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미 편집부 차장 |
최근 '위안부 피해자 조롱 광고'로 노 재팬(일본불매) 운동에 다시 불을 붙인 '유니클로'가 문제였다. 겨울 대표상품인 발열내의와 재킷 등을 홍보하는 광고가 그 짧은 시간에 2개가 잇따라 나왔다. 듣는 사람도 없는데 '아 뭐야…' 혼잣말을 하며 TV를 껐다.
유니클로 광고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그 광고에서 90대 할머니와 10대 소녀가 대화를 나눈다.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업었나"라는 소녀의 질문에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 하냐고?"라며 대답하는 내용이 자막으로 담겼다. 80년 전이라면 1939년, 바로 일제강점기다. 당시는 조선인에 대한 일제의 위안부 등 강제동원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남아 그들의 만행을 똑똑히 증언하고 있다. 아무리 유니클로가, 일본 전체가 나서서 '우리는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때린 사람은 기억을 못 해도, 맞은 사람은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 초등학생이었을 때 잊히지 않는 기억이 있다. 일제 식민지 잔재인 '국민 학교' 명칭이 초등학교로 바뀌기 전이다. 그때는 방학마다 청소당번을 정해 친구와 조를 이뤄 하루는 학교에 나가야 했다. 2학년 겨울방학이었는데 학교에 갔더니 수도가 꽁꽁 얼어 물걸레를 빨 수가 없었다. 학교에 나와 계시던 한 선생님은 밖으로 조금만 가면 물가가 있으니 가서 걸레를 빨아다 청소를 하라고 하셨다. 얼음장 같은 물이 어찌나 차갑던지, 9살 겨울의 기억이 30년이 넘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이렇게 별것 아닌 일도 누구의 가슴엔 힘든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꽃다운 10대를 철저히 짓밟힌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기억나지 않는다는 한마디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결국 유니클로는 논란이 된 광고를 내렸지만, 우리의 분노는 더 끌어 오르고 있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옥선 할머니는 그들의 '20년 역사'를 다룬 영화 '에움길' 상영회에서 당시의 끔찍했던 경험을 생생하게 전했다. "일본군에 맞아 귀도 들리지 않고 이도 다 빠졌다. 일본은 지금 한국사람 강제로 끌고 간 일이 없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우리가 다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 다 죽어도 위안부 문제는 해명해야 한다. 할머니들이 다 죽기만 기다리지 말고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와 배상을 요구한다."
오는 30일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기업의 법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외면한다고 모른척한다고 해서 이미 저질러진 역사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 그에 따른 배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원영미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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