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연구진이 개발한 촉각 피치 시스템으로 진동을 통해 정확한 음정을 파악하는 훈련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승용 선임연구원, 정승은 선임연구원. ETRI 제공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주위 소리와 자신의 목소리의 음높이(Pitch)를 분석해 촉각 패턴으로 변환해주는 '촉각 피치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청각이 아닌 촉각 신경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음악이나 소리 등 청각 정보로부터 소리의 주파수 신호를 뽑아내 음을 인식한 뒤 촉각 패턴으로 만들어 착용자의 피부에 전달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기술로 주변 소리나 자신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음의 높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연구진이 고안한 방법은 주변에서 4옥타브 계이름 '도' 소리가 들리면 사용자가 왼손에 낀 장갑을 통해 검지 첫째 마디에 진동이 느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손의 구조와 인지 용이성을 설계에 반영해 한 손에 3옥타브에 해당하는 36개의 음계를 촉각 패턴으로 표현했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촉각 피치 시스템의 장갑형 버전과 밴드형 버전 장비 모습 |
ETRI 촉각 피치 시스템은 인공와우 및 보청기 사용자들이 모든 정보가 아니라 음 높낮이라도 파악하기를 원한다는 실제 요구사항을 토대로 개발한 시스템이다. 덕분에 사용자 환경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임상을 통해 증명한 연구 중 최초 사례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로 단순히 청각장애인의 음악 활동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을 개선하는데도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시스템의 착용성과 완성도를 개선하고 보다 효과적인 특수교육법·훈련 기법 표준안을 만들기 위해 관련 협회·단체와도 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향후 손목·암밴드 등 웨어러블 형태로 장비를 개발할 계획이다.
연구책임자인 신형철 ETRI 휴먼증강연구실장은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우리 사회 소수자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적정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기술이 실질적으로 여러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따뜻한 복지 ICT로 많이 활용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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