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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대전 서구의 한 대형종합병원에서는 응급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중에도 선배 간호사는 실습 간호사를 꾸짖어 환자와 보호자까지 불편한 상황이 연출됐다.
당시 진료받던 환자의 보호자로 있던 신혜원(28) 씨는 "응급실 내에 있던 한 간호사가 실습 간호사에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가만히 뭐 하고 있느냐', '모르면 똑바로 잘 따라다녀라'라고 후배 간호사를 꾸짖었다"며 "환자와 보호자가 있는 자리에서까지 그러면 환자들도 그 꾸짖음을 듣고 있어야 하는가. 환자가 있는데도 그러면 뒤에선 얼마나 더 심할 것인지 상상이 간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 등으로 길들이는 규율을 지칭하는 용어다.
환자의 생명이 오가는 '병원'이라는 특수 환경 속에서 엄한 규율로 간호사를 교육한다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진료받는 환자들까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사, 한의사 등을 포함한 보건의료인력 중에서도 간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가장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경험에 대해 간호사 32.5%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의료인력 중에서 의사(10.2%)와 치과의사(7.3%), 한의사(4.3%), 약사(6.2%) 등과 비교해 '태움'을 당한 의료인력은 간호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서구의 한 내과의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 모(31)씨는 "간호사 중에서 일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일의 고됨도 있겠지만, 선배들의 가혹한 '태움'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며 "엄한 교육을 통해 강하게 성장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그렇게 '태움'을 당하면 하루 종일 주눅 들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역의료계는 '태움'으로 인해 자칫 지역 의료의 질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예방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역의료계 관계자는 "간호사를 포함한 모든 의료진의 '태움' 문화는 시대를 떠나 사회악습관 중 하나다"라며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로 인해 병원의 윤리강령으로 제시돼있는 의료진의 친절도 등 의료서비스의 질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환자에게뿐만 아니라 선·후배 사이에서도 원만한 근무환경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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