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적십자봉사회의 도움으로 수리가 완료된 방. |
지난 5월 처음으로 좁은 시골길을 지나 서준이와 조부모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았다. 방 3칸의 집이지만 아찔했던 화재 이후 할머니와 서준이는 간신히 화마가 피해간 방 1칸에서 지내고,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는 부엌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집 밖에 재래식 화장실이 있어 추운 겨울철이면 씻는 데만도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초등학교 3학년, 한창 친구들과 뛰어놀 나이지만 위생이 불량한 탓에 서준이는 친구들로부터 '냄새가 난다'는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노부부의 노령연금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운 형편. 기초생활수급 혜택이 절실하지만 오래 전 집을 나가 연락이 닿지 않는 서준이 아빠 때문에 그마저도 어려웠다. 무럭무럭 자라는 서준이를 보며 장애와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조부모의 마음은 아프기만 했다.
서준이네 가족의 사연이 소나무적십자봉사회로 들려왔다. 각박한 사회 속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데 뜻을 함께한 32명의 회원은 주기적으로 취약계층 주거 수리 봉사를 해오던 터였다. 서준이 가족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을 모았고, 집 안에 화장실을 만들고 못 쓰던 방에 새로운 벽지와 장판을 깔아 서준이 방을 마련했다.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는 서준이 방에 필요한 가구를 지원했다. 깨끗해진 방에서 서준이가 지낼 수 있도록 침대, 책상, 의자 등 가구를 전달했다.
서준이 할머니는 "서준이가 어찌나 좋아하는지, 이 고마움을 다 어떻게 전할지 모르겠다"며 "평생 혼자 자 본 적이 없는 아이인데 잠도 혼자 잘 자고, 이제는 공부도 잘 된다고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고 기뻐했다.
김 회장은 할머니의 손을 마주 잡았다. 연로한 나이에 본인 역시 질병으로 힘든데 어린 손자를 기르며 얼마나 고생이 많으실지 마음이 아팠다. 그는 "날씨가 많이 더운데 서준이 방에 선풍기가 없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기회가 될 때 서준이 집에 꼭 선풍기를 선물하러 다시 오고 싶다던 김 회장. 어디선가 간절히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또 다른 이웃을 위해 다음을 기약한다.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회장 유창기)는 어려움에 처한 취약계층의 자립을 지원하는 '위기가정 긴급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0가구 251명에게 생계, 의료, 주거, 교육 등 맞춤형 통합복지 서비스를 제공했다. 서준이네와 같은 위기가정을 후원한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방이 생겨 기쁜 서준이는 요즘 공부에 흥미가 생겼다. |
수리가 완료된 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김희천 소나무적십자봉사회장과 서준이 할머니. |
수리가 완료된 화장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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