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일이 만난 사람]김재석 귀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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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일이 만난 사람]김재석 귀농작가

'제3회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 1억 원 고료 당선작 장편 판타지 소설 <풀잎의 제국> 저자
제7회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 수상 장편 범죄스릴러 소설 <식스코드> 작가
순수문학의 시대 지나 장르문학으로 흐르는 세태를 이야기하다

  • 승인 2019-11-03 23:15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김재석 작가
지난 10월 전북 장수군 계북면 파파실길에 위치한 자연치유 농장 파파실 언덕(언덕지기 전용진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부위원장. 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 북스테이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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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 북스테이 독서토론 시간에 순창에서 블루베리 농사를 지으면서, 도시에서 귀농한 사람들을 돕는 귀농귀촌협회의 사무국장 일을 맡아 재능기부와 자원봉사에 앞장서는 귀농작가인 김재석 작가(52)를 만났다. 방금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 <리야드 연가>를 들고 찾아온 김재석 작가와 파파실 언덕 숲길을 산책하며, '자연주의'를 가득 담은 그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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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 작가는 <한성일이 만난 사람>에서 새롭게 시도하고픈, 색다른 인터뷰어이기도 하다.

그는 '제3회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 1억 원 고료 당선작인 장편 판타지 소설 <풀잎의 제국>의 저자이자 제7회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을 수상한 장편 범죄스릴러 소설 <식스코드>의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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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해양문학상, 안데르센문학상 등 수많은 수상을 한 상복 많은 작가로, 이번에 낸 소설 <리야드 연가>로 소설분야에서도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고, 현재 다음카페 '브런치'에 '詩골살이' 수필과 시를 연재하면서 방송 드라마 대본을 집필 중인 왕성한 필력의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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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중소설의 흐름이 순수문학에서 장르문학 쪽으로 이동하면서 김재석 작가의 작품이 주목받고 있다. 그의 작품 폭은 넓어서 제1회 해양문학상 동화부문에 당선됐고, 당선작은 <마린걸>이란 청소년 장편소설로 재탄생해 청어람주니어에서 출판되었다. 그는 제7회 한국안데르센아동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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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실 언덕에서 필자와 김재석 작가가 대담하고 있다.
김 작가는 올해 교보문고의 스토리공모전 본선까지 진출한 작품이 추천을 받아 장편동화책 <로봇개 스카이>가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어린이 독자에서 어른 독자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두루 작품을 쓴다.

그를 만나 그의 작품 세계와 심신이 지친 도시인에게 전하는 청량감 가득한 귀농 이야기, 웹툰, 웹소설이 부상하면서 순수문학의 시대를 지나 장르문학으로 흐르는 세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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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님, 반갑습니다. 김 작가님이 새롭게 선보인 로맨스 소설 <리야드 연가>를 선물 받고, 매우 재밌게 읽어서 꼭 한번 인터뷰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순창에서는 귀농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다고요?

▲부산에서 순창으로 귀농해서 시골살이를 한 지 5년 차에 들어서네요. 1000 평 정도의 땅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주경야독한다고 해야 하나요. 주로 밤에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태어난 고향 부산에서 부산경상대학과 경성대학교 겸임교수 일을 할 때도 밤과 주말을 활용해서 글을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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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이 사십대 후반에 어떤 계기도 있었지만,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환경을 확 바꿔버렸죠. '자연주의'로 말입니다. 어떤 분은 저더러 '시골 아재'라고 말하더군요(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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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실언덕에서 필자와 김재석 작가가 대담을 나눴다.
- 김 작가님의 신간 <리야드 연가>를 소개해 주시지요. 저만 재미있게 읽은 것 같아서(쿡쿡쿡) 더 많은 예비 독자들에게 들려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 <리야드 연가>(2019년 9월, 부크크 펴냄)를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통합검색사이트 'daum'에서 작가들을 위해 만든 '브런치(brunch)'라는 작품 연재 공간이 있는데, 그 곳에 연재를 마무리하고 소설을 냈죠. 로맨스 소설이긴 한데 장르소설만을 지향한 것은 아니고, 순수소설의 기법도 가미되었죠. 순수소설의 심리묘사와 장르소설의 빠른 전개, '케미(남녀궁합)' 가득한 캐릭터를 그리면서 '5줄마다 한 번씩 쿡쿡 웃음 짓게 하고 말 거야' 하며 '밀당'과 '재미'를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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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80년 대 사우디 리야드중앙국립병원에 해외 파견되어 젊은 날을 보낸 제 아내의 러브스토리가 담겨있어요. 저하고의 사랑이 아닌 이국적인 사우디 왕자와…(쿡쿡). '젊은 날, 누구나 가슴 앓는 애틋한 사랑 한 알 품고 살지 않았는가' 이게 주제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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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러브스토리라고 하니 '아내가 결혼했다' 같은 책 느낌도 드는데, 어떻게 감정이입을 해서 두 사람의 케미를 그리죠?

