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일이 만난 사람]재불화가 김인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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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일이 만난 사람]재불화가 김인중 신부

스테인드글라스의 세계적 대가
한가람미술관 전시 위해 내한
작품과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다
그림시편도 발간한 소감 밝혀

  • 승인 2020-05-31 23:19
  • 수정 2021-05-04 18:18
  • 신문게재 2020-06-01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김인중
'영롱한 빛이 지닌 천 가지 꽃잎들은/우리의 메마른 계절들 사이로 흩어졌네.../이들을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충실한 영혼뿐./그 영혼으로부터 불 같은 나비들이 날아오른다.'

- 2020년 프랑수아 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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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인 시인 프랑수아 쳉(1948년 스무 살의 나이에 유네스코 장학생 자격으로 프랑스 땅에 첫발을 디뎠던 그가 2002년 동양계 작가 최초로 프랑스 지식인 최고의 영예이자 4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회원으로 선정되었을 때, 당시 대통령이었던 자크 시라크는 그의 선임이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영예이자 프랑스의 영광이라며 최고의 예우를 갖추었다)이 평생 우정을 나누고 있는 김인중 신부의 전시 작품 도록에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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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線)은 죽음을 가로지르고 색채는 천상의 향연을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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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세계적인 빛의 화가, 스테인드글라스로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 있는 김인중 신부가 김인중 화업 60년 회고전을 위해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지난 3월18일부터 4월4일까지 '빛의 꿈'을 제목으로 한 전시를 마쳤다.

이번 전시를 위해 3월1일 한국에 온 김인중 신부는 코로나로 인해 프랑스로 귀국하지 않고 막내 동생인 김억중 한남대 교수와 가장동 레미안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익중 신부의 누이 동생 김계중 매니저 등과 함께 고향 대전에서 한동안 머물면서 중도일보와 '한성일이 만난 사람' 인터뷰도 하고, KBS 다큐멘터리 촬영도 하고, 평화방송 출연도 하고,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도 만나면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인중 신부를 그가 잠시 머물고 있는 누이동생 집 근처 가장동 스타벅스에서 만나 1차 인터뷰를 하고, 2차 인터뷰는 일주일 후 공주에 위치한 김 신부의 동생 김억중 교수의 작업실 겸 자택에서 했다. 김인중 신부는 신흥초와 대전중, 대전고를 나오고 서울대 미대와 서울대 미대 대학원에서 공부를 마친 뒤 프랑스로 유학 가서 도미니코 수도회 신부가 됐다. 신부로서 작품 활동을 하는 틈틈이 전시를 마친 후 작품 판매 수익금은 모두 다 기부하기로도 유명한 김 신부는 구약성경 시편 전편에 그림을 넣어 <김인중 신부의 그림 시편>을 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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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신부님, 프랑스에서 50년을 넘게 거주하고 계신데요. 이번에 한국에 오신 계기가 뭔지요.

