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 사는 것이 힘들 것 같아 겁이 났지만 따뜻한 한국인의 정(情)에 감동해 한국 국적으로 귀화했습니다.
그리고 4남매 아이들과 남편 이렇게 가족 6명과 22년째 알콩달콩 살고 있었습니다. 지난달까지는 일본사람이라는 이유로 불편함 없이요.
요즘 한국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집중되어있지요.
불매운동에 대한 제 생각과 느낌을 써보려고 합니다.
가족이 모여서 티비나 뉴스를 보고 있으면 꼭 불매운동 내용이 나옵니다. 그러면 저는 마음이 아프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복잡한 마음이 듭니다.
부인이 일본인인 남편은 티비 채널을 돌리고 엄마가 일본인이고 몸과 마음의 반은 일본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아이들도 이런 것을 보면 불편하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도 'KBS 개그콘서트'를 다 같이 보다가 '국제유치원'이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거기서 일본인 친구가 주는 배를 먹고 "아~배! 아~배!(아베)" 라고 배가 아파졌다거나 일본인 친구가 주는 볼펜을 보고 "제 펜 싫어!(JAPAN싫어)"라고 하며 마지막에는 일본인 친구를 왕따 하면서 끝이 났습니다.
관객석에는 웃고 있는 모습이 나왔지만, 우리 가족 모두는 웃지 못했습니다.
2018년도 통계청에서 확인을 해보니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 결혼이민자가 1만3738명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한일가정이 1만3738가정이 있다는 뜻이고 그들의 자녀, 시부모님, 친척 등까지 포함하면 일본인과 직접 관련이 되어있는 분들이 어마어마한 숫자가 될 것입니다.
개그 내용도 불매운동도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하는 행동이지만 만약 불매운동에 동참하거나 활성화하자고 하시는 분들, 일본 차를 부수는 분들.
그분들 모두가 한국&일본 다문화가정이었다면, 아니면 그분들의 자녀들 모두가 한일 다문화가정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할까요? 이런 불매운동이라는 방법으로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을까요? 불매운동을 이대로 놔두고 있을까요?
문제가 생기면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주며 왕따를 하고 싸우고 해결하는 나라와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순수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성장하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한국도 일본도 사랑하는 평범한 결혼이민자입니다.
일본 가게에 들어가거나 일본제품을 눈치를 보면서 써야 하는 요즘. 뭔가 자유가 없어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이성적인 방법으로 한일간의 문제를 해결해서 한일 간 관계가 좋아지고 서로 발전해서 세계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국인도 외국인도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노은서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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