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 칼럼] 권영진 대구시장의 정치적 승부수 '홍희락 카드'

  • 전국
  • 부산/영남

[본부장 칼럼] 권영진 대구시장의 정치적 승부수 '홍희락 카드'

현안 사업 해결, 국비 확보, 협치 정치에 도움
책임정치에 반하며 지지층 철회로 정치 위기

  • 승인 2020-06-22 09:04
  • 박노봉 기자박노봉 기자
박노봉 사진
박노봉 대구취재본부장
승부수(勝負手)를 띄운다는 말이 있다. 경기를 하거나 어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결단을 내릴 때 하는 말이다. 사람이 살면서 이런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가 가끔 있다. 일반 사람이야 승부수를 잘못 띄워도 잃을 것이 크게 없지만, 중요한 위치에 있거나 큰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승부수를 잘못 띄우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고, 결국에는 재기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권영진 대구시장의 입장에서는 '홍희락 경제부시장 카드'가 정치적으로 승부수를 띄웠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권 시장이 처해 있는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대구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전국적으로 볼 때에도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이를 극복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직까지 후유증도 심하다. 여기에다 가장 현안 사업인 대구공항 이전 문제도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이전지를 놓고 투표까지 했지만, 의성군과 군위군 양 지역의 극심한 대립으로 뚜렷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이번 21대 4·15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구에서 전패(全敗)를 함으로써 대구시는 정부 여당과의 대화 통로가 막힌 상태다. 20대에는 김부겸·홍희락 두 여권 중진의원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지금은 지역 현안 사업 해결과 국비 확보에 누구와 상의해야 할지 막막한 실정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위기 상황에서 권 시장이 꺼내든 카드가 홍 전 의원의 경제부시장 영입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홍 전 의원은 민주당 출신으로 20대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대구지역 예산 확보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4·15 총선에서 낙선한 뒤에도 "대구·경북이 자신감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며 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제안에 홍 전 의원이 받아들인다면, 권 시장 본인에게는 '꽃놀이패'가 될 수 있다. 홍 전 의원이 경제부시장으로서 지역 현안 사업 해결과 국비 확보에 도움이 되면, 결국에는 권 시장에게 공(功)이 돌아오기 때문에 권 시장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만일 홍 전 의원의 역할이 미미하다고 하더라도, 권 시장은 "대구 발전을 위해 모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 여당과 협치의 정치를 보여주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항변하면, 큰 비난은 피할 수 있겠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적극적인 보수지지자들은 권 시장의 행위가 배신의 정치로 '악패'로 볼 것이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통합당 출신의 시장이 왜 정체성이 다른 진보 인사를 영입하느냐는 반발이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국회에서는 통합당과 민주당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수층에서는 '홍희락 카드'를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렵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무리 홍 전 의원이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책임정치에 반하는 일이고, 권 시장이 무능하기 때문이라고 몰아붙일 것이다. 잘못하면 지금까지 권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도 마음이 돌아설 수도 있으며, 그렇게 되면 권 시장은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권 시장이 그래서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말이 나온다.

권 시장은 대구시장에 재선되면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선언을 했지만, 아직까지는 대권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대권에 거론되는 인물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자기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이슈를 선점하면서 언론에 자주 등장하려고 한다.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며 연일 언론에 나와 역설하고 있고, 박원순 시장은 전 국민 고용보험이 필요하다며 같은 민주당 출신인 이재명 지사와 논쟁도 불사하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강연으로 중앙무대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반면에 권 시장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는커녕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호사가들은 권 시장이 대권보다는 대구시장 3선을 노리거나,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낸다. 하여튼 '홍희락 카드'가 성공하면, 권 시장이 대권에 도전하든 대구시장 3선에 도전하든 선택할 여지가 많겠지만, 실패하면 심각한 타격을 입어 어떤 정치적 미래도 기약할 수도 없을 것이다.

대구시민들은 권 시장의 '홍희락 카드'가 성공해 대구 경제도 살리고, 중앙 정치가 보여주고 있는 극한 '대결의 정치'가 아닌, 대구에서 여야가 상생하는 '협치의 정치'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박노봉 대구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금산세계인삼축제 세계무예인들 힘 보탠다
  2. [인터뷰] 박수용 인플루언서, 동기부여 강사
  3. '국민을 행복하게,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든든한 건강보험과 함께 마을을 재미있게'
  4. [현장 취재]Joy & 비티오 합동 북 콘서트
  5. 공주시 백제문화제, '웅진성 퍼레이드' 역시 명불허전(?)
  1.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첫 야간 개방...'달빛 야경 투어' 가볼까
  2. [결혼]이찬민 군 정지윤 양
  3. 제1회 한국콘홀 대전협회장배 어린이 콘홀대회 성황리에 마쳐
  4. 대전시 신교통수단 도입에 이목 집중
  5. '제30회 아산시민의 날' 개최

헤드라인 뉴스


2024 국정감사 7일부터 돌입… 지역 현안 관철 시험대

2024 국정감사 7일부터 돌입… 지역 현안 관철 시험대

22대 국회가 7일부터 국정감사에 돌입하면서 산적한 지역 현안들을 점검하고 관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국감은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로, 11월 1일까지 26일간 진행된다. 다양한 민생 현안이 다뤄질 예정이지만, 최근 여야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야당과의 관계도 극한 대치로 치달으면서 '정쟁 국감'으로 흐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김건희 여사 의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놓고 여야는 총력전을 준비 중이다. 때문에 다양한 지역 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

대전시 신교통수단 도입에 이목 집중
대전시 신교통수단 도입에 이목 집중

현실적·재정적 여건으로 지방 도시들이 대중교통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가 신교통수단 도입에 나서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도시철도 2호선 수소트램 사업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신교통수단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4월 발표한 도시철도 3·4·5호선 구축계획에 따라 유성온천네거리에서 가수원네거리를 잇는 6.2㎞ 구간에 무궤도 굴절차량(TRT, Trackless Rapid Transit)을 2025년 말까지 개통할 계획이다. 무궤도 굴절차량은 전통적인 트램과 달..

"곧 김장철인데"... 배추 가격 고공행진에 주부들 한숨
"곧 김장철인데"... 배추 가격 고공행진에 주부들 한숨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이 들썩이면서 대전 주부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한때 포기당 1만 3000원을 넘어섰던 배추는 8000원대로 가격이 내려가면서 안정세를 되찾고 있지만 여전히 예년보다 20%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4일 기준 대전 배추 소매가는 한 포기당 8660원으로, 한 달 전(6593원)보다 31.3%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 배추 소매가는 9월 중순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19일 1만 3350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이후 점차 하락하며 8000원대까지 내려왔다. 일부 지역 전통시장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퀴즈 풀며 안전을 배워요’…SAFE 대전 어린이 안전골든벨 성료 ‘퀴즈 풀며 안전을 배워요’…SAFE 대전 어린이 안전골든벨 성료

  • 꿈씨 패밀리와 함께하는 가을꽃 여행 꿈씨 패밀리와 함께하는 가을꽃 여행

  • 의정 갈등 장기화…커지는 피로감 의정 갈등 장기화…커지는 피로감

  • ‘가을을 걷다’…2024 구봉산둘레길 걷기행사 성료 ‘가을을 걷다’…2024 구봉산둘레길 걷기행사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