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25분께 국립대전현충원 708 묘역지로 유가족들이 다시 모였다.
이날 대전현충원에 안장되는 6·25 전사자는 모두 3위. 고 임병호 일등중사, 김진구 하사, 서정돈 일병이다. 고 정영진 하사는 유가족의 요청에 향후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치한다. 708 묘역지에서 이들이 묻히는 각자의 묘역에서 하관식과 허토를 진행했다.
그중 고 서정돈 일병의 묘역이 눈에 띄었다.
고 임병호 일등중사와 김 하사의 묘역엔 슬픔과 함께 늠름한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지만, 고 서정돈 일병의 묘역엔 '소속, 계급, 군번, 성명'만이 적힌 액자 하나만 올려져 있었다.
고 임병호 일등중사와 고 김진구 하사의 영정사진을 봉송하는 모습. 이성희 기자 |
고 서정돈 일병의 아들인 서무교 씨는 "아주 어렸을 적 아버지 사진을 봤던 기억이 있는데, 젊은 시절 내 모습과 많이 닮은 것 같다"며 "내 모습, 내 사진 보면서 항상 아버지 그리워하면서 평생을 살았다"며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 아버지의 발굴유해 소식을 듣고 다시 한 번 잃어버린 사진을 찾아보려 했지만, 없어서 아버지께 죄송한 마음이 너무 크다"고 했다
고 서정돈 일병의 손녀인 서광미 씨는 "할아버지가 6·25 전쟁에 참전해 나라를 위해 희생하셨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안장식에 오니 할아버지의 기운을 느껴지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며 "다른 분들은 사진이 놓여있지만, 할아버지만 남은 사진이 없어 아버지와 고모께서 할아버지를 더 그리워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고 서정돈 일병이 국군 제9사단 소속으로 참전한 현리전투는 강원도 인제 현리지구 근방에서 벌어진 전투로 한국 역사 3대 패전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현제 기자 gusw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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