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수학, '틀리지 않음'의 미학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수학, '틀리지 않음'의 미학

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전략연구부장

  • 승인 2020-05-28 11:19
  • 수정 2020-05-28 14:09
  • 신문게재 2020-05-29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2020040201000256700007651
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전략연구부장
'수학' 하면 우리는 먼저 복잡하고 어려운 계산을 떠올리고 또 문제를 풀기 위해선 복잡한 공식을 외워야 하는 어려운 학문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많은 학생이 수학을 포기하며 그나마 나머지 학생들은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 학원이나 과외에 의지해 수학교육이 항상 사교육 문제의 핵심 골칫거리가 됐으며 수학의 기능은 대입 수능에서 실력 있는 학생을 구별하는 변별력을 주는 것 외에는 딱히 떠올려지지 않는다.

수학이 계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 맞지만 계산이 수학의 전부는 아니며 정작 수학은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이고 그 행위다. 여기서 논리적 사고라는 것은 주어진 상황에서 '틀리지 않는 결론'을 얻어내는 것이며 틀리지 않음은 전개과정에 모순이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논리적 사고력을 배양하기 위해서 수학을 배우는 것이며 이런 논리적 사고력은 현재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지능정보화시대에 주어진 상황에서 최적의 해법을 얻어내는 핵심역량이다.



그러면 '논리적으로 사고한다'의 의미는 무엇일까? 논리적 또는 수학적 사고란 모순없이 주장들을 전개해 나가며 그 과정에서 얻어진 결론은 옳다고 여기며 전개과정 중에 모순이 발생하면 주장이 틀렸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의 예를 가지고 설명하고자 한다.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에 대해서 그 대각선의 길이 χ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의해서 χ²=2을 만족하며 그 수를 √2로 나타내며 이 수는 무리수다. 이 주장이 중요한 이유는 피타고라스 이전까진 그리스에서는 모든 수는 유리수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수학의 발전과정에서 피타고라스 정리를 수학의 가장 위대한 순간 중의 하나로 여기고 있다.

이제 χ²=2를 만족하는 수 χ(χ=√2)는 무리수임을 수학적 사고를 통해 증명해 보자. 이 주장에는 χ²=2와 무리수라는 개념이 있다. χ²=2의 정의는 'χ라는 수를 두 번 거듭 곱하면 2'고 무리수의 정의는 유리수가 아닌 수다. 그러면 유리수의 정의 또한 살펴봐야 하는데 양의 실수 χ가 χ=q/p로 표현할 수 있는 자연수 p, q가 존재하면 χ를 유리수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2가 무리수임을 증명한다는 의미는 √2가 유리수가 아님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모든 수는 유리수거나 유리수가 아니기에 √2가 유리수라면 √2=q/p을 성립시키며 1 이외의 약수를 공유하지 않는 자연수 p, q가 존재한다. 양변을 p로 곱해 (p√2=q), 그 양변을 제곱하면 2p²=q²다. 따라서 q²은 2의 배수가 돼 짝수다. 그런데 짝수 곱하기 짝수는 짝수, 홀수 곱하기 홀수는 홀수이기에 2의 배수인 q²는 짝수고 따라서 또한 2의 배수인 짝수며, 따라서 q=2k인 자연수 k가 존재한다. 이를 2p²=q²에 대입하면 이 2p²=4k²이되며 양변을 2로 나누면 p²=2k²을 얻는다.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p 또한 짝수여야만 하며 결국 p, q는 모두 짝수가 돼 2로 나누어지므로 p, q가 1보다 큰 약수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에 모순이다. 따라서 √2가 유리수라는 주장은 틀렸으며 √2는 무리수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수학적 사고라 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수학문제의 풀이나 증명을 보면 수학이 다시 보일 것이며 생활 속에서 틀리지 않게 생각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다보면 수학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논리적 사고에는 역으로 문제에 내재된 모순을 이용해 상황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플라톤이 소크라테스에게 '당신은 거짓말쟁이다'라고 하자 소크라테스는 '당신 말이 맞다'라고 했다. 이때, 소크라테스는 거짓말쟁일까, 아닐까? 독자 여러분이 맞춰 보길 바란다. 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전략연구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박헌오의 시조 풍경-11] 다시 꺼내보는 4월의 序詩-불꽃은 언제나 젊게 타오른다
  2. NASA 아르테미스 2호 발사, 한국 큐브위성 'K-라드큐브' 사출 성공… 교신 시도 중
  3.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6년 4월3일 금요일
  4.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5. [교단만필] 과학의 도시 대전에서, 과학교사로 함께 한다는 것
  1. 대전을지대병원, 환자와 보호자 위로하는 음악회 개최
  2. 교육부 라이즈 재구조화…"시도별 성과 미흡 과제도 폐지"
  3. 충남도,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추진
  4. "직업환경 보건 지켜질 때 사고와 참사도 예방할 수 있어"
  5. [사이언스칼럼] 문제해결형 탄소 활용 기술

헤드라인 뉴스


또다시 단전위기 둔산전자타운…관리비 납부 갈등 봉합 `난항`

또다시 단전위기 둔산전자타운…관리비 납부 갈등 봉합 '난항'

전제자품 전문상가인 대전 둔산전자타운이 점포 입점상인 간의 관리비 징수와 집행 주체에 대한 갈등으로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기요금조차 납부하기 어려워 또다시 단전 경고장이 게시됐고, 주변 상권 역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일 찾은 대전 서구 탄방동의 둔산전자타운은 입구부터 단전을 예고하는 안내문이 붙은 채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기요금을 오랫동안 연체한 탓에 1차 복도와 편의시설부터 단전을 시작해 2차 엘리베이터와 급수용 그리고 상가점포와 사무실까지 단전에도 납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건물 전체에 단전이 이뤄질 수 있..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영재고·과학고 학생들의 의·치대 진학률이 감소하고 있다.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함께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 중시 정책 기조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영재학교와 과학고를 졸업한 학생들의 의대 진학이 2024학년도 대비 2026학년도 42% 감소했다. N수생을 포함한 수치로, 2024학년도 167명에서 2026년 97명으로 줄었다.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난 2025학년도엔 157명이 의대에 진학했..

대전 원도심, 문화로 다시 숨 쉬다…도시재생과 예술의 결합
대전 원도심, 문화로 다시 숨 쉬다…도시재생과 예술의 결합

대전 원도심은 오랜 시간 지역 문화예술의 뿌리 역할을 해왔지만, 도시 확장과 함께 문화 인프라가 신도심으로 이동하며 점차 활력을 잃어왔다. 공연장과 전시시설, 문화공간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역시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대전시가 원도심의 역사성과 문화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도시재생과 예술을 결합한 '3대 특화 문화시설' 조성을 통해 원도심을 다시 문화 중심지로 복원하고, 일상 속 문화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사업이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벚꽃 활짝…대전에 봄 왔네 벚꽃 활짝…대전에 봄 왔네

  • 고유가에 운행 포기 속출 고유가에 운행 포기 속출

  • 대전 도심을 푸르게 대전 도심을 푸르게

  •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