▲제 나이 올해로 만 80입니다. 오래전부터 제 막내 아우 김억중 한남대 공과대학 건축학부 교수와 함께 회고전을 준비해왔지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화업 인생 60주년 결산 전시회 '빛의 꿈'을 위해 귀국했는데 전시회 외에도 미술관을 짓는다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왔습니다. 프랑스인들은 제가 한국에 간다고 했을 때 코로나에 감염되면 프랑스로 못 돌아올 것을 걱정해서 모두 나서서 만류했지만, 저는 묵묵히 짐을 쌌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뜻을 찾는 것이지, 개인적인 편안함이나 성공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과감히 결단을 내렸지요.제가 한국에 오고 나서 유럽이 코로나가 더 심각해져서 바로 프랑스로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 됐는데요. 덕분에 중도일보와 인터뷰도 하고 좋은 점도 많습니다(하하하). 세상은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없는 거지요(하하하). 저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나침반을 들고 오고 싶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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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뒤 동생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과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우리의 꿈을 이루자고 했습니다. 우리 형제의 미술관을 짓는 게 오랜 소망이었거든요. 공립 김인중 미술관을 세우고자 준비 중인 동생의 프로젝트에 제가 힘을 보태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동생 김억중 교수가 설계한 작품은 대화동 천주교회와 한남대 대천수련원, 유성구 문예회관, 대전 아주미술관, 엑스포남문광장 무빙쉘터 등 다양합니다. 제 동생이 설계한 미술관에서 제 스테인드글라스와 도자기 작품들을 전시하는 독보적인 미술관을 만드는 게 저희 형제의 오랜 소망입니다. 국내 미술관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범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이 탄생하면 좋겠습니다. 유럽에는 제 작품이 있는 미술관이 45개가 있는데요. 올해에 독일 북부 오스나부르크에서도 전시를 열 생각입니다. 아프리카 차드공화국 대성당에서도 93점의 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전시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교황님도 초대할 생각입니다. 예술은 국경을 초월하고 인종을 초월하지요. 스페인 아비뇽에서 멀지 않은 스위스의 마르티니에 있는 피에르 지아나다 미술관에서도 세계 최고의 작품 컬렉션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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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신부님은 어떤 계기로 성직자의 길을 걸으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서울대 재학시절 제1기 ROTC를 했는데요. 하숙집이 혜화동 성당에서 가까워 2년 동안 매일 새벽 6시만 되면 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신부님이 성수를 부어주시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편안해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신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장남으로서 차마 부모님께 말씀드리지는 못했습니다. 저의 말과 생각과 행동을 통해 사람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님을 뵐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분의 눈동자는 세상 사람의 눈동자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 나는 당신의 몽당연필입니다. 쓰실대로 쓰셔요'라고 말씀하시는 그 분을 뵈면서 마음에 큰 감동이 왔습니다. 제가 그림을 그릴 때도 '주님, 저는 그림 그릴 줄 몰라요. 밀어주셔요'하고 기도합니다. 누구나 어린아이같이 되지 못하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해는 하나뿐인데 전 세계 곳곳을 비춰주지요. 사람들이 사는 게 복잡해서 예수님 말씀 듣기가 거북합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개신교와 천주교가 마찬가지인데 매일 매일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이지요. 프랑스에 유학 간 이후 파리에서 도미니코 수도회에 입회했습니다. 죽는 날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 날을 기다리며 절대적으로 하느님이 신뢰하는 삶을 이끌어주시리라 믿고 신부의 길을 걷게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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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억중 교수 작업실에서 대덕밸리 5주년 기념 생방송을 함께 한 김인중 신부와 김익중 교수와 대덕밸리 라디오 가족들
제가 칭찬받고 싶은 게 딱 한 가지 있는데 하늘나라에 갔을 때 하느님이 '네 믿음이 너를 구했다'라는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주위에서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미술관 건립도 좋은 길을 열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신앙인이기 전에 교양있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80년 생애를 살아오면서 나무 한 그루에도 영혼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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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945년 제가 5살 때 해방을 맞았고, 열 살 때인 1950년에 6.25 전쟁을 맞았고, 1960년 스무 살 때 4.19 의거가 있었습니다. 격동의 세월을 살아왔죠. 우리나라의 큰 문제는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일류병에 걸려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평소에 ' 一等病 은 一等兵 '같은 시를 쓰고 싶었습니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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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신부님께서는 세계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작가신데요.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해 설명해주실까요?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는 '색유리'라고도 하는데요. 금속산화물을 녹여 붙이거나, 표면에 안료를 구워서 붙인 색판 유리조각을 접합시키는 방법으로 채색한 유리판으로, 주로 유리창에 쓰입니다. 착색에는 구리·철·망가니즈와 같은 여러 가지 금속화합물이 이용되고, 세부적인 디자인은 갈색의 에나멜 유약을 써서 표현합니다. 스페인의 가우디 성당을 가보신 분들은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위용에 감탄하셨을 줄 압니다. 유럽의 성당들은 대부분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으로 이뤄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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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유리를 창이나 천장에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7세기경 중동지방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슬람건축에서는 대리석판에 구멍을 뚫어서 유리 조각을 끼워, 채광과 장식을 겸하는 방식을 많이 이용하였습니다. 서구에는 11세기에 이 기법이 전해졌는데 12세기 이후의 교회당 건축에서 이 예술이 본격적으로 발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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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밸리 라디오 시즌 5주년 기념식이 열린 김억중 교수의 작업실에서 대덕밸리 라디오와 생방송 후 김억중 교수와 김계중 매니저와 대덕밸리 가족들과 함께 한 김인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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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고딕건축은 그 구조상 거대한 창을 달 수 있어서 창을 통해서 성당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신비한 효과가 인식돼 스테인드글라스는 교회당 건축에 불가결한 것으로 되어 큰 발전을 해 왔지요. 프랑스의 샤르트르대성당, 르망대성당, 영국의 요크 성당과 캔터베리대성당 등의 스테인드글라스는 12∼13세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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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로 살아오시면서 에피소드가 있으면 들려주실까요?

