 탈취제 등 필요한 부가 자원이 많다. 쓰레기를 없애려 또 다른 자원이 필요하다니 이거야말로 천문학적인 손실이 아닌가.
나라가 감당할 수조차 없는 막대한 쓰레기양을 줄이기 위해선 우리집 쓰레기부터 줄이려는 작은 노력이 필요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과대포장 상품보단 가벼운 포장의 물건을 구매하자. 하나를 사더라도 비닐보단 종이, 플라스틱보단 나무, 유리 같은 친환경적 소재를 고르자. 환경을 생각하는 한 사람의 노력이 지구를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후손을 살린다. 그렇다면 기업의 마케팅이나 상업성, 그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정부의 노력을 외면해선 안되지 않을까.
이은지 편집2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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