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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봉 대구취재본부장 |
현재 권영진 대구시장의 입장에서는 '홍희락 경제부시장 카드'가 정치적으로 승부수를 띄웠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권 시장이 처해 있는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대구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전국적으로 볼 때에도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이를 극복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직까지 후유증도 심하다. 여기에다 가장 현안 사업인 대구공항 이전 문제도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이전지를 놓고 투표까지 했지만, 의성군과 군위군 양 지역의 극심한 대립으로 뚜렷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이번 21대 4·15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구에서 전패(全敗)를 함으로써 대구시는 정부 여당과의 대화 통로가 막힌 상태다. 20대에는 김부겸·홍희락 두 여권 중진의원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지금은 지역 현안 사업 해결과 국비 확보에 누구와 상의해야 할지 막막한 실정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위기 상황에서 권 시장이 꺼내든 카드가 홍 전 의원의 경제부시장 영입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홍 전 의원은 민주당 출신으로 20대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대구지역 예산 확보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4·15 총선에서 낙선한 뒤에도 "대구·경북이 자신감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며 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제안에 홍 전 의원이 받아들인다면, 권 시장 본인에게는 '꽃놀이패'가 될 수 있다. 홍 전 의원이 경제부시장으로서 지역 현안 사업 해결과 국비 확보에 도움이 되면, 결국에는 권 시장에게 공(功)이 돌아오기 때문에 권 시장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만일 홍 전 의원의 역할이 미미하다고 하더라도, 권 시장은 "대구 발전을 위해 모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 여당과 협치의 정치를 보여주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항변하면, 큰 비난은 피할 수 있겠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적극적인 보수지지자들은 권 시장의 행위가 배신의 정치로 '악패'로 볼 것이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통합당 출신의 시장이 왜 정체성이 다른 진보 인사를 영입하느냐는 반발이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국회에서는 통합당과 민주당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수층에서는 '홍희락 카드'를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렵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무리 홍 전 의원이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책임정치에 반하는 일이고, 권 시장이 무능하기 때문이라고 몰아붙일 것이다. 잘못하면 지금까지 권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도 마음이 돌아설 수도 있으며, 그렇게 되면 권 시장은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권 시장이 그래서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말이 나온다.
권 시장은 대구시장에 재선되면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선언을 했지만, 아직까지는 대권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대권에 거론되는 인물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자기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이슈를 선점하면서 언론에 자주 등장하려고 한다.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며 연일 언론에 나와 역설하고 있고, 박원순 시장은 전 국민 고용보험이 필요하다며 같은 민주당 출신인 이재명 지사와 논쟁도 불사하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강연으로 중앙무대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반면에 권 시장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는커녕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호사가들은 권 시장이 대권보다는 대구시장 3선을 노리거나,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낸다. 하여튼 '홍희락 카드'가 성공하면, 권 시장이 대권에 도전하든 대구시장 3선에 도전하든 선택할 여지가 많겠지만, 실패하면 심각한 타격을 입어 어떤 정치적 미래도 기약할 수도 없을 것이다.
대구시민들은 권 시장의 '홍희락 카드'가 성공해 대구 경제도 살리고, 중앙 정치가 보여주고 있는 극한 '대결의 정치'가 아닌, 대구에서 여야가 상생하는 '협치의 정치'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박노봉 대구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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