▲30여 년 전 전당에서 150여 점의 스테인드글라스와 도자기를 만들어 전시를 했는데 교황님께서 '당신 그림 앞에서 기도를 할 수 있겠구나'라고 말씀하셔서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서예가 아버님과 색채 감각이 많으셨던 어머님 밑에서 5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저는 부모님의 좋은 씨앗으로 태어나 다른 세대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을 하는 달란트를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동아학원 대전대법인 사무총장으로 은퇴하신 아버님은 부지런하셨고 남 욕하는 적이 없으셨던 선비 중의 선비이자 근면성실하신 분이셨습니다.

한 예술가이자 하느님의 피조물인 저는 창조주이신 그 분께 영광 돌리기 위해 시편 기도문에 스테인드글라스 그림을 넣어 아름다운 배경을 담은 <김인중 신부의 그림시편>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이 기도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편을 읽으면서 동시에 그림을 보면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시와 그림의 조화를 구상했습니다. 묵상을 통해 기도하면서 그림을 감상해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인류의 바람은 꿈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미술관 프로모션할때 시편 화보집 <그림시편>을 증정해드렸습니다.

벨기에의 고 고트프리드 다넬스 추기경님과 시인이자 철학자인 프랑스 학술원 회원 프랑수아 쳉 등과 교류하며 살아왔는데 이 분들은 저에게 많은 영감과 감동을 주신 분들입니다.

몇 년 전 제 전시회에 유태인이 와서 '당신 그림 앞에서는 기도를 할 수 있겠다. 가톨릭과 유대교의 벽을 허물었다'고 하더군요. 가톨릭, 유태교, 무슬림, 불교를 비롯한 어떤 종교인들이 보더라도 그림 시편은 공감을 하시며 감동을 받으실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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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의 바실리카 성당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 큰 성당인데 겉보다 속이 더 아름다운 곳입니다.

제가 다른 욕심은 없는데 작품에 대한 욕심은 있습니다. 이 세상엔 절대 악도 없고 절대 선도 없습니다. 상을 받으면 상처가 됩니다. 인간의 욕망, 시기, 질투, 모함 등 안 좋은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전능하신 하느님 앞에서 인간의 부질없음을 알면 생활 자체가 달라집니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섬기기 위해 존재합니다.

어느 자리에 있던지 남을 섬기는 삶이 중요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우리 생활의 모토가 되어야 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지고 소외당하는 이웃이 많아지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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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의 막내동생이신 김억중 교수님이 <대전예술>에 형님의 작품에 대해 기고하셨던데 소개해주실까요?

▲제 동생들과 제가 우애가 깊습니다. 형제와 남매지간 정이 돈독한 집안인데요. 제 아우가 대전예술에 '빛의 화가 김인중, 그가 도시를 바꾸어 놓았다'고 적었더군요. 동생은 저의 어록 중 '선(線)은 죽음을 가로지르고 색채는 천상의 향연을 펼칩니다'라는 글을 인용했습니다.