▲아내가 저를 만나기 전이니까(하하), 만난 후라고 해도 어쩔 수 없고요. '다른 늑대가 당신 마음 채가면 안 돼!' 하는 마음으로 썼죠(하하하). 책 앞 장에 'This book is a gift for my wife' 라고 했는데 오직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선물하고 싶었네요. 제가 좀 '로맨틱 가이'거든요(하하하). 그렇다고 개인의 일화만 담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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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까지 외화벌이를 위해 열사의 나라 중동으로 떠났던 수많은 이들을 생각하면서 개인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을 메꾸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었던 면도 있어요.

멋있게 말하면 '개인들의 삶이 쌓이면 드러나는 역사가 된다'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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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골살이를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저 자신보다는 남을 위하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는 거죠. 지난 소설들이 성공하고 싶은 욕망에서 썼다면 이제는 어떤 이(너, 당신)의 삶 속에 담긴 진실과 소망, 해학 어린 이야기를 찾아내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고 싶네요. 나태주 시인의 살 떨리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라는 표현처럼 '기승전 너(당신)'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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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작가님, 귀농한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센티멘털한 도시남, 차도남 같으시고, 전혀 귀농작가 스타일로 안 보이시네요(하하하).

▲지금 '브런치'에 '詩골살이'라는 시골사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와 시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시골 사는 담론을 풀어가려고 시작했죠. 사실 안락하고 편리한 삶을 추구한다면 오히려 도시가 훨씬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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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40대 후반에 시골로 갔는데 제 나이가 젊은이 취급을 받을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한 상태예요. 한마디로 친구 하자고 할 사람이 없어요. 제가 있는 마을도 귀농인이 없다면 10년 안에 소멸 될 거예요. 저는 집을 제 손으로 짓는 것부터 시골 사는 담론을 풀어가고 싶었어요. 아마 도시인의 로망 중 하나가 시골에 별장 같은 집을 짓고 주말 텃밭 가꾸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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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볕 좋은 순창에 직접 별장을 지으셨나요?(하하하)

▲별장은 뭔 별장을…, 단지 위화감 들지 않게, 시골 분들의 삶과 동화될 수 있는 촌스러우면서도, 촌티(?)나지 않는 집을 지으려고 했죠. 지붕을 보통 삼각지붕으로 하는데 저는 특이하게 X자 지붕을 해서 지붕이 엇갈리게 만들었어요. 제 친형이 지붕을 보고 도덕경 48장에 나오는 문구로 붓글씨를 써서 액자를 만들어 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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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학일익(爲學日益), 위도일손(爲道日損), 시중(時中)'

'학문은 배울수록 더해가고, 도는 닦을수록 덜어낸다. 그 역동적 균형'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죠.



집,

저 그릇엔 뭘 담을까

해 뜰 무렵 나와 저물녘까지

똑딱 뚝딱

집을 짓다 되물었다.

