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스쿨존(school zone)’은 ‘사고 존?’

  • 사회/교육

[프리즘] ‘스쿨존(school zone)’은 ‘사고 존?’

강병수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장

  • 승인 2019-06-04 08:29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강병수
강병수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장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은 초등학교 주위에 보행하는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구획된 어린이 보호구역이다. 모든 자동차는 이 구역에서 하루종일 시속 30km 이하로 서행해야 한다. 왜냐하면 어린이는 사회화(社會化) 초기 성장단계에 있어 행동이 대단히 자유 분망하고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쿨존에서만 연간 500명의 어린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있다. 연간 보행 중 교통사고를 당하는 어린이 5,000명 가운데 10%에 해당하며, 학교 앞에서 매일 하루 약 2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구획된 '스쿨존'이 오히려 '사고 존'의 누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어린이들은 스쿨존이니 당연히 차들이 서행할 것이라고 믿을 뿐만 아니라 다른 구역보다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우리나라는 확실하게 스쿨존 표시를 해 놓은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학교 정문 앞에 노상 주차장도 많고 차도와 인도가 분리되지 않은 곳도 많다. 거기에다 신호등 옆에 보일락 말락한 속도 표시판이 가까스로 붙어있는 곳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운전자는 스쿨존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스쿨존에 진입하거나 지나고 난 뒤에 스쿨존인 것을 인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평소 익숙한 스쿨존을 제외하고 보통의 운전자가 갖는 사회 통념상의 관심으로는 스쿨존을 인식하거나 속도를 늦추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진 상태가 되는 경우도 많다.

수많은 운전자가 스쿨존 과속 범칙금 고지서를 받고도 어디에서 위반한 지 모르는 상태에서 납부를 늦추다가 범칙금뿐만 아니라 과태료까지 낸다. 스쿨존은 도덕적인 의무감도 강한 터라 불평 한마디 못하고 일반 교통위반 범칙금의 두 배를 납부해야 한다. 오후 8시가 넘으면 반으로 깎아준다. 개그콘서트나 봉숭아학당에서나 나올 법하다. 그만큼 스쿨존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 안전의식이 높아져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좋은 학교 이상으로 중요하게 여긴다. 최근에는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아파트 단지 내에 초등학교가 있으면 교통사고 걱정 없이 학교에 보낼 수 있다고 하여 이런 아파트를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고 하고 역세권 아파트보다 선호한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안전교육도 중요하지만, 운전자에게 올바른 신호를 주어야 한다. 선진국들은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대부분 스쿨존을 등·하교 시간에만 운영한다. 뿐만 아니라 등·하교시간 스쿨존에는 운전자가 멀리서도 인식할 수 있도록 노란불이 번쩍이는 스쿨봉을 길가에 세워두기도 한다.

24시간 스쿨존을 운영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모든 운전자는 등하·교 시간이면 무의식적으로 스쿨존을 의식하게 되고 스쿨존 표시와 함께 번쩍이는 노란봉을 보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속도를 줄이게 된다. 어떤 곳은 등하·교 시간에 스쿨존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신호등처럼 속도 신호등을 설치하여 속도 자체를 바꾼다. 스쿨존 위반 차량에 대해서 두 배의 책임만을 묻는 안이한 행정보다는 스쿨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세심한 운영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병수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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