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청사 전경. |
당진 현대제철에 대한 지역 주민의 감정은 복잡하다. 일자리 창출이란 점에서, 지역 세수 증대 차원에서 호의적이지만 지역에 끼치는 안좋은 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제철에서 내뿜는 대기오염은 심각하다. 이 지역 주민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 산업기반이란 이유로 대기업의 해악은 용인되기 일쑤다. 기업 위주의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기업 경영주의 마인드가 변해야 하는 이유다.
충남도가 대기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한 기업에 내린 철퇴를 거둬들였다. 현대제철이 도를 상대로 낸 행정심판 청구에서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현대제철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로써 가동중단 위기에 몰렸던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기사회생하게 됐다.
10일 도에 따르면, 중앙행심위는 현대제철이 낸 행정심판 청구에서 도의 10일간 조업정지 처분은 부당하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도는 중앙행심위의 재결 결과를 존중, 행정처분을 취소키로 했다.
앞서 도는 지난해 5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브리더 밸브(가스를 외부로 방출시키는 밸브)를 개방해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 것을 적발, 같은 해 7월 15~24일 열흘간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현대제철은 중앙행심위에 집행정지 신청과 조업정지 처분 취소 청구를 냈다.
이후 중앙행심위는 현대제철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고, 지난 9일 조업정지건에도 '인용'을 결정하며 현대제철의 손을 들어줬다.
중앙행심위는 이 같은 결정 배경으로 브리더 밸브 개방 이외의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상용화된 기술이 없고, 세계적으로도 개방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브리더 밸브를 개방하는 것이 화재폭발 예방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유사사례로 전남도와 경북도에서 브리더 밸브 개방을 인정했기 때문에 타 지자체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도는 중앙행심위의 재결 사항을 존중, 조업정지 처분을 취소키로 했다.
다만, 이번 행정처분 과정에서 현대제철이 대기오염물질을 직접 배출하지 않고 방지시설(2단계)을 거친 후 배출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연간 최대 1만6000t가량 저감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관점에서 도는 행정처분보다 더 값진 성과라고 평가했다.
김찬배 기후환경국장은 "중앙행심위의 결정에 아쉬움은 있지만, 재결에 따라 도의 행정처분 명령을 취소한다"면서 "다만 그동안 관행적으로 고로 정비시 브리더를 직접 개방해 오염물질을 배출해 왔지만, 도에서 현대제철에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한 결과 방지시설을 거친 후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신기술이 개발됐다"고 말했다. 이어 "도는 앞으로도 대기오염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관리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충남도 기후환경국은 기후환경정책과, 미세먼지대책과 등 4개과 19개팀으로 구성돼 있다.
내포=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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