한 쪽에선 쌓고 쌓다

한 편에선 마음 내려놓는다

엇갈림(X)

한 집에 든 두 생각

삶을 보듬는



-브런치 연재 詩골살이 3화, 내 집을 내가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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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기만 하는 삶이 아니라 내려놓을 줄 아는 마음이 균형감을 이루는 게 시골살이의 목표죠. 그 균형감각을 찾는 게 제 철학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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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처음 시골 와서 3년간은 땅을 사고, 제 손으로 집을 짓고, 블루베리 농장을 꾸리면서 다른 벌이를 못하다 보니 여유 자금이 바닥이 났죠. 균형감각을 유지 못하고, 과유불급(過猶不及)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처음 마음은 초가삼간에서 붓으로 이랑을 매고, 글로 농사를 짓는 거였는데…(하하하).

투자할 곳은 많고, 생계 걱정은 되고, 나무는 언제 자라나 싶고…. 그때 도시에 사는 선배가 집들이 선물로 저에게 보내준 나무 액자가 눈에 들어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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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실언덕 큐브에서 김재석 작가가 자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천천히 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뒤로 가지 않는다'(김재석 작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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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저녁놀에 붉게 물든 논길을 걸었어요. 고개를 숙인 벼 이삭을 보며 논에서 논으로 이어진 길을 걸었죠. 논길은 무작위했고 어떤 길로도 이어져 있었어요.





논길을 걷다

진흙 발가락 뿌리에 고여오는 溫氣

한걸음, 한걸음

느림 步마다

수천 갈래 모세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붉은 벼꽃이 피고 진다



논길을 걷자

바삐 뛰지 않아도

길은 4천 년 농부의 知慧로

생명의 싹을 틔우기에 넉넉하니

동서남북,

실루엣 빛 노을 속으로,

흙뿌리로……

그 한 잔털 위를 걷자



-브런치 연재 詩골살이 2화, 논길을 걷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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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한 순창에서 제14회 순창장류축제의 준비위원으로 활동한 김재석 작가.
논길을 걸으며 나는 어떤 길로도 갈 수 있고, 한 잔털 위를 걷고 있다는 무작위한 삶에 눈을 뜬 것 같아요.

어떤 이는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다'란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제 앞에 무수한 길이 펼쳐져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두 부류의 삶을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가 멋진 말로 잘 표현해 주었죠. '편집증'과 '분열증'(하하하). 경력을 쌓고 쌓아 자기 길을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금의 상황을 예민하게 살피면서 순간순간에 모든 것을 걸며 끊임없이 도망치는 사람이 있죠. 저는 제 자신이 그물코 안에 갇힐 수 없는 작은 물고기인 걸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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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 작가는 필자에게 그의 작품 세계와 자연주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 균형감각이라든가 무작위한 삶이 꼭 시골 살아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잖나요?(쿡쿡)

▲뭔 이런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시나요. 벌써 저 마음 베였어요(하하하). 맞는 말이죠. 단지 제가 환경을 중시하는 이유는 과거와의 결별이겠죠. 인생에는 큰 전환점들이 몇 번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도 시골살이가 큰 전환점이 되었겠죠. 그런데 과거에 만났던 사람, 하던 일을 그대로 두고 전환한다고 하는 건 흐지부지하겠다는 뜻과 무엇이 다르겠어요. 흐지부지되는 모든 개혁은 과거와의 결별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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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가 좋아한다는 정지용 시인의 옥천 생가와 문학관을 찾은 김재석 작가.
저는 시골살이를 하면서 여기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요. 과거에는 잘 만나지 않았던 사람들이고, 도외시했던 사람들이죠.

순창읍에 새롭게 문을 연 농부의 식당이 있어요. 이름하여 '요일부엌 마슬'인데 마슬은 마을의 예스러운 이름이죠. 이 마슬은 각 요일마다 주방장이 바뀝니다. 주방장이라기보다는 '요리하는 농부'라고 표현하는 편이 낫겠네요. 왠지 느낌이 오지 않나요?