동생은 저에 대해 "현대 미술의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화가로서, '빛의 사제', 그리고 '스테인드 글라스의 왕' 이라는 애칭의 재불 작가 김인중은 유화와 스테인드글라스화를 비롯하여 근래에는 세라믹 작품을 소개하며 창작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소개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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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미술사학자 드니 구타뉴(Denis Coutagne)가 김인중 신부님 회화에 대해 평한 내용을 들려주실까요?

▲드니 구타뉴(Denis Coutagne)는 저에 대해 '회화에서는 인상파 Paul Cezanne, 스테인드글라스에서는 야수파 Henri Matisse, 도자기에서는 입체파 Pablo Picasso를 계승한다'고 평했습니다. 그러나 '내적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김인중은 누구의 양식도 답습하지 않으며 새로움을 향한 과감한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다'고 평했죠.

제가 그림을 시작한 지는 반세기가 지났고, 유럽에서 저의 예술활동 경력은 50여 년에 이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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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줄리앙 그린이 신부님의 화집에 서문을 썼다던데 소개해주실까요?

▲프랑스의 저명한 작가이자 프랑스 아카데미 회원이었던 줄리앙 그린 (Julien Green, 1900-1998)은 1996년 처음으로 출간된 저의 화집 <미지세계의 편린>에 '색깔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서문을 써주셨습니다. 줄리앙 그린은 저의 작품세계에 대해 색과 선의 율동 폭을 극대화한 동양화이자 서양화라는 찬사와 아울러 세계 곳곳에서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소개해주셨습니다. 제 작품이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 범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이유는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대의 메마른 영혼들에게 평온함은 물론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해주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해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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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은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계신데요.그 비결이 뭐라고 보시는지요.

▲저는 유럽에서 50여 년간 200여 회 전시회를 개최하고 저술활동과 언론매체 출연 등 적극적인 예술활동을 펼쳐왔습니다. 특히 스테인드글라스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많은 분들이 평가해주시는데요. 제 대표작으로 프랑스 브리우드 바실리카의 스테인드글라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주변 분들이 저의 가장 큰 업적은 사계의 극찬을 받은 스테인드글라스 제조 공법의 창안이라고 말씀해주시더군요. '갤러리 미'에서는 저에 대해 프랑스 문화훈장 오피시에를 수상하면서 한국인으로서 국위를 선양했다고 평가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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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프랑스는 물론 아일랜드, 벨기에 등 유럽 전역에 지어진 천 년이 넘는 오래된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새롭게 탄생시켜서 '빛의 화가'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90km 떨어진 샤르트르 대성당과 중부지역의 브리우스 생 쥘리앵 성당, 벨기에의 리에주 대성당 등 고딕 건축을 대표하는 성당들과 아프리카 차드공화국 수도 은자메나에 신축된 대성당에서 제 작품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2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노트르 대성당에서도 전시회를 가졌죠. 영국 노트르담 수녀회 소속 웬디 베케트 수녀님은 제 작품에 대해 '천사들이 그림을 그린다면, 김인중 신부의 그림과 같은 예술일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앞으로도 빛의 화가로서 스테인드글라스로 하느님의 뜻을 전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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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가이드에서 생 쥴리앙 바실리카가 최고 평점 별 3개를 받게 된 것은 성당에 있는 신부님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덕이라고 하던데요.

