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도드라진 잠룡은 없지만 정국변화에 따라 대선 링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도록 진지 구축에 성공한 주자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여당에선 충북 청주 출신인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충남 천안이 고향인 양승조 충남지사가 직접 선수로 뛰진 않았음에도 측근들의 여의도 진출로 대선주자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보수 야당에선 공주 출신 정진석 의원이 5선에 성공으로 충청 보수 진영의 잠룡으로 부상할 채비를 갖췄다는 시각이 나온다.
노 실장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그림자 역할을 수행하는 탓에 잠룡으로 거론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하지만, 충청에선 이번 총선이 노 실장이 앞으로 빅 피처를 그리는 데 중대 모멘텀이 됐다고 본다. 일단 최측근 이장섭 전 충북도 정무부지사가 배지를 달았다. 17대와 19대 국회 때 노 실장 보좌관으로 활약했던 그는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청주서원 후보로 출마해 미래통합당 최현호 후보를 꺾었다.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은 '동지'들도 대거 9호선에 탑승했다. 문 대통령 복심(腹心)이라 불리는 윤건영 전 국정상황실장은 서울 구로을에서 통합당 김용태 후보에 낙승을 거뒀다. 수석급으로는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과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이 관악을과 양천을에서 각각 통합당 오신환, 손영택 후보에 승리했다. 비서관급으로는 고민정 전 대변인이 광진을에서 '대어' 통합당 오세훈 후보를 잡았다. 정치권에선 노 실장이 청와대 임무를 마치면 2022년 대선링에 직행하기 보다는 같은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또는 경기지사에 도전 잠룡급으로 체급을 키운 뒤 차차기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다.
양승조 충남지사 역시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무게감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최측근인 문진석 전 비서실장이 천안갑에서 통합당 신범철 후보에 승리하고 배지를 달았다. 천안병에서도 자신이 발탁한 이정문 후보가 통합당 이창수 후보를 꺾고 국회에 들어갔다. 심대평, 이완구, 안희정 등 역대 충남지사는 대권 주자였고 양 지사도 같은 행보를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4선 의원으로 중앙무대에서 인맥이 두텁고 충남의 수부도시 천안을 텃밭으로 둔 만큼 지역 기반도 탄탄하다. 그는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열릴 것으로 보이는 내년 중순께 대선으로 가는 당내 경선도전이냐 아니면 충남지사 재선 행보냐 라는 선택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충청 보수진영에선 보수 집권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수석을 지내며 국정 경험을 가진 정진석 의원이 충청대망론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로 급부상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옛 충청 맹주 고(故) 김종필 전 총리 지역구인 공주부여청양에서 민주당 박수현 후보를 잡고 당내 최다선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향후 당권 또는 야당 몫인 국회 부의장 도전 하마평이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정치적 선택지가 넓어진 정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보수진영 재건에 나름 역할을 해 낸다면 차기 대선링에 오를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을 쌓을 것으로 점쳐진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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