'귀농한 농부들이 차린 제철 마을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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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 작가는 파파실 언덕의 북스테이에서 귀농 귀촌해 작품활동을 하는 이야기, 시골살이 이야기를 다음카페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메뉴도 요일마다, 반찬도 그때그때 달라요' 하는…, 그런 자유분방함이! (하하하).

저는 가끔 요일을 골라 점심을 먹으러 가지요. 마치 요일을 고르는 것이 메뉴를 고르는 꼴이라니.

화요일에는 '백발소녀의 쌀밥'.흰 머리카락을 우아하게 드러낸 그녀는 아마 50대 초반으로 마음만은 소녀 못지않을 거예요. 밭에서 자란 제철식 재료만 가지고 반찬을 만들고 유기농 쌀로 밥을 지어주죠. 그녀의 블로그에는 '오늘은 밭에서 OO를 채취했어요. 이걸로 반찬 만들거에요' 하고 가끔씩 올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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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은 '니나의 밀밥'인데,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2000평 정도의 밭에 밀을 키워요. '우리밀' 밭이죠. 수입밀은 이래저래 농약 논란이 많지만, 여기서는 유기농 우리밀로 만드는 천연발효빵을 안심하고 맛볼 수 있어요. 그녀와 대화를 하다 보면 농담을 어찌나 잘하는지, "내 밭이 가끔 밀밭인지 풀밭인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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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은 '지선의 빵식탁'인데, 볼이 통통한 그녀는 아예 집에다 소규모 빵공방을 차렸어요. 집에서 직접 천연발효빵을 만들어요. 아마 먹어본 사람들은 그 밋밋하면서도 쫄깃쫄깃한 맛에 길 들여질 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땅심을 살리는, 작은 농부들이 키운 작물로 밥을 짓고 빵을 만들겠습니다'라는 그녀들의 슬로건을 응원하러 저는 요일부엌 마슬을 찾아가죠.

한국도 언제부터인가 공유경제란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잖아요. 요일부엌 마슬도 어떻게 보면 공유경제의 한 모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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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을 공유한다고나 할까.'

부엌이나 요리에 대한 각자의 취향이 다를 텐데 용케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처음 갔을 때 제가 그릇에 대해 투덜거린 적이 있어요. 요리가 돋보이게 좀 더 모양 있고, 깔끔했으면 했는데…, 그런데 마슬의 요리를 담는 그릇이나 음료 컵 등은 다 주변 지인들에게서 기증(공유?)받았다는 말을 듣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전율을 느꼈어요. 그녀들이 '뼛속까지 시골형 인간이구나' 했죠. 그렇다고 반대형이 겉만 번지르르한 이기적인 도시형 인간이란 뜻은 전혀 아니니까 오해는 마세요(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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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저 들으라고 하시는 말씀은 아니죠?(하하하)

▲농담 속에 있는 뼈는 물렁뼈이니까 아작아작 잘 씹어 드시면 돼요(하하하). 그녀들을 보며 단지 이런 생각이 들었죠.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을 맞아 AI(인공지능)나 휴먼형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해 가고 있고, 세계화란 미명 하에 지역의 가치와 생태적 삶이 부정되고, 부의 양극화는 정말 극을 향해 달려가는데…. 결국 살아남는 포스트 휴먼은 호모 사피엔스 종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울리는 마당에 '아나바다'의 정신으로 이익을 나누고, 부엌을 공유하고, 자연주의와 그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강한 연대감을 가진 그녀들은 과연 살아남을까?

답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왠지 잘 살아남을 것 같지 않나요?

