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9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이 법안을 논의했지만, 최종 처리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에 간곡히 처리를 요청했던 이 법안의 처리는 결국 21대 국회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국회 등에 따르면 지방분권 의지가 확고한 문 대통령이 강기정 정무수석을 국회로 보내면서 이 법안의 20대 국회 내 처리를 당부했지만 여야 간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행안위는 이날 법안심사에 특례시 규정에 대한 이견을 보이면서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청권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안 처리로 지방정부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대해 자치분권을 강화하려던 기대가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이 법안이 상정된 이후 여야가 이에 대해 논의한 것은 불과 2~3차례에 불과하다. 여야가 법안 처리에 사실상 뒷짐을 쥐고 있는 모양새로 이런 상황에선 21대 국회에서도 처리가 난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법안엔 주민조례발안제 도입 및 주민소환·주민투표 요건 완화,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 확충, 대통령-시도지사 간담회 제도화를 위한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 등을 담고 있다.
지역 정가에선 특히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과 정책보좌관 도입이 또 다시 기약 없이 미뤄진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현재는 광역의원을 보좌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지방의회 사무처 인력 인사권을 시도지사, 시장, 군수 등 집행부의 장이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의 등에서 집행부의 눈치를 봐야만 해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이 수행하기 어렵다.
정책 보좌관 도입 무산도 두고두고 뼈아픈 대목이다. 이 제도는 광역의원이 속한 상임위원회에서 의정활동 시 전문화된 인력이 보좌하는 제도다. 가령 행정사무감사 등을 진행할 때 광역의원이 자신의 전문성과 동떨어진 정책을 심사할 때 시일이 다소 소요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수조원대 예산을 세밀하게 살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한 시의원은 "의원이 자신이 전공한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를 살필 때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정책보좌관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었다"며 "집행부인 대전시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사권 독립도 대전시장이 아닌 시의회 의장이 갖는 권한이 생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은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하고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이 같은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역 정가 역시 아쉬움을 표하며 21대 국회에선 개정안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석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대변인은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진정한 지방의회로서의 역할과 위상 강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쉽다"며 "21대 국회에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조 미래통합당 수석대변인도 "오랫동안 지방자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었음에도 폐기됐다는 데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며 "그동안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는데, 21대 국회에선 조속한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원기·서울=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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