▲평가부터 인증과정 모두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 2017년판에 브리우드[Brioude]라는 프랑스 중남부 도시를 검색해보면 도시를 대표하는 성당 생 쥴리앙 바실리카[St. Julien Basilique]가 최고 평점 별 3개를 받아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로써 브리우드는 중소규모지만 최강의 매력 있는 관광도시로 공인받은 셈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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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당에 저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37점이 설치된 이후 그 평가가 별 셋으로 상향조정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한동안 폐허 수준으로 방치되었던 11세기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이 형용하기 어려운 빛과 색의 오묘한 조화가 담긴 저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과 함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상생하는 아름다운 명소로 거듭날 수 있었던 점에 감사드립니다. 혹자는 한국화가 김인중의 마법 같은 손길이 프랑스 한 도시의 역사를 일거에 뒤바꾸어 놓았던 셈이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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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쥴리앙 바실리카 성당은 이로써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성당으로 거듭나게 됐죠. 스쳐 지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머무는 도시가 됐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도시를 바꿨다고 할 수 있죠. 관광도시로서의 매력을 갖춘 도시가 됐습니다. 브리우드의 예에서 보듯이 우리의 문화예술을 강한 도시 재생 수단으로 삼을 수 있지요. 대표적인 문화콘텐츠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11세기에 지어진 1000년 된 성당인 브리우드 성당이 동양인 화가 신부의 작품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 보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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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초부터 브리우드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주관했던 Jean-jaquea Faucher 시장은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가 도시의 변화를 이끌어낸 주역이었다는 점에 대해 존경과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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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외지에서 홀로 작품 활동하시느라 여러 가지 난관이 크셨을 줄 압니다. 소개해주실까요?

▲예. 그렇습니다. 당시 국제공모 작품 53점 중 저의 작품이 최종 선정되었지만 이국작가라는 이유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원안을 관철시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저의 작품이 지닌 차별화된 예술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제 스테인드글라스는 납땜으로 조각유리를 이어붙이는 전통기술에서 확연하게 벗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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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샤갈이나 마네씨에 같은 작가를 뛰어넘어서 최소한의 프레임을 적용한 스테인드글라스 혁신공법을 기반으로 수묵화 같은 저만의 고유한 예술세계가 고요와 침묵 속에 깃들었던 천년 성당을 찬란한 빛과 색으로 물들이리라는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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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관계자들의 그런 예측은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고, 설치가 마무리 되자 냉랭했던 주민들의 반응도 뜨겁게 뒤바뀌었습니다.

실제로 성당 주변 식당에 들러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제가 누구인지, 어떻게 해서 브리우드가 이처럼 각광 받는 주요 관광도시로 바뀌게 되었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브리우드는 이제 관광객들이 스쳐 지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머무는 도시로 바뀌어 지역경제도 되살아나게 되었으니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신부님 작품이 유럽 곳곳에 있는데요. 소개해주실까요?

▲저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이미 유럽 곳곳 45군데에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몽블랑의 관광도시인ㅤ쎙 제르베(St-Gervais)를 비롯해 향수로 유명한 관광도시 베종라로맨(Vaison la Romaine) 같은 도시도 저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과 함께 도시 가치가 상승했다는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유럽 곳곳이 저의 작품과 더불어 도시가 변모하고 있는 현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런가 하면 제 작품이 설치된 곳을 따라 순례하는 여행객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이래저래 한국인으로서 얼마나 고맙고 자랑스러운지 모를 일입니다.



-김억중 교수님이 형님의 예술 세계에 하시고 싶은 말씀을 대전예술에 기고하셨는데 소개해주시지요.

▲제 동생이 기고문 마지막 문장에 이렇게 썼더군요.

'해외에서 손흥민을 비롯한 스포츠 스타의 국위 선양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예술작품을 통해 역사 속에 길이 남을 이정표를 세운 화가의 업적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깊이 새겨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한편으로는 출향작가 김인중 화가의 스테인드글라스 혁신기술과 예술작품을 유치하여 우리 지역의 미래를 어떻게 도모할 수 있을지 진지하고 구체적인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서도 브리우드는 아주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새겨야 할 교훈이 있다면, 뛰어난 예술작품이 아니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사실이다. 별 없는 천 개의 작품보다는 별 셋짜리 센 작품 한 점이 더 소중하다는 말이다'라고 썼더군요. 저의 작품 세계를 높이 인정해주는 동생이 참 고맙죠. 형제간의 깊은 우애에 대해 감사할 따름입니다.