학자들은 멸종의 빙하기를 넘어 호모 사피엔스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특징으로 상징을 이해하고, 이타심으로 협동생활을 한데 있다고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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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새로운 책 <로컬의 미래>에서 이런 말을 해요. '글로벌 경제와 세계화가 가져온 지역의 피해를 상기시키며 문화와 생태적 가치를 지키는 <지역화>만이 인류가 나아갈 지속가능한 삶'이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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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뼛속까지 시골형 인간인 그녀들을 응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끔 주역 괘로 점을 쳐요. 오백원 동전 한 개로 앞면을 양, 뒷면을 음으로 치고, 동전을 6번 던져 나오는 음양으로 주역 괘를 읽는데, 오늘은 주역의 괘에 산지박 6효의 '석과불식(碩果不食)'이란 글을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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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아무리 굶주려도 종자인 씨는 먹지 않는다'는 말이죠. 한번 생각해 보세요. 4차 산업의 거대한 물결 속에 오직 물질적 이기주의만 넘쳐나고,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가치마저 저버린다면 미래엔 과연 무엇이 남을까요. 그리고, 만약 오늘의 우리 사회 모습에 실망했다면 내일의 참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어디에 한 표를 던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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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정글에 한 표를



- 한 정글당원의 SNS 포스터-



오늘의 한국에 등을 돌리셨다고요?

그 등을 누가 토닥토닥해주던가요?



내일의 한국을 위해 정글당에 투표하세요

포스트 캐피탈리즘?

금수저와 흙수저의 양대 리그

로봇과 인간이 생존 경쟁하는 사회

NO!



색다른 정글이라고 해두죠.

그 세계도 맹수야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또 다른 맹수가 될 순 없잖아요

황제팽귄이 되는 거죠

바람막이 공동체경제를 만들어야죠.



벽으로 막혀있다고요

담쟁이가 되어 애써 그 벽을 넘고 싶나요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것이라고

바보상자의 그 말을 지겹게 들었잖아요

두더지가 되는 거죠.

우리만의 리그, 자급자족 지하경제를 만들어야죠



그 정글에도

언어의 넝쿨이 뒤엉켜있죠.

가짜 말이 씨가 된 거죠.

다른 말씨를 뿌려야 해요

바보상자의 말을 따라 하지 마세요



그 정글의

밤하늘엔 별이 뜰 거예요

뭇별들이 내는 바람의 소리가 들리나요.

너와 나가 공명하는 소리

그 바람 길을 따라가세요



내일의 정글에 한 표를 ^ㅠ^



-브런치 연재 詩골살이 7화, 내일의 정글에 한 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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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사는 진정한 이유는 인간이 인간됨이란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서이고, 그런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서죠. 정글 당원이 돼 보실래요?(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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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작품 이야기를 해보죠. 제가 봐도 순수문학의 시대가 가고 장르문학이 인기를 끄는 것 같아요.

▲적어도 조정래, 이문열, 황석영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시대는 지났겠죠. 저희 또래의 청춘들이 즐겨 읽었던…. 그래도 순수소설의 맥락은 이어질 거니까 시대가 지났다기보다도 장르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거죠. 워낙 영화나 TV, 웹소설 플랫폼 쪽에서 공모 상금도 많이 걸고, 콜이 많다 보니…. 저도 제 작품이 소설책으로서의 인기도 바라지만 2차 저작물로 옮겨가기를 더 바란 면도 있어요. 일종의 '원 소스 멀티 유스(one-source multi-use)' 라고 하는데 하나의 작품이 영화로, 드라마로, 연극으로, 게임으로 다양하게 퍼져나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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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에 1억 원 고료 제3회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을 받은 <풀잎의 제국>은 온전히 그런 목적으로 작품을 집필했죠.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 등의 서양 판타지 세계가 한국인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는 시기에 한국적인 판타지의 진수를 보여주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상의 목적도 한국적 판타지의 재발견이었고, 그런 원 소스 작품이 나와서 다양한 형태의 2차 저작물로 발전하기를 바랐죠. 물론 책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저를 알리는 계기는 되었어요(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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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제7회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을 받은 <식스코드>는 드라마로 제작되기를 바라면서 쓴 범죄스릴러 소설인데 지금까지 방송 쪽에서 연락이 없네요(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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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작가님은 농담도 잘하시네요(하하하). 앞으로 어떤 장르문학을 쓰고 싶으신지요?

▲제가 1990년대에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5년 했어요. '일본공학원'이란 학교에서 방송미디어를 전공했는데, 일본유학을 하면서 일본적인 색채가 물씬 묻어나는 드라마나 소설에 관심을 많이 가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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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유학할 당시에도 너무나 다양한 장르의 TV드라마가 제작되고 있었고, 소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앞으로 한국도 순수문학만이 아닌 장르문학 쪽으로도 흐름을 타겠다는 생각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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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와서 동아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을 다니고, 대학에서 겸임교수를 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제 글에 한국적인 색깔도 있지만 일본적 색채가 보인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특히 책을 내는 편집자 분들이 그런 말을 해요. 그래서 한국과 일본의 색채를 아울러 저만의 색깔을 내는 작품을 쓰고 싶네요. 쉽게 말하면 일본의 '남에게 피해 주지 마', 한국의 '기죽지 마' 같은 두 가지 성향이 잘 섞인 글이죠. 어렵겠지만(하하하) 아무튼, 더 대중적인 장르문학을 지향해야죠.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그래서 한성일 국장님이 좋아한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누구나 공감하고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써야겠죠(하하하).


대담 정리 한성일 국장 겸 편집위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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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 작가는 누구?

▲67년 부산 출생.일본공학원 방송미디어학과 졸업.동아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석사.부산경상대학교 방송영상영화과 교수, 경성대학교 디지털콘텐츠 제작 겸임교수 역임. 일본 Sony 방송장비 전문 설비, 교육업체 '루트앤 루트' 연구소장.

2007년 제1회 해양문학상 <바다로 간 거북, 토리> 동화 당선

2009년 청소년장편소설 <마린걸> 청어람주니어 펴냄

2009년 한국안데르센아동문학상

<별박이 왕눈잠자리의 하늘여행> 금상 수상

2011년 제3회 1억고료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 수상

장편소설 <풀잎의 제국> 문학수첩 펴냄

2013년 제7회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 수상

장편소설 <식스코드> 낙산재 펴냄

2019년 브런치(다음) 연재 장편소설

<리야드 연가(戀歌)> 부크크 펴냄

2019년 출간 예정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본선 진출작 <로봇개 스카이> 장편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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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세종의사당 `2031년 개원` 전망은 흐림? 맑음?

국회 세종의사당 '2031년 개원' 전망은 흐림? 맑음?

'국회 세종의사당의 개원 시기에 골든 타임은 있을까'에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2022년 문재인 정부를 지나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만 하더라도 2027년으로 향하던 시계추가 점점 느리게 돌아가면서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과 동시 개원을 하겠다던 목표는 어느덧 2029년으로 밀려 나더니, 지난해에는 2031년, 올해는 2032년 전·후로 또 다시 연기되는 모습이다. 2032년 역사적 개원의 현실화 역시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 23대 국회의원과 21대 대통령 임기가 마무리되고, 24대 국회의원과 22대 대통령 임기가 새로이 시작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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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2024년 규제자유특구 후보특구 공모에서 우주항공 후보특구로 지정됐다. 26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에는 81개의 우주기업이 밀집해 있고, 세계 최고 해상도 지구관측기술, 발사체 개발 기술 등 우주분야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로 인해 위성영상은 상업적으로 거의 쓸 수 없고, 발사체 등 우주 부품은 제조 자체가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점을 개선하기 위해 대전시는 특구 사업을 통해 위성영상을 상업적으로 활용하고 우주 부품을 제조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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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건설공사 계약액이 최근 증가하면서 침체를 겪던 건설 경기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건설공사 계약액은 전년 동기보다 10.7% 증가한 60조 6000억 원을 기록했다. 충청권 지역의 건설공사 계약액 규모도 대체로 늘어나는 추이를 보였다. 현장소재지별로 대전의 건설공사 계약액은 1조 4000억 원(2023년 2분기)에서 1년 사이 2조 1000억 원(2024년 2분기)으로 상승했고, 세종은 4000억 원에서 6000억 원, 충북은 1조 9000억 원에서 3조 3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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