대담, 정리 한성일 국장 겸 편집위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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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중 신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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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중 신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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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중 신부는 누구?

▲<약력>

1940년 부여 출생, 대전고,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오 동 대학원 졸업. 스위스 프리부르그대학 및 파리 가톨릭대학 수학. 민전 1회 대상. 파리 쟈크 마쏠 화랑에서 첫 개인전 이래 유럽 각국을 비롯, 미국, 일본 등에서 지속적인 전시회 개최. 74년 도미니크 수도회에서 사제 서품. 이후 75년부터 프랑스 파리 거주.

Painter, Stained glass / Ceramic Artist, Dominican Pri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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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력>

2019년 6월 프랑스 앙베르 시립 <김인중 미술관> 개관. 프랑스 이수아르 <김인중 상설전시관> 개관, 2016년 프랑스 가톨릭 아카데미 회원으로 추대됨. 2018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훈 훈장인 오피시에 수상. 2003 프랑스 혁명 이후 전시회가 열리지 않던 파라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처음으로 전시. 현대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에브리 대성당 스테인드 글라스 설치. 대표적 고딕건축인 샤르트르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설치. 로마네스크 양식인 브리우드의 바실리크 생 줄리엥 스테인드글라스 설치. 자전적 수필집 <우물속에 뜨는 별>,<빛은 춤을 춥니다>,<삽화가 실린 희망과 기도>,<김인중 신부의 그림시편>을 비롯한 시편 묵상집 다수 집필. 프랑스 학술원 회원인 프랑시스 쳉이 김인중 신부에게 바친 시집 출판. 수십여 차례 유럽 방송 출연.유럽에서 120여 차례 전시회.50여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스테인드글라스에 관한 <김인중의 빛 속에 묻힌 브리우드 쌩 줄리앙 바질리카> 등 주요 출판물 다수. <미지세계의 편린> 등 12권의 서적과 화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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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장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용인 수지구 신봉동성당, 유네스코 한국지부

프랑스 앙베르 시립 <김인중미술관>, 프랑스 이수아르 <김인중 상설전시관>,파리 아동병원, 파리 현대미술관, 프랑스 전 대통령 지스카르데스탱 집무실, 체코 오스트리바 뮤제움, 독일 Ambert 미술관, 룩셈부르크 파리바 은행, 아일랜드 더블린 현대미술관, 일간지 <라 크르와> 사옥 회의실, 일간지 <라 크르와> 성탄특집 표지 전면에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게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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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산에 흑연 채석장 발견… 대전最古 동아연필 연계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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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보문산에서 일제강점기 흑연을 채굴하던 현장이 새롭게 확인됐다. 도로 하나 놓기도 어려운 시절 보문산 중턱까지 임도를 개척해 흑연을 채취하던 채석장으로 대전 최고(最古) 기업인 동아연필과의 연계성에 주목하고 있다. 10일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구 문화동 한밭도서관과 충남대병원 뒤편의 보문산 중턱에서 앞서 발견된 굴착 흔적은 지하자원의 하나인 흑연을 채굴하던 현장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1948년 촬영된 보문산 항공사진에서 산 중턱까지 차량이 오르내리는 도로가 확인되는 곳이다. 충남대병원 주변에 도로가 없을 때 채석 이뤄진..

김종민 의원 “차기 대통령 집무실 세종 설치, 정당 모두 합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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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3선·세종시갑)이 10일 “차기 대통령 집무실 세종 설치는 정당 모두 합의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며 정당 간 합의를 통한 조속한 결정과 추진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대통령은 당선 직후 인수위 없이 바로 집무를 시작한다”며 “용산은 국민이 불신하고 청와대는 국민 개방으로 갈 데가 없다. 대통령 집무실을 어디로 할 것인지 정당 간 합의로 조속히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따로, 공무원 따로, 제대로 국정 운영이 될 수 없다. 정부 장·차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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